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 A but B
모 회사 대표를 만나는 자리였다. 더 정확히는 스카웃 제의 자리였다.
여러 업체의 스카웃 제의를 받았지만, 대부분 이런 자리는 니가 있는 곳은 별로야 우물 안의 개구리야
우리한테 와! 여기가 천국이야! 라는 화법으로 일단 유혹을 하고 본다.
돈 몇 백 더 벌자고? 나의 가치를 아무데나 팔아넘길 사람이라면 한 회사에 5년을 붙어있지 않았을 터!
바보가 아닌 이상! 널 위한 거야! 라는 말을 눕혀놓고 해석하자면 날 위한 거야~ 라는 스카웃 제의는 만나기 전부터 거절할 셈이었다.
그런데 대표는 날 처음 보자마자 피부를 얘기했고, (다음에 얘기하겠지만, 나는 희귀질환을 갖고 있다)
첫마디가 컴플렉스였겠네요! 라고 짠하게 바라보았다. 곧이어!
피부과는 가보았나요? 라는 무례한 이야길 하고 있는데 옆에 날 소개한 언니는
얘가 그래도 이렇게 당당해요 그래서 이 친구가 멋져요. 예전엔 숨기고도 다녔는데 지금은 다 보이게 당당하게 다니고 있어요! 너무 멋져요! 라고 하는데
나는 속으로 무슨 생각을 했게?
왜 내 컴플렉스를 니가 결정해!
언젠가 지금 회사에서도 동료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너 피부 그렇다고 해서 스트레스 받지마 괜찮아! 정말 괜찮아!
.
.
.
와!
과연 괜찮을까!
니가 아니라 내가!
내가 희귀병인 피부질환이 스물셋부터 점점 더 나빠지고부터 사람들이 나를 대하는 모습에서
선과 악을 보았다. 나는 지금까지 산 인생에서 인간이 얼만큼 악한지 알고 있다.
사람의 말이란 것이 이렇게 재밌고도 기이하다. 진정, 그로테스크하다.
내가 이런 말들을 처음 들어왔을까?
나는 이미 나에게 익숙해졌고 길들여져있다 새로 본 사람들은 낯설음에 혹은 이질감에 궁금할 수도 있다.
세상에 이런 일이란 프로그램을 보며 화면 속 희귀질환 주인공들을 보며 눈물콧물을 다 뽑아내고 울던 사람들도 막상 그 주인공을 밖에서 만나면 나를 어떻게 대했는데!
컴플렉스였겠네요!
너 스트레스 받지마 괜찮아!
당당해서 너무 멋있어!
이게 위로일까
응원일까
내 컴플렉스는 내가 결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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