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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orever Young Oct 22. 2024

결혼 전 이야기

늦깎이 결혼의 출발지점

 어린 시절부터, 결혼을 안 할 거라는 생각은 해보질 않았다. 오히려 나는 대학 졸업 후 머지않아 결혼을 할 것이라 자신했었다. 정말 완전한 나의 이상형에 부합하던 첫 애인은 나의 세상을 온통 핑크빛으로 만들었고 반년이 조금 넘은 시기에 그가 내게 고한 이별은 나의 삶을 송두리째 캄캄하게 만들었다. 첫 연애 상대를 내가 너무 좋아했던 탓인지 그 연애 이후에 아주 부지런히 여러 사람과 데이트를 즐기고 짧게 혹은 꽤 몇 년을 만났지만, 진지하게 함께하는 미래가 그려지는 사람이 내게는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마음에 들지 않은 행동이 보이거나, 몇 번의 갈등이 발생하면 고민의 시간을 길게 거치지 않고 담백하게 안녕을 고했다. 그런 이별이어서인지 연애가 끝나도 늘 무덤덤했고 나의 행동은 평소와 다를 바가 없었다.

20대와 30대 초반까지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면서도 새로운 이를 만날 기회가 있었기에 아쉬움이라곤 없던.. 세상 고고하기만 했던 나. 그러다 문득 정신 차리고 보니 나는 서른 중반이 훌쩍 지나있었다. 그리고 여전히 온 마음을 다하고 싶은 그런 연애와는 거리가 먼 겉핥기식 만남을 또 내 손으로 끝낸 참이었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누구와 평생을 산다는 말인가.. 점점 결혼은 내게서 멀어져 가고 있었다.


부모님의 걱정이 슬슬 내게도 보이고, 주변 친구들이 하나 둘 가정을 일구고 엄마 아빠가 되었을 즈음, 소개팅 주선이 들어왔다. 기대도 없고, 흥미도 없었지만 이 나이에 왠지 마지막 소개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자기를 정말 믿어보라는 주선자의 말이 꽤나 귀에 쏙쏙 박혔다.


태양이 뜨거워지던 6월 어느 날, 나는 한 지하철 역 입구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거기서 지금의 남편이 된 남자와 아주 어색하게 인사를 한다. 이제까지 만난 이들과는 다르게 둥글둥글한 인상에다가 뭐가 그리 긴장되는지 내 앞에서 연신 땀을 흘리는 모습을 보며 아.... 역시 아닌가.. 싶던 나의 심드렁한 마음. 그러나 그 마음은 대화 시작과  함께 바뀌기 시작하더니 무려 3시간이 넘는 수다 끝에 나는 그 자리에서 그가 제안한 두 번째 만남까지 일사천리로 승낙해 버렸다. 마치 무엇에 홀린 것처럼 나는 쉴 새 없이 떠들었고 내 말을 경청하며 미소 짓는 그를 보며 내내 깔깔 웃었다. 다음을 기약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왠지 나를 보던 따듯한 눈이 계속 떠올랐다.  그게 우리의 첫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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