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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리 May 22. 2023

이혼을 축하해

당신이 원하는 삶을 사는 것 축하해요

오랜만에  카톡 메시지가 도착했다


저 이혼했어요.


항상 사이 좋은 부부로만 알았던 지인이 한 줄로써 이혼을 알렸다.


아무 것도 묻지 않고 , 언니 갈게요 한 마디 답을 남겼다.


바로,  부산행 기차를 예매했다.


뒤이어 수술이 예정돼 있다는 것도 함께 전해주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그렇게 한 줄로 말을 할 때는


이미 큰 결심을 한 게 보였고, 나와 대화를 하고 싶어하는 마음을 직감했다.


몇년 만에 간 부산이었다.


관광이  아닌 언니를 볼 목적이 컸기 때문에 이미 부산역으로 마중 나와있는 언니와 반갑게 인사를 했다.


육하원칙에 의하여 이혼 얘기를 들을 이유가 없었다.


허기진 배를 채우며 자연스럽게 근황을 주고 받았다.


20여 년을 함께 한 사람과 헤어진다는 건 쉽지 않았을 거다.


미성년자 자식이 없으면 이혼은 서류 한 장으로  끝난다고 했다.


합의하에 이혼이라는 말 자체가 그렇게 쉽고도 어려운 말이었다.


자식도 동의를 했고 부모의 뜻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한다.


언니는 지금,


행복하다고 했다.


부부라는 인연을 맺고 20여년을 살고 좋았던 순간도 나빴던 순간도 설명할 이유가 있었겠는가


현재, 부부의 연을 다 끝내고 내 앞에 언니가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게


구구절절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알 것만 같았다.


언니 이혼 축하해요!


그래! 축하할 일이었다.


왜 이혼이 숨겨야 하고 슬퍼야 하고 아파야 하는지


이혼이 꼭 위로받을 만한 일은 아니었던 거였다.


당신, 스스로가 지금


홀로인 것이 행복하다면!



기꺼이 박수쳐줄 일이었다.


누군가의 잘못도 아닌


서로의 인연이 종료된 것 뿐!


나는 언니의 행복을 빌어주었다.


가만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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