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오지 않아 늦게까지 밤을 지샌 그 날
창밖으로 함박눈이 내리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우거진 초록 소나무 잎 앞으로 가로등 불빛을 받아
영롱하게 내리는 커다란 눈 꽃들을 보았습니다.
살포시 살포시 테라스 위에 내려앉아
보송히 세상을 하얗게 만들고 있습니다.
하늘에서 아주 행복한 일이 있었는지
소식을 전하려 모두 모두 내려오려나 봅니다.
더운물에 꿀 한 스푼 넣고 호 호 불며
가까이 볼 수 있게 서둘러 창가로 갑니다.
너무 다가가 창문에 서리가 서려 시아를 가려
한 발짝 물러나 호로록 꿀물을 마시며 밖을 바라봅니다.
황홀한 아름다움을 가족과 함께 하고 싶지만
늦게까지 그림을 그리다 모두 곤히 잠을 자고 있습니다.
매해 오는 눈이지만 올해는 밤이라 더 좋습니다.
이사한 지 얼마 안 된 행복한 새집이라 더 좋습니다.
내일 아침 테라스에 소복이 쌓인 눈을 보고
멀리 하얀 세상과 가족들이 좋아했으면 좋겠습니다.
테라스엔 아내가 먼저 나가봤으면 좋겠습니다.
하얀 세상에 아내의 발자국이 남겨져 기뻐하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항상 조용히 계단으로 내려오는 조금은 늦게 일어날 딸아이는
온통 하얀 세상에 테라스의 발자국은 보지 못할 겁니다.
곧 날이 밝아 아침이 되면 조금 요란하지만 커피 원두를 갈아야겠습니다.
커피 향이 그윽한 거실에서 진한 커피와 아내와 함께 밖을 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