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거라고 좋은 거 아니다
새 신을 신고 뛰어보지도 못한 채 피가 났다
평소 브랜드가 있는 신발을 잘 사지 않았던 나는
신어서 편하면 저렴해도 내게 좋으면 좋은 거라고 생각했다.
나이를 먹기도 했고, 브랜드 신발 하나쯤 갖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 누구나 들으면 알 법한 신발을 사들이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아D다스 나이K 등등 큰맘 먹고 구입했을 때, 쿠션감은 편하기도 했지만, 큰돈 들여 산 신발의 신발끈이 자꾸 풀리면서 신발장에 가둬놓고 꺼내보지도 않고 있다.
그러다가 며칠 전 한 번 더 도전해 보자 하고 카드 할부로 신발 하나를 질렀다.
예쁘기도 하고 나에게 이 정도의 신발도 못 사주랴 해서 고민 없이 보자마자 질렀다.
그렇게 신은 신발이 신는 순간부터 조금 무겁다는 느낌을 받았다.
회사에 신고 출근했을 때, 누군가는 이쁜 신발 잘 샀네 ,라고 반응해주기도 했지만,
무겁다는 건 내 기분 탓이려니
네 신발이 참 좋아요, 라고 같이 웃었다.
그러고 오늘,
예배를 드리러 교회 가는 길에 신발을 신었고, 나는 약간 어색한 보폭으로 걷고 있음을 깨달았다.
왼쪽 뒤꿈치가 쓰라리다는 생각을 하고 보는 데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벤치에 앉아 물티슈를 꺼내어 피를 닦았다.
하얀 운동화 뒷굽에 피가 묻어 있으니 보기 좋지 않았고,
사이즈도 잘 맞는 건데 왜 피가 났을까 멍을 때리며 일어서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래! 이 신발은 내게 맞지 않는 거구나.
나는 빠르게 인정했다.
비싸니까 내게 맞는 거겠지. 비싸니까 편하겠지. 비싸니까 나에겐 좋은 거겠지, 라고 생각한 게
사실은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항상 어떤 관계도 그러했다.
내가 좋아하니까 내가 맘에 드니까 내 맘이 편하니까
이 관계는 잘 맞는 관계라고 생각했다.
사실은 뒤꿈치에서 피가 철철 나도 내 마음에 상처가 켜켜이 탑을 쌓아도
나는 나한테 맞는 관계라고 부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피가 났으니까 상처를 직접 눈으로 보았으니! 이 신발은 내게 맞지 않아!라고 안 신으면 그만인데
이미 낸 돈이 아깝기도 하고 비싼 신발이 날 배신할 리 없어!라고 부정하고 싶었나 보다.
그렇게 나의 신발장엔 한 개의 신발이 신겨지지 않은 채 가둬질 것 같다.
에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