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졸업 후 굳이 서강대를 왜 다시 입학했느냐는 질문을 지금도 참 많이 받습니다. '일단 다녀보고 생각하겠다.'라고 답했고, 이제 학교에 다닌 지 두 달 하고도 반 정도가 지났습니다. 중간고사도 보았고 학교 내에서의 나름의 인간관계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대학 2회차의 삶은 '재학생'인 동시에 '외부인'으로서 학교 풍경을 조망하게 합니다. 아직까지 제 정체성은 연세대학교 졸업생에 더 가깝지만, 두 대학의 프로그램을 교육학 전공자로서 비교하다 보면 서강대학교의 학생 지원 프로그램이 훌륭하다는 생각을 참 많이 하게 됩니다.
1. 취업 지원 프로그램이 활성화되어 있다
제가 취업을 준비하던 2020년에는 취업 관련 정보를 얻기가 어려웠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비대면 인간관계가 주가 되던 상황에서 자기소개서를 어떻게 써야 할지, 면접 준비는 어떻게 해야 할지 정하는 과정이 힘들었습니다. 당시 서강대학교를 다니는 친구가 최성욱 선생님의 브런치를 소개해 준 것이 계기가 되어 서강대학교 취업지원팀 최성욱 선생님 글을 보며 혼자 준비했고 대기업에 취업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연세대학교의 커리어연세 멘토로 활동하면서 최성욱 선생님께 개인적으로 연락을 드려 조언을 구하기도 하고, 자료를 활용하여 연세대학교 학생들에게도 나름의 도움을 줄 수 있었습니다. 그때에도 나름대로 감동 비슷한 것을 받았었는데 학내 구성원으로서 바라보는 서강대의 프로그램은 더더욱 신기합니다. 제가 교육학과라는, 학과 하나가 하나의 단과대인 학과를 나와서 더욱 비교가 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단과대 차원에서 취업지원을 하고 있는 것이 정말 신기했습니다.
사회학과만의 특징일 수도 있겠지만 소셜데이터사이언스트랙을 개설하여 학생들이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학교 차원에서 '문과 졸업해서 뭐 하죠?'라는 학생들의 주된 질문에 적극적으로 응답하는 느낌이 드는 대목입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연계전공을 활용하여 학생들이 자신의 전공을 창의적으로 살릴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는 것이 서강대학교의 장점이라고 느꼈습니다.
잠깐 교육학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서강대학교는 예수회에서 설립할 당시 '리버럴 아츠 칼리지'를 모토로 설립한 학교입니다. 우리말로 쉽게 이야기하자면 모든 학생들이 자유전공을 할 수 있는 학교를 모토로 한 개념입니다. 국내의 대학들은 대부분 University로서의 정체성을 키워 온 반면, 서강대학교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Liberal Arts College로서의 정체성을 추구해 온 학교입니다.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너무 깊어지기 때문에 생략하고, 이러한 정신이 서강대학교의 정신에 어떻게 영향을 주었는지 잠깐 이야기하겠습니다.
대부분의 대학들이 복수전공에 제한을 두고 엄격한 선발 과정을 거치는 것과 달리, 서강대는 이중전공을 신청하기만 하면 승인이 나는 학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타과 과목을 수강하는 것도 매우 수월하고 하고 싶은 공부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이 매우 큰 장점입니다. 제가 연세대학교를 다닐 때에는 컴퓨터과학과 복수전공을 하기 위해서 미리 해당 학과의 과목도 듣고, 학점도 4.3 만점에 4.1 이상 정도로 유지해야 '안정적'이었습니다. 자기소개서를 쓸 때에도 이 학과를 복수 전공해서 무엇을 할 것인지 풀어내야 해서 컴퓨터과학에 관해서는 깜깜이가 복수전공을 신청하는 과정이 개인적으로 힘들었습니다.
이런 과정을 생략하고 과장 좀 보태어 '클릭 한 번'으로 복수전공이 가능한 것은 굉장한 장점입니다. 일각에서는 우스갯소리로 서강대 문과 취업률이 높은 이유는 모든 학생들이 경영학도로 졸업하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취업률을 차치하고 보더라도 학생들의 관심사가 성인이 된 후에도 바뀔 수 있음을 배려하는 학교의 특성이 굉장히 바람직하다고 느꼈습니다.
3. 선후배 간의 교류가 끈끈하다
매우 개인적인 견해이기는 하지만 연세대학교에 비해 선배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루트가 다양하다고 느꼈습니다. 동아리 등의 학내 공동체에 속해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취업지원팀이나 학과 내 행사를 통해 특정 분야에 진출한 선배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유의미하게 많습니다. 특정 직무로 일하고 있는 선배들이 학교에서 특강을 하는 경우 이것을 학과 / 단과대 차원에서도 열심히 홍보합니다. 제가 처음 학교를 다니던 6년쯤 전과 상황이 많이 바뀐 것인지, 아니면 유독 서강대학교의 제도가 잘 되어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다양한 직무를 대학 신입생 때부터 접할 수 있다는 것은 객관적으로 아주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다 보니 글이 서강대 예찬론이 되어 버렸습니다. 첫 대학을 다닐 때보다 제 마음이 여유로워진 것도 있겠지만 여러모로 훌륭한 프로그램들이 많고 '대학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라는 고민을 해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두 번째 대학생활은 정말 재미있습니다. 물론 졸업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