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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lla Jun 13. 2023

일한 만큼 버는 게 가능한가요?

'레버리지'를 읽고

'아웃소싱'은 위대하다. 과거부터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인류는 오랜 시간 동안 서로의 노동력을 '구매하여' 생계를 유지했으며, 우리 민족은 전무후무하게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같은 민족을 노예로 부렸던 상당히 독특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현대에는 이러한 '아웃소싱'이 정당한 근로계약의 형태가 되었으므로 노동자들의 권리 확보가 더욱 용이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에게 일을 맡길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자본주의는 이런 원리를 깨달은 사람의 편이다. 


나는 첫 번째 회사에서 하던 일도 적성에 잘 맞았고 두 번째 회사에서 하던 일도 적성에 잘 맞았다. 건강 상의 이유와 여러 가지 인간관계가 힘들어져서 퇴사하기는 했지만, 만약 화이자 백신을 맞고 건강이 그토록 나빠져서 이런저런 일정이 어그러지는 일이 없었더라면 계속 회사를 다녔을 것 같다. 하지만 역시나 회사를 다니면서 느낀 몇 가지 의문점들이 있는데 과연 내가 일한 만큼의 정당한 보상을 받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하는 것. 


회사에서의 인사평가는 동료들 간의 상호평가와 팀장님의 평가로 이루어진다. 여기에 자기 평가도 더해지는데 사실 자기 평가가 얼마나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미친 듯이 열심히 일을 한 선배님이 과장 승진에서 누락되는 것을 본 것이 굉장히 충격이었는데 그분은 결혼을 앞두고도 야근을 마다하지 않고 다른 계열사에도 소문이 자자할 만큼 엄청난 업무량과 퍼포먼스를 해내는 분이었다.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따놓은 승진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분의 승진이 누락되고 팀의 분위기가 가라앉은 것을 보면서 회사 내의 생태계란 참 어려운 것이구나, 나름 짐작했었다. 


그래서 깨달은 것이 회사 밖에서는 반드시 '레버리지'를 일으키고 '노력한 만큼 돈을 받는 상태'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이 책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오지만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투자는 '자기 자신에게 투자하는 것'이다. 워런 버핏도 비슷한 말을 하는데 한정된 재화를 가지고 얼마나 열심히 굴릴 것인가 고민하는 것보다도, 젊은 시절에는 어떻게 나의 시간당 소득을 올릴 것인지를 고민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퇴사한 지 400일이 조금 넘은 지금 시점에서 되돌아보면 내 시간당 소득은 상당히 증가했다. 처음 퇴사하고 구한 과외의 시간 과외비가 15,000원이었는데 지금은 개인과외교습자 관련 교육청 규정에서 위배되지 않는 선에서 최대의 금액을 받고 있다. 그리고 수업을 받는 학생들과 학부모님들도 그 정도의 금액을 기꺼이 지불한다. 물론 회사에 다니기 전에도 오랫동안 과외를 했었고 입시 실적이 있었기 때문에 그러한 소득 상승이 가능했겠지만 다른 요인들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올해의 목표는 '레버리지'를 일으키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레버리지'란 다른 사람이 나를 위해 일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나는 조교 선생님들과 함께 작업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이 적극적인 레버리지라 보기는 어렵다. 내가 해야 할 일을 일임하고 그분들에게 대가를 지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진짜 레버리지라고 부르기 위해서는 '내가 해야 할 일'이 아니라 '내가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남에게 맡기는 단계까지 가야 하는데 아직 그 단계까지 가기에는 섣부르다고 생각하고 있다. 


언젠가 읽은 '부의 추월차선'에서 은퇴할 때가 되어서야 경제적 자유를 누리는 것은 이미 즐길 수 있는 체력과 젊음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진정한 행복이 아니라는 말을 했었다. 그 책을 처음 읽던 때는 직장인이었기 때문에 이게 무슨 소리인가 고민했지만, 지금은 그 말의 의미를 어느 정도는 이해하고 있다. 


내가 속한 사교육 업계는 철저히 실력 위주로 돌아가는 냉혹한 세계이지만, 다른 면에서 본다면 실력이 좋다면 그만큼의 대가를 바로 얻을 수 있는 능력주의의 결정체이기도 하다. 그래서 젊은 나이에 큰 부를 축적한 분들을 만날 기회도 다른 업종에 비해 많은 편인데 (사실 다른 업종은 어떤지 정확히 모른다. 적어도 인사 직무 회사원일 때보다는 많다.) 그런 선생님들을 보다 보면 삶을 대하는 새로운 태도를 많이 배우게 된다. 자신이 하는 일에 200% 만족하고 즐겁게 일하면서도 '적절한 보상'을 추구하는 삶. 그런 형태의 삶이 있다는 것을 회사를 나와보기 전에는 알지 못했으니 다소 아쉽다.


내 인생의 목표가 돈은 아니다. 물질만 추구하며 사는 삶은 목표를 달성한 이후의 삶을 불행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돈을 많이 버는 삶'을 유보하고 싶지도 않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돈이 필요한 것은 당연지사이고 돈을 번다는 것은 단순히 생계수단을 만드는 것을 넘어 자아실현의 수단으로도 이어질 수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2023년 6월 12일, '레버리지'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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