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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용 Aug 28. 2020

수술이냐 시술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척추병의 올바른 치료법 선택 가이드 - 수술 대 시술 -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건강한 삶을 방해하는 질환은 고혈압, 당뇨병, 비만 등 각종 성인병에서부터 암, 뇌질환, 각종 희귀병에 이르기까지 무수히 많다. 그중 허리병도 한몫을 하고 있다. 성인의 80% 이상은 감기와 같이 빈번하게 요통을 경험한다고 하니 고령화되고 인구가 늘어날수록 이로 인한 질환자는 앞으로 더욱 많아질 것이다.  

막상 진단받고 자신의 몸이 아프면 각종 비수술적 치료에서부터 수술에 이르기까지 어떤 치료부터 해야 할지 막막해지기 마련이다. 척추 질환은 그 범위가 광범위하다. 단순히 쉬기만 해도 치료되거나 주사로 치료되는 병이 있는가 하면 시기를 놓쳐 큰 수술을 필요로 하는 경우도 있다.


시술과 수술의 차이는 무엇일까? 많은 정의가 있겠지만 가장 상식적인 생각은 피부 절개를 하는가의 여부일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조직을 제거하느냐 안 하느냐로 구분한다. 예를 들자면, 피부 절개를 하지 않아도 내부의 조직을 많이 떼어내는 행위는 경피적 수술에 해당한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디스크 병이나 협착증에 걸렸을 때 약이나 물리치료로 안 되는 경우 대학병원에서 전신 마취하에 큰 수술을 받아야 했다. 불행하게도 합병증의 가능성이 높았으며, 회복기간도 매우 길었다. 지금도 "척추에 함부로 칼을 대면 안된다"는 말은 이때의 사회적 트라우마에서 생긴 것이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일단의 척추 의사들이 미세침습 척추치료라는 개념을 들고 나오면서 척추치료가 대학병원의 큰 수술에서 개원병원의 케쥬얼한 치료 대상으로 파라다임이 바뀌게 된다. 미세현미경 수술 및 척추 내시경 시술 등의 기념비적인 치료법들이 나오면서 척추전문병원의 전성시대가 도래했다. 이후 20년에 걸쳐서 미세침습 척추치료의 개념은 잘 다듬어지고 정리되어 지금은 대학병원, 전문병원 가리지 않고 척추치료의 메인스트림이 되었다.

하지만, 명이 있으면 암이 있는 법, 척추 시술의 지나친 가벼움과 상업화는 수술을 피하려고 하는 심리를 교묘히 이용해서 비용만 비싸고 효과 없는 시술이 남용되는 사회적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사실 지금도 그렇다, 많이 그렇다). 그만큼 옥석을 가리는 것이 어렵고도 중요한 시대가 된 것이다.


척추치료법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은 병의 병기 및 중증도이다. 즉, 병이 얼마나 진행되어있고 얼마나 심하냐 이다.


앞서 디스크병은 자연 소실 내지는 자연치유가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므로 디스크병 진단을 받았다 하더라도 곧바로 수술을 고려하지는 않는다. 발병 후 6주 이내의 요통과 엉덩이 통증이 있는 경우는 대개 경증 디스크병에 속한다. 이경우, 대개 안정을 취하면서 약을 복용하고 물리치료를 하는 등의 보존요법을 하면 대부분의 디스크병은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디스크병의 90% 이상은 비수술 요법으로 완치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보존요법에도 불구하고 3개월 이상 통증이 지속되는 만성 디스크병이나, 요통에 지속적인 하지방사통이 동반되는 중등도 디스크 병인 경우에는 신경차단술이나 적극적인 경피적인 척추 시술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 믿을 수 있고 경험 많은 의료진의 가이드 하에 적절한 시술을 받고 관리를 잘한다면 그리 무서운 병이 아니다. 특수한 경우 아니면 어느 정도 시간을 끌면서 자연치유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디스크병에서도 수술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첫째, 방사통에 심각한 신경학적 결손이 동반된 중증 디스크 병인 경우이다. 하지의 특정 부분의 근력이 약화되어 기능적인 장애가 초래될 경우 수술을 하지 않으면 영구적인 후유증이 남을 수 있으므로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둘째, 마미총 증후군이다. 근력 약화가 광범위하게 오거나, 대소변 성기능의 장애가 발생한 경우 등이다. 이경우는 발견 즉시 응급수술이 필요하다. 셋째, 6주 이상의 적극적인 보존요법에도 불구하고 증상의 호전이 전혀 없거나 진행한 경우이다. 이세가지 경우 중의 한 경우에 해당한다면 수술적 치료가 답이다. 그렇지 않다면 더 기다리시라.

반면 협착증은 어떤가? 디스크병과 달리 매우 천천히 진행하는 병이고, 그 증상이 느껴졌을 때는 이미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이다. 또한 병의 진행이 가변적인 디스크병과는 달리 한번 생긴 협착증은 돌이킬 수 없다. 그리고 계속 점진적으로 진행한다. 예를 들어, 지금 협착증 4기가 1년 후에 3기로 호전되고 하는 경우는 없다. 그러므로 협착증의 치료는 그 병기가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그 병기에 의한 치료법도 비교적 예외 없이 정확하다. 편의상 초기, 중기, 말기로 구분해 보자.

초기 협착증은 중심성 협착증 1기로 대표될 수 있고, 비교적 신경관의 협착이 경미하므로 협착증 전용치료제를 복용하거나 교정 운동 및 간단한 주사요법 정도로 잘 치료가 된다. 또한 평소에 꾸준한 운동과 올바른 생활습관을 유지한다면 더 나쁜 단계로 진행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중기 협착증은, 중심성 협착증 2기에 해당한다. 이경우는 척추관의 좁아짐이 영상 검사로 뚜렷이 나타나면 신경증상이 뚜렷해질 수 있다. 이경우, 보존요법에 더해서 경피적 시술을 해준다면, 증상의 호전 및 근치의 수준까지도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꾸준한 운동과 자세 유지가 병의 악화를 예방하는데 중요하다.

그렇지만, 신경 압박이 현저해지는 3기 또는 4기의 말기 협착증이 되면, 솔직히 말해서 백약이 무효이다. 기계적인 감압 없이는 완치는 불가능하다. 이경우는 환자가 택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은 둘 중의 하나인 것이다. 현재 상태의 병과 타협을 하며 살아가거나, 아니면 수술을 하는 것이다. 사실 삶의 질이 떨어진 상태로 십수 년 내지는 수십 년을 살아가는 것은 시간 낭비이자 형벌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적절한 수술을 한다면 삶의 질을 높이고 완치된 삶을 누릴 수 있다. 수술이 필요한 협착증의 경우 적절한 수술을 했을 때 수명이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러므로 말기 협착증은 삶의 질을 높이고 수명 연장을 위해서도 수술이 필요하다.


한 줄 요약: 디스크 병은 가변적이다. 그러므로 보존요법이나 비수술 치료가 유효하다. 반면에, 협착증은 지속된다. 변하지 않는다. 1,2기에는 비수술요법, 3,4기에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병의 종류 및 병기에 따른 바람직한 치료법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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