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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완뚜 Jul 18. 2024

늙는다는 것


아이에게 말로만 듣던 락볼링장에 가게 되었다. 글쓰고 수다만 떨던 아줌마들이 수년만에 몸쓰기 외출을 단행했다.

두팀으로 편을 나누고 게임비 내기도 한다. 시작부터 깔깔깔 웃음꽃이다. 결혼 전에는 꽤 오랫동안 친구들과 모여 놀던 곳이 볼링장이었다. 한번모이면 네다섯 게임은 기본이었으니 두게임을 목표로 한 오늘은 가벼운 몸풀기라고 생각하고 시작했다. 그 시절에는 점수 제법 괜찮았으니 부끄러울 정도는 아니리라. 썩어도 준치라고 기본은 하겠거니 재미있게 즐기자는 마음이었다.


왠걸.

16파운드 공으로 가볍게 레인에 던져대던 나는 7파운드 공에 끌려가며 레인으로 들어갈 뻔 했다. 아무리 운동신경이 없기로서니 20년의 세월은 나를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 놓은 것만 같았다. 한번쯤은  '파악'하며 깨어지는 쾌감을 느끼고 싶었건만 두게임 내내 공던지는 팔에  힘을 주고 쓰러지지않기 위해 무릎에 집중했다.


몸의 한계는 극명했다. 이미 병원에서 허리디스크, 목디스크, 퇴행성 관절염의 시작을 진단 받은 몸이니 어련 하시겠나. 거기다 팔꿈치는 엘보로 고생 후 회복되는 중이었으니 멀쩡하지 못한 몸뚱이는 사실 어디 한 곳 괜찮은 곳이 없다. 의지를 꺾는것은 언제나 몸뚱이이다.


참옥한 패배는 깔깔거리며 숨넘어가는 아줌마들의 즐거움에 더한 감미료 역할을 했다. 그러면 되었다. 재미있고 즐거우면 그만이라 생각했다.


집에 돌아와 씻고 누우니 병원 진단 받은 모든 곳이 난리다. 아우성을 친다. 돌아눕지도 앉지도 못하겠다. 이럴줄은 진짜 몰랐다. 분명 놀때는 재미있었고 아픈줄도 몰랐다. 몸이 왠일로 허용해 주고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더랬다.


아! 인생의 허무함이여,

이제 이 정도의 놀이도 허락하지 않는 신체의 깐깐함에 억울하고 슬프다. 얼마만의 일탈이었건만 하나 깨달은건 예전처럼 일탈이 마냥 즐거운 것만은 아니라는것, 댓가가 생각보다 크다는 거다. 출근해야 하는데 여전히 어기적거리며 허리를 잡고 걷는다.


볼링장 나들이 후,

하나 깨달은 건,

늙는 건 억울하고 슬픈 일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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