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시시한 시 04화

8살 인어 할머니

by 지방

8살 인어 할머니



일을 마치고 샤워를 하고 나니 멀리 수평선 너머로 해가 떨어져 붉게 물들었다.

시장기에 소금창고 귀퉁이에 묻어둔 돼지고기를 꺼내 작은 불에 구웠다.

피운 불과 그새 떠있는 달 빛으로 주변을 가늠하는데, 어디 선가 토역질 소리가 났다.

채 마르지 않은 염전 바닥에서 철퍼덕 꼬마 아이만 한 큰 물고기가 몸을 틀어 염전 턱을 오르려 한다.

얼른 고기 한입 입에 물고 우물우물 살포시 다가간다.


“어우씨.” 너무 놀라 씹다 만 고기가 목에 걸려, “켁."


염전 소금기에 미끄덩 넘어져 새로 입은 팬티까지 염전 물이 스며든다.

그래도 여전히 고기 뒤집게는 손에 있다.


“누. 누구세요.”

철퍼덕 거리는 큰 물고기 아니 이상한 물고기.

하체는 정어리 꼬리고, 상체는 사람 모습이다. 주변을 둘러보며 제 정신임을 확인한다.

하얀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늙은 여성의 모습이지만 세 살 정도의 꼬마 아이 체구이다.

꿈틀대며 비틀 때 등을 보니 척추에 거칠어 보이는 비늘이 달빛에 아름답다. 지느러미는 아니다.


“냄새가 괴로워요. 꿱.”

말을 한다. 그리고 큰소리로 토역질을 한다. 그 소리가 너무 커서 귀가 따갑다.

입에서 형광처럼 빛나는 토사물이 소금더미 위에서 반짝인다.


고작 고기 뒤집게를 손에서 놓고 가까이 다가간다.


“괜찮으세요.”


저 좀 바다로 나갈 수 있게 대려 가 주세요.


서슴없이 들어 안는다.


“아직도 고기 냄새가 나세요.”


“아니요.”


계속된 꼬리에 힘을 주고 퍼덕 거림은 의지적인 게 아닌가 보다.

하얀 머릿결은 톳의 굵기처럼 굵고, 안은 손에 느껴진 등의 비늘은 예상대로 거칠어 베이게 생겼다.

내 가슴에 와 닫는 가슴은 여성의 그것과 다름없고 얼핏 유두는 없었다.


바닷물이 가슴까지 닿아 손을 놓으려 한다. 아쉬움에 놓아주기가 싫다.

그녀는 꼬리를 사정없이 흔들어 물밑으로 하얀 머리를 담근다.


조용한 소리로 “몇 살이세요?” 물었다.


소리를 들었는지 물 위로 나와 “8살이요.”하고 이내 먼바다로 사라진다.


며칠 동안 후회한다. 왜 나이를 물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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