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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다움 Mar 24. 2024

그 여자는 왜 울고 있을까?

비염을 아시나요?

사무실 자리에 앉아 훌쩍이며 계속 코를 풀었다. 눈물과 콧물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나가던 직원들이 흘끔 대며 쳐다보기 시작했다. 토끼처럼 빨개진 눈으로 고개를 처박고 계속 울고 있는 나를 보며 다들 난감한 기색이다. 결국 한 직원이 다가왔다.

  "괜찮으세요? 혹시 집에 무슨 일 있으세요?"  

여전히 휴지를 코에 댄 채 고개를 들었다. 하아.. 고개를 들면 콧물이 주르륵 흘러내리기 때문에 들면 안 되는데... 

  "비... 에에취! 염이에요. 걱정.. 에에취!!! 해줘서 고마워요" 

직원은 허탈하게 웃더니 약이라도 먹으라며 자리를 떴다. 나도 약을 먹고싶다만, 하필 약이 떨어졌다.


대략 아침 10시경 시작된 비염은 12시가 다 되어가도록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조용한 사무실에서 계속 코를 풀어대는 것은 굉장히 민망하다. 그렇다고 코를 풀 때마다 자리를 뜨면 비염이 사라질 때까지 자리를 비워야 한다. 이 또한 오해받을 수 있어 화장실로 갈 수도 없다. 민망함을 택하기로 하고, 자리를 지키며 재채기와 코 풀기를 2시간째 하고 있다. 휴지 통을 써갈 무렵 물티슈로 바꿨다. 코를 많이 풀면 주변이 허는 경험 다들 해보셨을 것이다. 그럴 물티슈로 코를 풀면 부드러워서 주변이 허는 것을 예방할 있다. 물티슈의 흡수력은 콧물정도는 커버할 수 있으니 걱정 마시라. 드디어 12시, 점심시간이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병원으로 향했다. 물티슈와 작은 비닐봉지를 주머니에 꼬깃꼬깃 쑤셔 넣은 채 병원으로 가는 도중에도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다. 길에서 벌건 눈으로 울며 코 풀어대는 여자의 사연이 누구나 궁금한가 보다. 


아침부터 사연 있는 사람으로 만든 원인은 "비염"이다. 성인이 된 이후 아무도 모르게 찾아온 비염은 날이 갈수록 증세가 심해진다. 처음에는 재채기 정도에서 끝났는데, 이제는 재채기와 콧물, 눈물까지 나오며 두 눈은 벌겋게 부어오른다. 콧속은 왜 그렇게 간지러운지 휴지를 처박아 마구 비벼댄다. 더 자극이 가서인지 가려움이 사라지기도 전에 재채기가 나오고, 질 수 없다는 듯이 콧물이 따라 나온다. 흐르는 콧물을 제거하고 나면 다시 콧속이 간지럽고, 눈물이 난다. 이걸 무한반복하다 보면 눈에 뵈는 것도 없고, 숨쉬기가 힘들며, 코 주변은 헐어서 쓰라리며 정신이 몽롱해진다. 가끔은 휴지를 돌돌 말아 콧속에 처박아둔다. 코 풀기가 귀찮아서다.


재채기 한 번에도 콧물이 그득 차는 나의 콧속은 비염이 준 선물 중 하나이다. 거의 10여 년을 비염과 살아오다 보니 이제는 지나가는 재채기인지, 비염의 증상인지 '에에취' 하는 순간 있다. 그 순간 필요한 건 약이다. 약국에서 파는 비염약은 잘 듣지 않는다. 내성이 생긴 건지, 내 증상이 세진건지 모르겠다. 동네 단골 병원에서 알레르기약(비염, 가려움)을 처방받아 비상약으로 활용한다. 아, 가끔 온몸에 가려움증이 나타날 때가 있는데 이 또한 참기 어렵다. 두피, 얼굴, 팔, 배. 부위를 가리지 않고 나타난다. 비염과 가려움증의 원인은 모르겠지만, 치료는 같은 약이다. "항히스타민제" 뭐든 많이 먹으면 안 좋지만 나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 비상약이다. 


비염이 나타나면 약을 먹지만, 그 외 부수적인 처치도 필요하다. 

첫 번째는 콧속으로 먼지가 들어가 자극하지 않게 마스크를 착용한다. 이 방법은 나에게는 크게 의미가 없다. 코 푸느라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고 있을 새가 없으니까. 

두 번째는 가습기를 튼다. 습도는 비염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적절한 습도를 유지해 주면 증상이 조금은 나아진다. 

세 번째는 목을 따뜻하게 한다. 체온 유지가 비염이 도움이 된다고 한다. 나는 목이 약한 편이어서 감기에 걸려도 목감기가 가장 심하게 찾아온다. 비염도 목을 따뜻하게 해 주면 조금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비염 예방을 위해서는 먼지가 나지 않게 침구류, 커튼 등을 자주 세탁하고, 애완동물은 침실에 들어오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한다. 강한 향기 등이 코를 자극시키지 않게 해야 한다고 하는데.... 나는 다 지키지를 못한다. 게을러서 세탁도 자주 못하고, 함께 사는 강아지는 침대에서 함께 잔다. 향기를 좋아해서 집안 곳곳에는 디퓨저가 있고, 향수를 즐겨 쓴다. 


좋아하는 것을 포기하지 못하면서 건강하기를 바란다는 건 욕심이다. 운동을 하지 않으면서 복근이 생기기를 바라고, 음식을 조절하지 않으면서 살이 빠지기를 바라고, 공부를 하지 않아 놓고 시험을 잘 보기 바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기회비용이라는 게 있다. 내가 한 선택의 결과로 포기해야 하는 다른 가치가 있는 것이다. 내 삶은 나의 선택으로 이루어진다. 삶의 모든 순간은 선택의 결과이다. 


당신은 오늘 어떤 선택을 하였는가? 

비염이 다시 찾아와 괴롭힐 것을 알면서 나는 오늘도 강아지랑 한 침대에서 잤으며, 침구류에는 페브리즈를 뿌렸다. 디퓨저를 교체했고, 날이 추워 환기도 시키지 않고 있다. 비염을 예방하기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선택했다. 선택의 결과는 결국 스스로의 몫이다. 

그 어떤 선택이더라도 당신이 행복한 선택을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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