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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을살아가는힘 May 18. 2021

엄마로 살기와 꿀잠의 상관관계

『위대한 엄마들의 유희 시간』3장

         

수유 텀과 함께 가는 엄마의 생활패턴     


아이가 태어나고 엄마로 살아가면서 가장 먼저 포기한 것은 바로 잠이었다. 누웠다 하면 누가 깨우지 않으면 12시간은 잤던 내가 아이를 낳고 키우는 생활로 접어들면서 통잠을 자지 못하는 갓난아기와 같은 생활패턴을 가지게 되었다. 2시간에 한 번씩 먹고 자고를 반복하는 갓난아기를 돌보는 것은 낮만이 아니라 밤에도 이어진다. 수유 텀이 점점 늘어나긴 해도 돌이 되기까지 밤중에 한두 번 깨는 일이 일상다반사였다. 아이를 먼저 키운 주변의 지인들은 아이가 낮잠을 자는 시간에는 꼭 함께 자야 한다는 당부를 했었다. 하지만 아이가 자고 나면 감길 듯 말듯이 내려가 있던 눈꺼풀이 다시 번쩍 올라가는 건 왜 그랬을까? 아이가 자는 시간은 마치 휴가를 얻은 것처럼 SNS를 돌아보며 바깥(?) 세상은 어떻게 지내는지 살펴보곤 했다.      


아이를 돌보는 삶이란 신체적으로 꽤나 힘든 일이다.  


아이를 돌본다는 것은 단지 아이를 먹이고, 입히고, 재우는 일만이 아니라, 엄마로 “건강하게 살아남기”의 과제가 주어진다. 아이가 원하는 욕구에 응하다 보면 24시간은 부족하고, 엄마 자신을 돌볼 시간은 얼마 없기 때문이다. 2-3시간에 한 번씩 먹이고, 놀아주고, 씻겨주고를 반복하다 보면 내 점심시간은 그냥 넘어가기 일쑤다. 내 밥을 차리고 먹는 시간이 아예 주어지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주어지더라도 내 밥을 차릴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을 때도 많다. 자는 것은 어떨까? 돌이 지나고 기적적으로 밤중 수유를 안 하더라도, 아이들은 면역력이 약하기 때문에 자주 아프기도 하고 자다가 엄마를 찾기도 하고, 아예 저녁잠을 들 생각도 안 할 때도 많이 있다. 엄마가 되고 나서 쪽잠이 아닌 8시간쯤 통잠을 잘 수 있는 것은 언제일까? 아이가 말을 하고 걷고 하면 더더욱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위험한 곳에는 올라가지 않는지, 입으로 가져가서 먹지는 않는지 등등 아이가 깨어있는 시간에는 아이만 주시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된다. 아이를 재우고 남편과 TV를 보며 맥주 한잔하다가도 “엥~”하고 우는 소리가 들리면 우사인 볼트보다 빨리 아이가 자는 방으로 뛰어가는 삶을 2-3년은 했던 것 같다. 엄마들은 다 이렇게 한다기에 나도 그냥 하는 건 줄 알고 해왔다.      



좀 느슨해도 괜찮은데..      


첫째가 9세, 둘째가 5세가 될 무렵 이사를 했다. 그동안 첫째는 내가 끼고 자고, 둘째는 아빠가 맡아서 재워왔었다. 이사를 하면서 남편과 내가 안방을 쓰고, 아이들은 각자 침대를 사서 잠자리 독립이란 것을 시도해보기로 마음먹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 잠자리는 아이와 함께 침대에서 자기 시작하면서 일터(?) 같은 긴장감이 있었던 것 같다. 아이가 조금이라도 더 잘 자게 하려고 넓은 침대에 아이의 자리는 2/3를 내어주고, 나는 아이가 깰까 미동하지 않게 침대 끝에 남은 공간에 웅크려서 자왔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이가 잘 자는 것이 곧 내 삶의 질을 올려주는 것이었다. 반면 아이가 깨서 나만의 시간이 끝나버릴 것 같은 두려움이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살아온 삶이 8년이 되어가고 있었다. 잠자리 독립을 시도했고, 아이들은 몇 번 자다 깨서 우리 방으로 오기는 했지만, 곧 잘 적응했다. 반면, 우리 부부는 서로 함께 한 침대에 있다는 것이 너무나 어색했고, 아이들이 옆에 없다는 것이 이상하게 죄책감이 들었다. ‘이래도 되나?’ 엄마가 되고 나서 갓난아기를 돌보면서 익숙해진 생활의 패턴이 아이들이 크면서도 계속 유지되고 있었던 것 같다.      


엄마 되기와 꿀잠 자기의 상관관계


엄마가 된 후의 삶을 돌아보면 꿀잠은 엄마가 되면서 포기했던 가장 첫 번째 일이었다. 『위대한 엄마들의 유희 시간』 두 번째 모임에서 한 주 동안 수면의 상태를 기록하는 활동을 하기로 했다. 몇 시에 잠이 들고, 몇 시에 일어나고, 몇 번 깼는지, 일어나서 수면의 질까지 평가해보는 것이었다. 모임에 참여한 엄마들의 아이들이 가장 어린 나이는 6세였고, 초등학생 자녀를 둔 엄마들이었는데, 꿀잠을 자고 있다는 엄마는 한 명도 없었다. 꿀잠을 잔다는 것을 생각해본 것이 처음이었고, 인식해보니 잠의 질이 보통 이하인 경우가 많았다. 잠보다는 아이들이 자고 난 뒤 내가 하고 싶었던 공부나 취미활동을 하거나 늦게 까지 시간을 보내다 자는 경우도 있었고, 자는 중간에 여러 소음으로 인해 자주 깨는 경우도 많았다. 무엇보다 잠을 잘 자야 한다는 인식이 많이 부족했다. 수면의 질을 일주일 동안 기록해보면서 얼마나 많은 시간 잠을 잤느냐보다 수면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중요한 요소들도 발견하게 되었다. 엄마가 된다는 것은 꿀잠을 자지 못한다는 것은 아닐 것이다. 24시간 아이를 돌보고 해야 하는 일에 맞춰진 처음 1년의 엄마의 삶의 패턴이 되돌아오지 않은 것은 아닐까?


 내가 먹는 것, 입는 것, 자는 것도
점점 균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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