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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냥이 Apr 16. 2024

종일 기다리는 고양이의 마음이 궁금하다.

기상 시간 새벽 6시,

출근 시간 오전 9시,

집에서 회사까지 가는 시간 2시간,

퇴근 시간 오후 6시,

회사에서 집까지 가는 시간 2시간,

집 도착 시간 오후 8시 좀 넘은 시간

자는 시간 6시간,


남는 시간 3시간



평일에는 놀아줄 시간이 너무 빠듯하다.

자고 일어나면 침대 아래 주변에는 장난감들이 널려있다.

밤새 심심해서 울면서 물고 온 모양이다.

너무 안쓰러워.


집과 회사의 거리가 너무 멀다 보니 더욱 하루가 짧은 것 같아.

고양이의 시간은 사람보다도 빠르게 흘러가는데

같이 있는 시간이 짧은 만큼 너무나 초조해.


한번 소중한 존재를 잃었던 경험이 있는 만큼

나중에 얼마나 이 순간을 후회할지 그 무게를 알고 있어서일까,


프리랜서로 자리 잡을 수 있어서 재택근무를 하는 사람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엄마는 너무나 무력하구나 딸내미야.

단 세 시간이라도 딸내미와 시간을 보내야지 보내야지 하면서도

물갈고, 화장실 치워주고, 먹이 장난감 닦아주고, 자동 급식기 설거지하고,

또 이것저것 청결을 위해 케어를 해주다 보면 시간이 또 금세 가버린다.


아이고. 환장하겠다.


김고고씨는 놀아달라고 내가 집에 들어가기도 전부터 안전문 앞에서

애앵 애앵 울면서 꼬리 펑 시전하고 졸졸 쫓아다니는데

그건 그거고 케어는 케어니깐 호다닥 물부터 갈아줘야지.


잠시 시간이 멈추거나 로또나 되면 좋겠다.

로또가 되더라도 일을 그만둘 생각은 없으니

회사 근처에 있는 서울 강남권 집에서 살면 좀 편해지지 않을까

하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의미 없는 망상이나 하고 있다.


엄마 없는 동안 하루종일 자는 김고고씨,

엄마가 오면 그제야 밥 먹고 활동을 시작하는데

내가 밖에 나와있을 때도 기다리고,

내가 잘 때도 기다리면

우리 딸내미는 24시간 중에 몇 시간을 나만 기다리는 걸까?

조그만 머리로 무슨 생각을 하며 새벽 내내 잠든 나를 보며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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