앓던 1주일
우리 남편은 처음에 내가 아플 때마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밤을 꼬박 지새웠다. 시댁 가족들은 워낙에 건강 체질이라서 1년에 병원을 가실 일도 드물었고, 이렇게 1년에 몇 번이나 열이 치솟은 일도 없었다. 그런 가족과 살다가 나랑 우리 친정가족과 같이 약골을 마주하니 그는 많이도 걱정을 했다. 종종 내 열기에 내가 뜨거워서 눈을 떠보면 남편은 옆에 앉아서 한 손은 내 이마에 물수건을 대고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체온계가 삐빅 하면서 여지없이 38도를 훌쩍 넘고 좀처럼 열이 내리지 않으면 그는 입으로는 "괜찮아 괜찮아" 하지만 응급실을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혼자서 어쩔 줄을 몰랐단다.
이번 감기는 대략 1주일을 갔다. 이번엔 감기+ 백신예방접종 부작용까지 합세하여 아주 신명 나게 아팠다. 남편은 어차피 내가 백신을 맞으면 엄청 아플 것을 예상하고 있어서, 이번에도 잠을 자다가 후끈거리는 엄청난 인간 난로를 마주하고는 밤을 새울 각오를 조용히 다지며 일어났다. 이제 물수건, 체온계, 해열제 등을 아주 순차적으로 척척척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 그도 이제 간병 프로가 다 되었다 싶다. 열이 나는지 안 나는지 자면서도 기가 막히게 감이 온다는 우리 남편. 약은 무슨 계열을 먹어야 잘 듣고 뭘 해줘야 그나마 먹는지 척척! 그는 나를 간호하는 내내 밤새도록 머리를 굴리면서 아내의 감기 회복 프로젝트를 짜본다. 나는 조금 괜찮아진다 싶으면 신나게 까불고 강아지랑 같이 방바닥 구르면서 놀다가 약기운이 떨어지면 다시 기어서 침대로 올라가는 생활을 한 사흘은 반복했나 보다. 나 때문에 덩달아 잠도 못 자고, 회사 일에 강아지 산책까지 일을 도맡아 하던 남편 역시 몸이 축나기 시작했는지 내가 좀 살만하니까 그의 기침이 시작되었다. 보통 우리 친정은 누가 심하게 감기에 걸리면 그날부터 온 가족이 마스크 쓰고 거의 방역 업체 수준으로 세니타이저를 애용하며 밥도 겸상하지 않는다. 근데 우리 남편은 마스크는 고사하고 아주 옆에 딱 붙어서 나를 지켜보고 지켜보다가 결국에는 바통터치하듯 본인이 끙끙 앓고야 만다. 오한으로 이불속에서 떨면서도 [내가 아파버려서 미안해-근데 나 괜찮아!]하는 그는 몸만 컸지 과로에 취약해서 1주일이 훌쩍 지난 지금도 아주 집이 떠나가라 기침을 한다. 본인이 열이 나면 [나 아파!] 라기보다는 [당신이 이렇게나 아팠었구나] 하는 이 공감 대장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정말이지 우리 남편은 아내에 대한 공감과 연민과 사랑이 넘치고 또 넘치는 남자임에 틀림없다. 우리가 서로 번갈아가며 아픈 사이에 세상이 온통 붉게 노랗게 물들었다. 그래도 이 짧디 짧은 단풍을 즐겨보겠다면서 기어이 나와 구경을 한 참 대단한 우리 둘. 그래도 겨울이 다가오기 직전에 바라보았던 주변의 단풍을 첨부해 본다.
아마 지금도 직장에서 오늘 저녁으로 해주겠다던 동파육 레시피를 중간중간 찾아보고 있을 우리 남편..(이 와중에 요리도 해준단다..) 얼른 기침아 멎어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