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화된 삶의 경로로부터 벗어날 것

by 윤소정

일주일에 3, 4회 정도 진행하는 라이브 방송에서는 한국에 대한 중국인 학생들의 다양한 감상이 댓글로 올라온다. 각자가 보고 들은 한국의 모습에 따라 판단은 다르겠지만 한국인을 향한 공통된 질문은 ‘왜 잠을 안 자냐?’는 것이다. 심지어 중국인 유학생들 사이에는 ‘한국 공기에는 카페인이 섞여 있어’ 한국에 가면 덩달아 잠을 못 잔다는 우스개 소리까지 있다고 하니 한국이 얼마나 고각성 상태에 놓여 있는지 알 수 있다.

한국인들의 수면 시간은 왜 짧은가?


성실과 근면으로 대변되는 ‘잠을 안 자는’ 현상은 짧은 시간에 역동적 고성장을 이루는 데 지대한 바탕이 되었지만 그 기저에는 끊임없는 남과의 비교 의식이 놓여 있는 것은 아닌가 한다. 남들 만큼 벌어야 하고, 남들 만큼 넓은 데 살아야 하고, 남들 만큼 자리잡아야 한다는 사회적 표준화 덫에 걸려서 잠잘 시간마저 갈아 넣고 있는 것은 아닐까?


프리랜서로 얼마나 오래 갈 수 있느냐에 대한 답은 얼마나 자기를 갈아 넣어서 강의를 잘하고, 자료를 잘 준비하고, 학생 피드백을 잘 줄 수 있느냐에 있지 않다. 하지 않아도 될 일을 얼마나 잘 덜어내고 잘 끊어낼 수 있느냐에 있다. 학부모와의 과도한 상담, 학생의 선 넘는 요구 등을 적절히 매듭짓고 자기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 간혹 다른 강사들과 비교하여 지나치게 수업료를 낮게 책정해 밤낮으로 강의하는 강사들을 보게 되는데 단기간에 바짝 돈을 벌 수는 있겠으나 오래 가기 어렵다. 다른 강사에 기준점을 두고 수업을 설계하고 수업료를 책정하면 다른 강사가 그 기준을 바꿀 때마다 나도 바꿔야 한다. 타인의 기준에 내가 흔들리는 것이다. 강사가 집중해야 할 것은 나와 내 고객인 학생이지 다른 강사가 아니다. 강사로서의 내 강점과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차곡차곡 시간을 쌓아야 흩어지지 않는 돈을 벌 수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한국에 있으면 그게 상당히 어려운 것 같다.


얼마 전 엄마와의 대화에서 ‘대체 언제 집을 사냐’는 얘기를 또 하길래


“엄마, 지난 생신 때 김서방더러 내가 장모한테 전화하지 말라고 했어요. 내가 엄마한테 생신 축하드린다고 전화했을 때 또 집 언제 사냐, 중국에 집 사라, 아니면 인천에라도 사라 그래서 내가 오빠더러 장모한테 전화하지 말라고 했어요. 오빠는 나 하나 보고 결혼했는데 내 부모한테 잔소리 듣게 하고 상처 받게 하는 게 싫어서 연락하지 말라고 했어요. 무슨 얘기를 할 때마다 기승전돈, 기승전집이어서 이제 부모님하고 전화하기가 겁나요.”


부모뿐만이 아니다. 가끔 만나는 친구들, 심지어 베트남 어학 코스에서 만난 친하지 않은 수녀님마저도 직장은 다니는지, 왜 결혼한 후 여태 애가 없는지 등을 혀를 차며 적극 남 걱정을 해주니 한국 사회에서 살아내는 게 얼마나 피곤하고 소모적일지 짐작 가능하다. 그래서 더욱 직장인이 아닌 프리랜서로 살기로 했다면 타인과의 관계에서 들려오는 볼륨을 낮추고 나에게 집중하는 일이 필요하다. 사회가 암묵적으로 동의한 표준화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이 길은 나 자신에게 고도로 집중하고 각성해도 걷는 데만도 버거운 길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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