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2026 시작
작년 종양발견과 함께 글이 멈췄습니다만..
다행히 종양은 선종으로 밝혀졌고 난 무사히 제거수술을 마쳤다. 완전히 좌측이 회복되는 데에는
꼬박 1달 가까이 걸렸지만, 암이 아니라니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다만.. 나는 선종의 퍼져있는 범위도 여전히 넓고 개수도 많아서 앞으로는 꾸준히 추적관찰과 함께 이전과는 다른 관리가 필요하다. 종종 화이트와인을 한 잔정도는 마시고 튀긴 음식이나 달콤한 디저트를 즐겼던 나의 모습은 앞으로는 볼 수 없는 것이 되었다. 2달을 꼬박 두려움과 걱정으로 보내면서 정신이 버쩍 들었달까. 그래도 다시 기쁨이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나의 좌측이 불편하다는 것을 알기라도 한 건지 기쁨이는 회복기간 내내 절대 나의 수술부위 쪽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걸을 때도 느릿한 나의 발걸음을 확인하며 걷고, 안기는 대신 무릎에 턱을 댄 채 조용히 잠이 들곤 했다. 얼마나 기특한가!
수술과 회복의 과정에서 정말 많은 분들이 응원을 해주셨다. 조직검사 결과가 나왔을 때, 동네분들 모두 진심으로 두 손을 모으거나 박수를 치며 환호해 주셨다. 내 손을 잡고 울컥 눈물을 보이시거나 등을 계속 토닥이며 너무 고맙다고 하시는 분들까지. 요즘 사회 분위기와는 달리 우리 동네 이웃분들은 참 따듯한 분들이다. 기쁨존 누나들은 내가 커피를 2-3일 연달아 마시는 것 같으면 슬그머니 메뉴를 tea종류로 바꿔서 주시기도 한다. 주변의 바람과 관심 그리고 기도 덕분에 내게 일종의 기회가 주어진 것이라 여기고 더 바르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한다.
아!기쁨이는 그간 덩치가 갑자기 떡대가 되었다. 그야말로 커다란 비숑, 즉 빅숑의 범위에 진입했달까. 병원 갈 일이 있어서 늘 그랬듯이 체중계에 올려놓았는데 생전 처음 보는 숫자가 보이는 게 아닌가..
보는 간호사도 주변 대기자들도 모두 휘둥그레졌다.
믿을 수가 없어서 무려 3번을 쟤고 나니 간호사가 " 기쁨어머니. 8.86kg 확실히 맞으니 그만 쟤도 되세요" 한다.
6kg에서부턴 성장이 더디길래 너무 애가 얇다고 걱정하던 때가 무색하리만큼 무럭무럭 우람해지는 기쁨. 원장님 얼굴 보자마자 "선생님!! 우리 애가 혹시 비만인가요? 다이어트시켜야 할까요? 근데 살이 많이 찐 건 아닌데.." 한껏 울상이 된 나. 전문가의 소견은 비만이 아니라 타고난 뼈대와 근육이었다. 그냥 등치가 태생적으로 있는 애라고. 안심하면서도 여기서 더 무게가 늘어날 수도 있겠다는 가능성에 벌써부터 어깨가 아픈 느낌이다. 9kg가 머지않았다!!
날이 조금 풀렸다. 또 한파가 온다지만.. 겨울 좋아하는 나는 내심 봄이 좀 천천히 왔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잘 지내다가 또다시 어처구니가 없는 일 하나가 생겨 골치가 아프다. 내가 정말 싫어하는 말 중에 하나가 '어쩔 수 없다'이다. 어떠한 의지와 노력도 강제로 배제시켜 버리는, 정말 사람을 선택지라곤 없는 존재로 만들어버리는 말 같아서다. 실제 가족들 중에 그 누구도 '어쩔 수 없다.'라는 말을 한 적은 정말 손에 꼽는다.
그리고 이제까지 살면서 정말로 어쩔 수가 없었던 때는 내가 병원을 들락거리던 시기 말곤 없었다. 어쩔 수 없어. 가 아닌 어떻게라도 되도록. 이런 악바리 같은 마음으로.. 이겨버려야지.
어쩔 수가 없이, 선택지 없이 억지로 끌려가는 그런 삶을 난 살아본 적이 없다. 이번에도 반드시 그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