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압과 재건축 - 수술 대 시술 -
앞서서 ‘수술’은 조직의 일부를 제거하거나 조직에 뭔가를 삽입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말속에 척추수술의 원리가 담겨있다. 중증 또는 말기 협착증, 보존요법으로 호전되지 않는 디스크병 등은 부득이하게 수술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척추 수술의 기본 원리는 무엇일까? 그것은 전문가들의 몫이고 일반일들은 알아서는 안 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척추수술은 의사의 충고에 의거하여 본인이 결정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 원리를 일반인들도 알아야 한다. 현재 척추수술방법은 매우 다양해서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지만, 기본 개념은 의외로 단순하다. 척추병의 기본 병태생리를 이해하면 수술의 원리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통증과 마비, 대개 디스크병 또는 협착증 환자들은 둘 중의 하나로 고통받고 있다. 이 증상은 결국 두 가지 병태생리에 의한 것이다. 신경이 눌리거나 몸의 기둥인 척추가 불안정하거나, 둘 중 하나이다. 척추수술은 이 두 가지를 해결하기 위해 존재한다. 눌리는 신경을 안 눌리게 풀어주고 (감압), 불안정한 척추를 보강하여 안정화시키는 것 (재건축), 이 두 가지가 척추수술의 원리이자 미션이다.
감압과 재건축, 이 두 가지 중 하나를 적용하거나 두 가지를 동시에 적용하는 것이다.
첫째, 감압을 생각해 보자. 이경우는 신경이 눌려있는 것이 주된 병태생리이고, 불안정증은 없는 경우이다. 탈출된 디스크 또는 두터워진 인대가 신경을 누르고 있어서 팔다리가 당기거나 저린 증상이 생기는 경우이다. 대개는 신경증상이 생긴다. 요통보다는 방사통이나 신경마비가 주된 증상인 경우가 많다. 이 경우는 비정상적으로 튀어나온 조직을 제거하고 신경을 숨 쉬게 하는 것이 수술의 요체이다.
둘째, 재건축에 대해 생각해 보자. 신경은 별로 눌리지 않는데, 지탱해 주는 척추 자체가 불안정하여 요통 또는 경추통 등이 생기는 경우이다. 이 경우는 신경 감압은 별로 중요하지 않고 척추 분절을 보강하는 수술을 하게 된다. 사례에서는 비교적 드물지만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마지막으로, 감압과 재건축을 동시에 시행하는 경우이다. 신경이 눌려있는데 척추 분절이 불안정하기까지 한 경우이다. 이 경우는 수술이 더 어렵고 복잡해질 수 있어도 진정한 의미의 ‘근치’에 가까운 효과를 줄 수 있다. 디스크 병 또는 협착증과 척추 전방 전위증 같은 불안정증이 동반하는 경우이며, 의외로 많은 수술이 이 경우에 해당한다.
병을 치료하는 데 있어서 병소를 정확히 진단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어쩌면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병이 위의 세 경우 중에 어떤 범주에 속하는 지를 잘 따져서 감압이 필요한지, 재건축이 필요한지 아니면 둘 다 필요한지를 잘 분류하여야 척추수술의 결과가 좋다.
의사와 수술에 대해서 상의를 하게 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무조건 나사못 임플란트를 삽입하지 않는 수술이 좋다고 만은 할 수 없다. 왜냐하면 나의 병이 신경 압박과 척추 불안정증이 겹쳐 있다면, 단순 감압 수술만 했을 때 신경 감압은 만족스럽게 될지 몰라도 쳑추 불안정증이 그대로 남아있거나 오히려 더 심해질 수 있고 그로 인해 수술 효과가 단기간이거나 수술 전보다 더 나빠지는 경우도 있다. 반대로 단순 신경 압박만 있고 불안정증이 없는 경우인데 지나치게 감압을 많이 하고 나사못으로 보강하는 수술까지 하게 된다면 불필요한 수술을 추가로 하게 되는 결과가 되고 수술이 필요 이상으로 커짐으로 해서 합병증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사실 척추 의사의 실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가 바로 병태생리의 범주를 잘 파악하고 수술방법을 잘 적용하는 능력이다. 수술에 대한 설명을 하는 의사의 말을 경청해보자. 명의는 무의식 중에 이러한 범주를 잘 분류하여 설명해줄 것이다. 환자 자신의 문제를 생각해 볼 때, 이 세범주의 수술법 중에 어떤 수술이 효과적일지는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답이 나온다.
다시 한번 수술법의 원리를 정리해 보자. 감압과 재건축. 둘 중 어느 하나가 필요한 상황인지, 아니면 둘 다 필요한 상황인지를 살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