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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의 현재학 Jun 21. 2024

대통령 탁상 위의 행정문서로 결정되는 정책

이번 정부의 대통령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업무의 진행 방식을 상상해보면 답답한 느낌이 든다. 행정 관료들이 행정 문서 상에서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 있는 일들을 보고해본다. 대통령실의 관료들은 이를 문서화하여 정리하고, 대통령이 업무를 보는 탁상 위에 올려놓는다. 그리고 대통령은 탁상 위에 올라와 있는 그 문서를 읽어보고는 뭐가 부족한지 문서를 통해서만 파악한다. 그리고 가장 자신의 치적이 될 수 있을만한 것을 골라 밀어붙인다. 행정 문서 상에 부족하다고 기입되어 있는 것의 산입을 늘리는 방식으로.


사회에는 다양한 주체들이 있고, 주체들은 구조를 통해서 만난다. 그 구조의 문제는 행정용 문서에 드러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처음에 그 행정 체계를 만들 때 예상하지 않았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구조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구조적인 문제의 해법은 구조에 참여하는 여러 주체들의 의견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취합해서 새로운 구조를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다양한 주체들과 이야기하는 것이 정무직 공무원이 해야 하는 일이다. 그러나 이번 정부의 행정수반인 대통령 윤석열 씨조차도 그러한 일을 자신의 일로 여기지 않는 듯하다. 자신의 역할을 다 하지 못해 반발이 일어나자 대통령실은 반발하는 주체들의 행동을 불법이라고 단정짓는다. 그러나 누군가의 행동이 불법인지 합법인지 판단하는 것은 사법부의 역할이지, 행정부의 역할이 아니다. 심하게 말한다면 대통령의 월권 행위라고도 말할 수 있다.


늘공 대통령이 행정 문서들만 보고 전문가들과 여러 이해당사자와 소통하지 않은 결과는 참혹하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이미 두바이로 엑스포 개최지가 확보했다고 판단하고 움직이고 있었으나, 대통령실만은 그렇지 않다고 판단했다. 초등학교 취학 연령을 하향시키기로 했다고 그 즉시 각계의 반대를 맞이하였다. 노동자들의 관점에서 제도가 어떻게 보이는지 의견 수렴하지 않고 발표한 노동시간 제도 개편은 추진할 수 없었다. 그래도 그때는 일회성으로 정책이 추진되고 말았다.

그러나 의료 문제만큼은 사태가 정말 심각하다. 잘못된 의료 관행들이 잘못된 구조를 만들어냈기에 시민들이 이미 의료계에 대한 신뢰가 없어진 상태이다. 그렇기에 전혀 잘못된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도 시민들은 무관심하다. 그리고 의협은 관성적으로 정원 확대 반대만을 이야기할 뿐, 어떻게 하면 의료 제도가 정비될 수 있을지는 무관심하다. 이러한 일은 국가의 정치 지도자로써 역할을 맡은 정무직 공무원이 해결해야 하는 일이다.


대통령은 자신의 역할을 늘공들의 수장으로만 인식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은 정무직 공무원이라는 자신의 위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부디 인식하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 본 글은 얼룩소(alook.so)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인 에어북으로 공모하려 했다가, 현재 에어북 공모를 운영중이지 않은 관계로 브런치북으로 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브런치스토리와 얼룩소 사이트에 동시에 올리게 되었습니다.

- 얼룩소 원글 링크: https://alook.so/posts/WLtJD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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