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forever Young
Nov 01. 2024
하객들 앞에서 행진을 하고, 사랑을 맹세하고, 부부가 되었음을 공식적으로 선포하고 나면 왠지
'And they both lived happily everafter' 하는 예전 디즈니 만화 속 해피엔딩 대사가 떠오른다. 골치 아팠던 결혼식이 드디어 끝나고 몹시 홀가분한 마음으로 신혼여행을 다녀왔다. 이제 둘이 평탄하게 행복하게만 살 거 같은 그런 엔딩.
끝이라고? 천만에!! 이제 겨우 첫 단추를 끼웠을 뿐, 진짜는 지금부터다. 무려 30년이 훌쩍 넘는 긴 세월 동안,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자란 여자와 남자는 먹는 것, 입는 것, 잠버릇, 그리고 화장실 사용법까지 모든 것이 다 다르다. 연애할 때는 왠지 모든 것이 잘 통하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서로가 가장 좋은 모습만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또 서로의 마음에 들지 않은 행동을 안 하려고 열심히 맞춰주었던 것일 뿐, 결코 둘은 똑같지 않다. 생각해 보라. 함께 살고 성장한 형제자매라도 온전히 성향이 맞을 일은 극히 드물지 않은가. 결혼 후에는 진짜 자기 습관이나 드러내지 않았던 모습이 보일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서, 아침에 출근한 뒤에 남겨진 자리를 보면 그는 옷을 보통 의자에 걸쳐 놓았고 나는 각을 세워 접어놓는다. 그가 휴식할 때 주로 컴퓨터를 보면 나는 좋아하는 드라마를 보거나 혼자 있을 때는 책을 본다. 그가 곱창이나 국밥을 몹시 좋아하지만 그 메뉴들은 내가 제일 싫어하는 메뉴다. 이 모든 것들이 결혼식 이후 하나씩 모습을 드러내고 나면 이해가 안 될 때도 있고, 속으로 순간 "왜 저래??" 하는 순간도 분명 나타난다. 그리고 이런 순간마다 눈을 번뜩이면서 날이 선 말들이 부딪힌다면 피 터지게 싸운다는 신혼생활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이제껏 크게 싸운 적이 많지 않다. 그렇다고 이견이 있을 때 무조건 피하지도 않는다. 다만, 처음에는 왜 그럴지 생각을 해보기도 하고 내가 갸우뚱하는 만큼 그 역시 내가 인지하지 못하는 부분에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터라 받아들여보려고 한다. 간혹 거슬리는 행동이 계속되고 도저히 참지 못 할 때, 무조건 이렇게 해! 가 아니라 부탁을 해보려고 노력한다. ( 그러나 이걸 어기고 날 세우는 건 거의 나다.)
결혼 3년 차가 되어서야 나는 종종 그와 순대국밥을 먹으러 가자고 제안을 하고, 그는 내가 좋아하게끔 말끔히 옷을 접어놓고 외출을 한다. 둘 다 참 간단하고 단순한 행동인데 이걸 자의에 의해 행하는데 무려 만 2년이 걸렸다. 몇 십 년간의 습관을 하나 바꾸는데 2년이면 그래도 나쁘지 않은 점수라 생각한다. 앞으로도 서로에게 바꾸었으면, 하는 것이 몸에 새겨지기 위해서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령 바뀌지 않을지언정 나를 생각하고 이해하려는 그의 노력이 보이는 것만으로 감사한다. 비난보다는 부탁을, 결과보다는 노력의 과정을, 갈등보다는 타협을 중요시한다면, 분명 우리는 말 그대로 'live happily everafter'를 이룰 수 있을 것 같다. 다가올 내일도, 행복한 부부생활을 할 수 있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