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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lla Feb 14. 2023

회사는 약간 전남친 같다

소식이 궁금은 한데 꼴보기 싫은 존재

*이 글은 그리 찐~한 연애를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이 쓴 글임을 미리 밝힌다.

*당연히 나쁜 이별을 주제로 한 글이다.


후회. 연민. 번뇌. 대충 이별 후 따라오는 감정들이라 배웠다. 단골 카페 바 좌석에 앉아서 사장님과 실컷 전 회사 이야기를 하다가 깨달았다. 아, 이거 완전 전남친 같잖아!?


함께하면서 있었던 에피소드를 이야기 하는데 그리 즐겁지는 않고, 나 없이 잘 살 생각 하니 짜증은 나는데 딱히 근황은 알아보고 싶지 않은 그런 심정.

 

대충 이 단어 같은 심정이다

회사와 (나쁘게 헤어진) 전남친을 비교해 보자. 이제는 웃으며 넘길 수 있는 일이지만 필자는 헤어짐 이후 스토킹을 당한 기억이 있음을 미리 밝힌다. 사회적으로 볼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는 사람이었다. 회사도 이와 마찬가지다. 겉으로 볼 때에는 삐까뻔쩍한 기업처럼 보이지만 내부로 들어가면 진리의 팀바팀이다. 기업 문화라고 하는 말도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기는 하나 팀 문화가 개인에게는 더 큰 영향을 준다는 말.

사장님께서 떠밀리듯 나온 그분의 전 회사와 내가 나온 회사를 비교하다 문득 자영업자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밥은 굶을 지언정 일한 만큼 벌고 쉬고 싶을 때에 쉴 수 있으니. 이별해서 외로워졌지만 오히려 자유로워서 좋은 상황과 비슷하지 않은가!


하지만 자영업자란 쉴 때도 돈을 내고 쉬어야 하는 사람이다. 최근 갑자기 신장에 염증이 생겨 검사 결과를 기다리며 절대 안정을 취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돈 내고 쉰다'는 말의 의미를 뼈저리게 느낀다. 나는 가만히 있어도 돈이 들어오는 사업자의 단계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에 시간과 돈을 교환하고 있는데 최소한의 안전망도 없는 삶에 뛰어든 댓가를 톡톡히 치르는 중이다.


가지 하나 뿐인 이 작은 나무가 내 처지 같기도 하고

연애와 취직의 공통점은 '내 자유를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 연애를 하는 것도 회사에 다니는 것도 일정 시간을 그를 위해 할애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회사에 다닐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마인드부터가 글러먹은 Z세대라고 할 수 있는데, 처음에는 의욕이 넘쳐서 쉬는 날에도 노트북을 들고 와서 일하고 예쁜 장표를 만드는 것이 재미있기도 했다. 하지만 열심히 하는 것은 물질적 가치와 정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금방 알아버렸고 일 외의 다른 요소들, 가령 인간관계라든가 인간관계라든가.. 하는 것들을 신경 쓰는 것이 적성에 영 맞지 않았다. 나는 내 자유가 더 중요한 사람이었다.


오후 네 시가 되면 햇살이 쏟아지는 집


내가 집에서 제일 좋아하는 시간. 회사에 다닐 때에는 꼼짝없이 사무실에 있어야 하는 시간이지만 프리랜서가 된 이후로는 집에 늘어져서 책을 보다가 글을 쓰다가 사업 구상 정도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물론 바쁜 시즌에는 바쁘다. 연애(정규직 명함)포기하고 얻은 자유라고나 할까.


"그렇게 힘들게 들어갔던 회사를 떠올려 보면 어떠냐?"는 물음을 자주 듣는다. 특히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 대부분은 '좋은 회사 취업'을 위해 '좋은 대학'에 가고자 하는 경우가 많아서, 자신들의 목표를 이뤄놓고 내다버린 선생님이 이해가 가지 않나 보다.


"글쎄, 약간 나쁘게 헤어진 전남친 같아. 나랑 아무 관련도 없고 소식도 알고 싶지 않고 생각나면 짜증나는?"

음, 그래. 딱 그 정도가 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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