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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용 Sep 01. 2020

전문병원 대 대학병원

병원도 개성이 있다 - 수술 대 시술 - 

필자는 과거에 개원가 봉직의로 일하다가 수년 전 대학병원 교수가 된 특이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17년간 척추전문병원에서 잔뼈가 굵었다. 그것도 말만 하면 다 알 만한 대표적인 척추전문병원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으며 일해왔고 결국에는 병원장까지 역임했었다. 그 이후에 뜻한 바 있어 대학병원의 의대 교수로 자리를 옮겨서 일하고 있다. 대학병원에서 전공의 및 전임의 시간을 겪고, 이후 척추전문병원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고 다시 대학병원 척추신경외과 교수로 일하고 있으니, 누구보다 개원가와 대학병원의 생리를 잘 알고 있다. 병원의 종류에 따라 미묘한 특성의 차이가 있으니, 그 생태계가 다르다. 병원보다는 의사의 차이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으나, 환자로서 보호자로서 병을 치료함에 있어 병원의 차이를 알고 있는 것이 현실적으로 중요하다. 


우선 척추전문병원에 대해서 알아보자.

첫째, 척추전문병원의 기본 목표는 신속 정확한 치료를 통한 영리 추구이다. 사실, 전문병원의 제일 모토는 글자 그대로 “서바이벌”이다. 갈수록 척박해지는 한국의 의료현실에 점점 개원가의 상황은 악화되고 있고 이러한 현실에서 규모가 작은 중소병원들은 살아남는 것이 지상의 목표가 된 지 오래다. 직원들의 급여나 병원의 경영을 유지하기 위해서 자연히 매출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둘째, 환자의 진단 및 치료의 과정에서 효율성을 중요시한다. 물론 경험과 의학적 근거에 의해서 소신 진료하는 의사 선생님들이 대다수이지만 전문병원의 특성상 단순한 의학적 판단과 더불어 경영적인 측면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다. 그래서 때로는 소신진료가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어떤 허리디스크 환자에 대한 치료 옵션이 몇 가지가 있을 때 단순이 의학적인 판단보다는 여기에 경제적인 측면이 개입된다는 것이다. 또한 전문병원에 근무하는 봉직의 또는 개원의의 경우 환자 개개인에 대한 진료 수입이 본인의 수입과 직결이 되기 때문에 소신진료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 

셋째, 적극적인 치료를 권유하는 경향이 있다. 많은 디스크병이 자연 치유된다고 저자가 말한 바 있지만 전문병원에서는 같은 값이면 보다 적극적인 치료를 권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보다 빠른 환자의 회복을 기대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과잉진료의 위험성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넷째, 그렇지만 이 모든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척추전문병원의 존재감은 압도적으로 풍부한 임상례에 있다. 척추전문병원은 척추 한 가지 분야에 대해서만 특화해서 다루기 때문에 환자가 압도적으로 많고 그로 인해 막대한 경험과 데이터가 쌓인다. 그래서 척추분야, 그중에서도 특히 디스크병과 협착증에 대해서는 대학병원이 따라올 수 없는 치료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특화된 치료 경험과 방법은 척추전문병원의 존재 가치이다. 

다섯째, 신속한 치료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흔히 대학병원은 몇 개월을 기다려서 5분 진료하고, 또 몇 개월을 기다려야 수술이 가능하다는 말을 한다. 정작 아픈 사람은 너무 괴로워서 오늘 밤이 두려운데 어떻게 몇 개월을 기다리란 말인가? 전문병원에서는 당일 입원 및 신속 치료가 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단위 시간 내에 많은 환자가 와도 그들을 맞을 준비가 되어있는 곳인 것이다. 이 또한 척추전문병원의 장점 중의 하나다. 

마지막으로, 최신 치료 기법의 도입이 빠르다. 현대는 빛의 속도로 의학기술이 진보하는 시대다. 척추 분야도 예외가 아니어서 하루가 머다 하고 새로운 치료법이 소개되고 있다. 이러한 척추 치료의 최신 지견들을 척추전문병원에서는 발 빠르게 도입하여 환자 치료에 응용하고 있다. 


반대로, 대학병원 척추센터를 알아보자. 

첫째, 상대적으로 영리 추구와 연구에 균형을 맞추고 있다. 물론 대학병원도 한국의 의료 현실 하에서는 영리 추구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개원가에 비해서는 덜 영향을 받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매출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일선 의료진들에게 미치는 영향도 덜하다. 그러므로 단순히 환자를 많이 보는 것만이 대학병원 의사의 미덕이 아니라 연구 및 교육에도 그 방점이 찍히는 것이다. 

둘째, 환자의 진단 및 치료과정에서 어느 정도 소신진료가 가능하다. 대학병원 의료진들은 순 진료 수익뿐 아니라 연구, 교육적인 측면에도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에 효율성보다는 의학적 근거에 보다 충실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환경이 비교적 소신진료를 가능하게 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의학적 약자인 환자들에게는 반가운 점이 아닐 수 없다. 

셋째, 병과 치료를 대하는 자세가 상대적으로 보수적이다. 척추병을 치료함에 있어서 최신 치료법보다는 비교적 검증된 치료를 선택하려는 경향이 있다. 같은 병을 대하더라도 보다 보존요법 쪽을 선호하고 최신 치료보다는 표준치료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비싼 최신 치료에 대한 유혹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넷째, 대학병원 척추센터는 다루는 병의 종류나 범위가 상대적으로 다양하고 중증질환이 많다. 사실 척추라는 분야 전체를 놓고 볼 때, 디스크병과 협착증은 빈도수는 압도적으로 많지만 비교적 경증 질환에 속한다. 따라서 대학병원에서는 이러한 퇴행성 질환뿐 아니라, 척추종양, 혈관질환, 외상, 선천성 기형 및 변형 등 보다 중증도 가 높은 질환에도 같은 비중을 두어 치료한다. 그러므로 경증 질환인 디스크병과 협착증에 관한 한 전문병원만큼의 임상례가 안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치료 경험이나 노하우 면에서 불리한 점이 있다. 

다섯째, 대기시간이 길다. 디스크병이나 협착증 환자들은 무엇보다 “아프다.” 아파도 많이 아프다. 그런 환자들에게 몇 주 또는 몇 달을 기다려서 진료를 받아야 한다면 어떻겠는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또한 입원 수속이나 행정적인 처리도 상대적으로 복잡하고 오래 걸릴 수 있다. 그러니 아픈 척추환자들에게는 대학병원의 문턱이 너무 높다고 할 수 있고, 이점이 그동안 한국에서 척추전문병원이 인기를 끌었던 이유 중에 하나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최신 치료법이나 장비의 도입이 늦다. 빠르게 변하는 진료 환경에 적응하려면 최신 치료법 및 해당 장비의 도입이 필수적인데, 현실은 그 니즈를 따라가지 못한다. 특히 척추분야에서는 미세침습 척추치료가 치료의 화두인데 해당 장비의 신청에서 허가 및 도입까지 걸리는 시간은 몇 년이 될 수도 있다. 이점은 척추전문병원에 비하면 단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한 줄 요약: 비교적 초기 또는 경증 질환의 치료는 전문병원이 좋고, 말기 또는 중증 질환의 치료는 대학병원이 유리하다. 전문병원에서는 과잉진료를 주의하고 대학병원에서는 아쉽다. 상식적이지만 중요한 사실!


척추 전문병원과 대학병원의 특징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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