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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용 Oct 31. 2020

시술은 협착증 보다는 디스크병에 응용하자

고가의 시술은 협착증에 효과가 없다 - 수술 대 시술 -

사실 풍선이나 카테터를 이용한 경피적 척추 시술은 진행된 협착증에는 효과가 없다. 그냥 일시적인 경감만 있을 뿐이며 시간이 경과하면 다시 괴로워진다. TV나 매체에는 수박 겉핥기 같은 단기간의 효과만 보여줄 뿐이다. 


풍선 시술은 사실 심혈과 또는 뇌혈관 질환에 효과적이다. 요즘 주변에 심장병 내지는 관상동맥 질환으로 심장 스텐트 시술이나 풍선 확장술 시술을 받은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된다. 심장으로 가는 소혈관이 막혀있는 경우 부분 마취로 개흉술 없이 카테터를 혈관에 삽입하여 풍선이나 스텐트로 좁아져 있는 혈관을 넓히고 유지하는 시술인 것이다. 이경우 심장 시술이 사람의 생명을 살리고 급사를 예방하는 좋은 치료법이 된다. 그렇다면 척추관 협착증도 이러한 원리를 이용하면 시술로 신경관을 넓힐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합리적인 기대를 가지게 될 것이다. 많은 환자들이 척추관 협착증에 풍선 성형시술을 하게 되는 주된 근거이다.


과연 중등도 이상으로 진행된 척추관 협착증에서도 시술이 효과적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혈관과 척추관은 기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혈관은 말랑말랑하다. 비록 찌꺼기가 혈과 내로 침착되어있는 죽상경화증의 경우에도 기본적으로 소프트하다. 그러므로 풍선이나 스텐트에 의해 비교적 쉽게 확장이 되고 유지될 수 있다. 그렇지만, 척추관은 다르다. 척추관 협착증은 신경관의 내부에 군 뼈가 자라고 인대가 두꺼워지면서 매우 딱딱한 협착을 이룬다. 매우 완고하고 견고해서 우리가 생각하는 풍선이나 스텐트 등으로 넓힐 수 없다. 예외적으로 비교적 초기의 협착증이나 디스크 병인 경우 이러한 시술이 유착을 어느 정도 풀어주고 신경이 숨을 쉬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언정, 차이를 만들어낼 정도의 확장은 불가능한 것이다. 

혈관은 말랑말랑하고 척추관은 딱딱하다. 그러므로 혈관은 풍선으로 확장 가능하고 척추관은 확장 불가능이다. 최소한 현재까지는 말이다. 미래에, 어쩌면 가까운 미래에 이러한 딱딱한 척추관을 시술로도 넓힐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된 가능성이 있다. 그렇지만 현재에는 아니다. 그러므로 일부 상업적인 의료진의 감언이설에 넘어가지 말자. 협착증인 경우 그 병기에 따라서 치료방침을 결정하길 바란다. 


그렇다면 실제로 이러한 경피적 척추 시술이 효과적인 경우는 언제일까? 이들 시술법들이 효과를 발휘하는 경우도 확실히 있다. 대개의 디스크병에는 효과적일 수 있다.

 원리적으로 풍선 신경성형술 또는 경막외 신경성형술 및 박리술은 신경과 주변 압박 조직 사이에 물리적으로 유착을 박리하는 효과를 준다. 이러한 원리에 따르면 자연치유가 가능한 추간판 탈출증이나 경증의 협착증 또는 수술 후 유착 증후군 등에 효과가 있을 수 있다. 탈출되어 이동한 추간판은 시간이 지나면 우리 몸의 면역기능에 따라서 스스로 소멸된다. 그렇지만 그 크기가 크거나 신경을 심하게 자극하는 경우 추간판 덩어리가 소멸하는 시간보다 염증과 신경근병증을 일으키는 작용이 더 크다면 좀 더 적극적인 치료의 필요성이 있고 이때 이러한 풍선 신경성형술이나 경막외 신경 박리술이 염증반응을 줄이고 자연치유를 촉진하는 훌륭한 기능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카테터나 풍선을 이용한 척추 시술은 디스크병에 응용하는 것이 좋다고 기억하자. 그렇지만 효과에 비해 너무 비싼 치료법이므로 가성비가 좋지는 않다.


경피적 신경공 확장술은 어떤가? 원리적으로는 신경공이 좁아져서 신경을 누르는 경우 이 신경공을 투시경을 통해 특수 기구를 통해 신경공을 확장시켜서 신경 압박을 해결한다는 원리이다. 언뜻 보아서는 매우 매력적인 치료방법일 수 있다. 부분마취에 특별한 기구 없이 비교적 간단하게 치료할 수 있고 더군다나 경막외 신경 박리술을 겸해서 시술할 수 있으므로 더할 나위 없어 보인다.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신경을 압박하는 신경공 협착증은 현미경이나 내시경을 직접 관찰하지 않고 단지 그림자만 거칠게 확인하는 투시경으로는 신뢰성 있게 감압할 수 없다는 점이다. 운이 좋으면 신경 감압이 되고 운이 없으면 효과가 없는 것이다. 대개 웬만한 증상이 있는 여러 환자들이 이 시술을 받을 수 있는데 많은 수가 경증이어서 언뜻 보아서 효과가 있는 것처럼 착시효과를 보일 뿐이다. 중등도 이상의 협착증에는 효과가 없는 것이다. 

신경공 확장술이 효과적이려면, 현미경이나 내시경하에서 정밀하게 해부학적 구조물들을 직접 관찰하면서 전문가가 시행할 때 비로소 효과가 있는 것이다. 


함부로 시술하지 말자. 시술의 결과가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을 때 시술한 의사들은 이렇게 말한다. 주사요법을 추가로 더 해보고 안되면 수술해야 하겠네요... 이 얼마나 무책임한 말인가? 수백만 원을 들여서 행여나 하고 시술하였지만 결국 효과를 보지 못하고 수술을 하게 되다니... 더욱 슬픈 사실은 심지어 시술 의사들도 효과가 없을 것을 미리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성공적이지 못한 결과는 단지 “단계적 치료”의 일환이라고 포장하는 비겁한 경우도 많이 있다. 이것은 사실 “단계적 치료” 가 아니다. 실패가 예상되어도 안되면 수술하거나 큰 병원으로 보내면 된다고 생각하는 무책임한 의사의 무책임한 자세일 뿐이다. 실제로 경피적 신경공 확장술은 신경공을 통한 신경차단술의 확대판이라고 보면 된다. 환자들도 이 정도로 이해하고 시술에 임해야 할 것이다. 즉, 신경차단술로 좋아질 환자들인 것이다.


한 줄 요약: 경피적 시술은 협착증에 효과가 없다. 또한, 시술로 좋아질 환자는 대개 신경주사치료로도 호전된다. 함부로 고가의 시술을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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