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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을살아가는힘 May 04. 2021

'위대한 엄마들의 유희 시간'의 시작

『위대한 엄마들의 유희 시간』1장


  


불확실성과 새로운 시작의 교차점    


   코로나 19가 우리의 삶에 깊숙이 들어오기 시작할 무렵 첫 아이를 낳은 곳에서 8년 만에 이사를 했다. 우연히 들렸던 마을의 첫 풍경은 아름드리 플라타너스 나무들이 양옆에서 우리를 반겨주는 넓은 자연이었다. 이사를 하고 난 후 남편과 내가 각각 맡았던 다섯 살 아들과 열 살 딸을 위한 방을 만들고 잠자리 독립도 시켰다. 이렇게 모든 것이 새로 시작되는 시기에 아이들의 학교와 어린이집이 코로나로 인해 멈춰버렸다. 매일매일이 하루 앞날을 알 수 없이 뉴스와 속보에 귀를 기울이며 집 안에서 소위 집콕 생활이 시작되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이들과 붙어있으면서 삼시 세 끼를 챙긴다는 것은 도전적인 일이었다. 더군다나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치명적인 바이러스와 조우하는 삶은 어느 누구에게나 차별 없는 고립 경험을 하게 하였다.      


누구도 방해할 수 없는 내 공간과 시간      

   

   급속히 퍼져가는 죽음까지 불러오는 바이러스 앞에서 인간으로서의 한계와 삶의 불안정성을 마주하며 많은 사람들은 치열하게 살아가기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집안에서 커피를 천 번을 저어 커피아트를 하고, 집에 있는 재활용품을 이용해서 장난감을 만들고, 줌으로 사람들을 만나는 등 모든 활동들이 집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때 내가 시작했던 것은 바로 요가와 게임이었다. 이사하면서 바뀐 새 침대에 몸이 안 맞아 매일 허리가 아팠던 시기에 유튜브 요가를 따라 하고 나면 조금은 나은 듯했다. 아침에 20-30여분 요가를 하고 나면 뭔가 이미 보람찬 하루를 보낸 것 같은 기분이랄까! 가장 좋았던 것은 나만의 시간의 확보였다. 요가에 집중하고 따라 하다 보면 아이들이 옆에서 따라 하건 엄마를 부르건 누구도 방해할 수 없는 내 공간과 시간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내가 좋아했던 요가 채널에서는 제주도 앞바다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내가 그곳에 있다는 느낌까지 주었다. 게임 또한 나에게 집 안에서 도피처를 제공해주었다. 아이들이 TV로 영화나 영상을 보고 있을 때 나는 따로 방에 들어와 게임을 했다. 손가락 몇 번 움직여서 지기도 하지만 엄청나게 이기기도 하면서 거기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 다시 집안일을 하거나 아이들과 놀아주어야 하는 시간이 되었지만 그래도 잠시라도 나에게 휴식을 가져다주었다.       



‘너무 놀고 싶다’     


   하지만 의도치 않은 휴식이 길어지고 생활 반경이 넓어졌다 좁아졌다 하는 시간들을 거치면서 점점 지치고 고갈되었다. ‘언제까지 이렇게 지내야 하지?’ 앞이 보이지 않을 때 느끼는 공포감과 두려움을 경험하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미열이 있는 날이면 오만가지 생각을 다하면서 불안해하고, 아이들이 아프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아찔함은 우리의 삶에 드리워져 있었다. 날이 좋아도 날이 좋지 않아도 집에만 있어야 하는 이 시기에 필요한 것은 바깥세상, 다른 사람들과의 연결이었다. 영상통화로 안부를 전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그나마 조금은 웃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 시기에 비대면으로 강의와 수업, 미팅, 공연, 모임 등이 활발해졌다. 아이들은 태권도를 온라인으로 배우고 소통할 때 조금은 생기 있는 모습을 보였다. 많은 사람들에게 다른 사람들과의 만남과 연결 감은 직접 만나는 것보다는 아니지만 삶의 활력을 주는 듯했다. 코로나의 영향에서 다들 나름의 적응 방법을 익혀가고 있을 때쯤 ‘너무 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새로 이사 온 곳에서 만난 이웃 친구들, 오래된 사이이지만 자주 보지는 못했던 소중한 사람들이 떠올랐다. “얼굴 한번 보자!” 5인 이상 집합 금지가 있기 이전에 코로나의 두려움을 마주하면서도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만났다. 너무나 행복했다. 즐거웠다. 삶의 힘이 생겼다. 아이들이 서로 싸워도 한 명씩 토닥여줄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엄마들의 일상적 죄책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나며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 현저하게 줄어든다. 모든 생활이 어린아이를 돌보는 데 맞추어져 있고 보통은 육아의 대부분을 엄마가 담당하기 때문에 두 몸이지만 한 몸처럼 생활하게 된다. 밖은 물론이고 집에서는 거의 끊임없는 아이들의 요구에 파묻혀 지내기 때문에 ‘논다’는 것에 대한 생각은 거의 할 수 없다. 엄마들에게 ‘놀거나 쉰다’는 것은 아이가 내 1km 반경에 없어야 가능하다. 하지만 아이가 자라 어린이집을 보낼 때도 아이 옆에 있어주지 못한다는 것에 죄책감을 갖는 것이 보통 엄마들이다. 늘 그냥 아이와 모든 시간을 함께 하고 아이가 편안하고 행복하게 지내기 위해 엄마가 있어야 하는 것이 숙명인 것처럼 사는 엄마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코로나의 불확실성 속에 거리두기의 시간을 살아내면서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 블루를 경험하고 있다. 코로나 블루(COVID-19 Blue)는 ‘코로나 19’와 ‘우울감(blue)’이 합쳐진 신조어로, 코로나 19로 인해 일상에 생긴 변화로 인한 우울감이나 무기력감, 신경증을 동반한다. 코로나 블루는 우리에게 사람들과의 만남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반증하고 있다. 이러한 코로나 블루가 엄마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돌보는 사람의 자기 돌봄의 필요성     

