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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의 현재학 Jun 21. 2024

고령화 사회에 요구되는 의료개혁은 주치의 제도 도입

의사가 획기적으로 더 많이 필요하다는 대통령 윤석열 씨의 주장은 한국이 점차 고령화되어 가고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된다.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들은 30대, 40대 대비 11배의 입원 서비스를 이용합니다. 고령화율이 30%에 달하는 일본은 입원 환자의 평균 입원 일수가 OECD 평균의 3배를 넘습니다. 고령화가 의료수요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키는 것입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OECD 국가별 건강 퍼포먼스는 한국의 의료에서는 불필요한 입원이 많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므로 오히려 불필요한 입원을 줄임으로써 해결되어야 하는 문제이다. 더군다나 WHO에서 말하는 고령화 사회에 대한 대책은 종합병원에 근무할 전문의의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다. 주치의는 내 몸 전반을 이해하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어떤 것을 고쳐야 하는지, 어떤 것을 자연스러운 변화로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말해줄 수  있는 주치의를 늘리는 방향이 WHO가 생각하는 고령화 사회에 대한 대책이다.

종합병원 전문의를 늘리는 방향으로 의료 제도를 계속 유지하면, 개미보다 개미 다리만 보는 과학자를 늘리는 격이다. 개미 다리만 보는 과학자들은 개미 다리의 생채기 하나도 심각하게 본다. 그리고 개미 다리의 생채기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검사가 필요하고 입원이 필요하다고 말할 것이다.

그 결과, 우리가 얼마나 잘못된 의료구조를 가지게 되었는지 보여주는 것은 OECD2020의 보고서이다. 임상의사와 간호 인력은 OECD 평균 대비 적은 편이다. 그런데 이 인력을 가지고 평균 재원일수는 OECD 평균을 훨씬 뛰어넘는다. 그리고 병상도 OECD평균을 훨씬 뛰어넘고, 의료 장비도 OECD평균을 훨씬 뛰어넘는다. 전문의 중심의 의료 체계는 환자가 슬기롭게 치료받지 못하도록 하고, 건강보험료 재정 또한 슬기롭지 못하게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WHO는 한국에 일차의료기관이 사실상 없다고 말한다. 내 몸을 전반적으로 살펴봐주는 주치의가 없다는 것이다. 반면에 많은 것은 개원한 전문의이다. 자신의 전문적인 영역을 치료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전문의이다.

고령화 사회에 대한 WHO 권고는 분명히 일차의료기관을 늘려서 내 몸 전반을 관리해주는 주치의와 환자가 만날 기회를 늘리는 것이다. 내 몸 전반에 대한 이해를 높임으로써 내가 관리해야 하는 것만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WHO의 권고사항이다. 나이가 들면, 어쩔 수 없이 안고 살아가야 하는 질병들이 있다. 어떤 것을 안고 그냥 살아갈 것인지, 어떤 것을 꼭 치료할 것인지를 판단할 수 있고, 이를 환자에게 설명해줄 수 있는 주치의 제도가 오히려 한국에 필요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 본 글은 얼룩소(alook.so)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인 에어북으로 공모하려 했다가, 현재 에어북 공모를 운영중이지 않은 관계로 브런치북으로 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브런치스토리와 얼룩소 사이트에 동시에 올리게 되었습니다.

- 얼룩소 원글 링크: https://alook.so/posts/WLtJD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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