 

   돌봄자(caregiver)들의 자기 돌봄(self-care)을 연구한 Thomas M. Skovholt는 다른 사람을 돌본다는 것은 그 사람의 욕구를 돌보는 것으로, 이때 돌봄자의 욕구는 잊히기 쉽기 때문에 자신의 욕구를 어떻게 잘 돌볼 것인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한다. 또한 개인적 자아를 유지하는 것은 돌보는 사람의 역할을 보다 성공적으로 해내기 위해서는 필요하며, 한 개인의 자아를 여덟 가지 영역으로 설명하고 있다.    

  

정서적 자아 돌보기

경제적인 면에서 자아 돌보기

유머를 통해 자아 돌보기

사랑하는 관계를 통해 자아 돌보기

영양과 섭식 면에서 자아 돌보기

신체적 자아 돌보기

놀이를 통한 자아 돌보기

우선순위를 세움으로써 자아 돌보기       

  


『위대한 엄마들의 유희 시간』의 시작      


돌보는 사람으로 엄마의 자아의 건강성은 코로나 블루를 이겨내기 위해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엄마인 나를 위해 심리상담 공부를 하며 배운 내용들을 녹여 자조모임(self-help group: 공통적인 문제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공통의 목적을 위하여 자발적인 비전문적 활동을 함으로써 집단 성원 개개인이 도움을 얻는 모임_네이버 지식백과)을 하나 만들었다.

그 이름이 바로『위대한 엄마들의 유희 시간』이었다. 이 모임을 만들면서 가장 처음 든 생각은 엄마들이 너무나도 대단하다는 인식이었다. 코로나의 갖가지 영향력을 뚫고 아이들과 함께 살아낸 엄마들은 코로나 19의 생존자이자 기여자들이었다. 코로나 19로 인해 돌봄이 가장 큰 난관을 맞이했고,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 아이들, 장애인들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은 바로 엄마들이었다. 학교가 닫혀있는 동안 식사를 제공하고, 공부를 가르치고, 정서적 필요를 채워주고 놀아주는 등 누군가는 그게 당연한 엄마들의 일이라고 하겠지만,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들어가는 자리를 엄마들은 무급으로 그 자리를 메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들이 대단하다라는 인식이 엄마들 스스로에게도 없기에 더 강조하고 싶었다.

    또한 위대한 엄마들이라고 이름 붙인 이유는 엄마들이 논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 때문이었다. 자기 시간을 갖고 자신의 욕구를 돌보는 것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이기적’이라고 생각되어 지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는 “놀이”이 시간이 창의력과 능력을 키워내는 장으로 권장되지만 어른들에게는 특히 엄마들에게는 “놀이”시간은 다른 엄마들과의 차 한잔의 시간 정도로 용인되어 있지는 않았을까?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돌봄노동을 감당하고 생존해낸 위대한 엄마들을 위해 유희 시간은 당연히 누려도 되지 않을까?


   코로나 블루, 레드, 블랙을 뚫어낸 위대한 엄마들의 삶의 지혜와 함께 10주간의 유희 시간이 앞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내가 누구인지 알고 나를 온전히 돌보는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들을 마련하였다. 신나는 시간, 기대되는 시간.. 그 희망만이라도 엄마들의 삶엔 꽤 중요하다. 일주일에 한 번, 하루에 10분 정도 나를 위한 유희 시간인『위대한 엄마들의 유희 시간』시작해보자!



*1장-9장은『위대한 엄마들의 유희 시간』에 주어진 주제를 가지고 에세이를 쓰는 방식으로 하여 이 모임이 추구하고 지향하는 바를 써내려 갔습니다. 마지막 10장에서는 매주 주제 및 활동들을 정리하여 누구든지, 어디서든지 『위대한 엄마들의 유희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안내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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