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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세시 Oct 30. 2023

자존감에 대한 고찰_1

누가 k 장녀를 화나게 했는가


얼마전 엄마가 심하게 아프면서 나는 다시 초예민해졌다. 집에 할일 없는 백수 2년차 동생과 서툴고 투박한 아빠가 엄마를 잘 챙겨주리란 생각이 들지 않아서이다. 아빠는 엄마가 아프단 소식을 바로 전해왔고 난 전화로 이것저것 캐묻기 시작했다.


얼마나 아픈지, 열을 얼만큼인지, 병원에서 약은 받아왔는지, 먹을 것은 있는지, 얼마나 있는지, 집에 누가 있을것인지


뾰족거리며 묻는 질문에 동생은 열이 40도라더라- 집에 국이있다 부대찌개도 있다- 엄마가 먹고싶은게 없다고 해서 당장 안사놨다- 등 오해가득한 대답을 했고 난 더욱 화가나서 언성을 높혔다.


열이 40도인데 입원을 해야지 집에오면 어떡하냐, 국이 잘넘어가고 담백한 계란국같은 걸해야지 부대찌개같이 칼칼한게 넘어가냐, 먹고싶은게 없어도 사다놔야 엄마가 뭘 먹지 물어보고 사놓느냐, 남자들이 이러니까 내가 걱정하는것 아니냐..


화를 내던 내가 거슬렸던 동생은 왜그렇게 성질을 내냐며 도로 화를 냈고 다툼이 커졌다.


전화를 끊고 사과의 문자를 건낸뒤 집에서 이것저것 준비해 친정에 갔다놓고 온 뒤 내내 마음이 안좋았다. 며칠동안 왜이렇게 마음이 안좋을까. 난 동생에게 왜 그렇게 화가 났으며, 이 화는 어디서 온걸까.

그리곤 이 분노에 대해 뜯어보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생각이 났기에 내가 무엇에 화가 났을까 곰곰히 생각해보게 됐다.


첫번째, 그냥 동생이 만족스럽지 않다. 2년동안 백수생활로 집에 빌붙으면서 불안장애까지 떠안아 엄마는 쉬는 날이면 집에 음침하게 있는 동생을 끌어내어 어디든 나가려 성화였다. 살은 날로 쪄가며, 내가 알아봐준다해도 상담도 하지 않고 취업준비도 하지 않는 모습이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두번째, 부모님도 만족스럽지 않다. 그런 동생에게 스트레스 주지 않기 위해 한마디도 못하는 엄마. 본인도 강박적이고 내향적이며 표현치 못하는 성격이라 그런 동생을 보듬어주며 키워왔는데 내가 보기엔 더욱 유약하게 만든 셈인 것 같다. 그런 엄마와 동생을 답답하게 보는 아빠는 엄마 눈치를 보며 무슨말이라도 해주길 나에게 바라고 요청한다. 신생아케어중에 동생을 편히 불러 써먹으라고 하는 아빠는 내가 힘들기때문에보다 집구석에 처박혀 나가지도 않는 동생이 답답했다. 그러기에 그런 동생뒷담화를 나에게 통화때마다 하고, 그런 동생을 우리집에 오라고 하는것이 부담스럽다는 내 답변을 듣지도 않고 다음통화에서 또 다시 동생을 불러서 시키라는 이야기를 한다.


세번째, 나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원체 부정적이고 생각이 많은 나는 임신출산에 육아 콜라보까지 맞닥들이며 프로예민러가 되었다. 호르몬도 호르몬이고, 몸도 예전같지 않은 체력과 삐걱거림, 쉬지 못하는 장기적 육아레이스에 더욱 예민해질대로 예민해졌다. 그런데 이번 일로 내가 정말 화가 난 이유는 여지껏 쌓여있던 부모님과 동생을 향한 내 마음이 삐뚤게 굳어져있었음도 있지만, 묘한 질투감과 통제감이었다.


딸은 꼭 낳아야 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부모님말처럼 우리 집은 내가없으면 잘 돌아가지 않았고, 동생은 신경이 둔했다. 결혼을 하면서 내 가정이 생기며 트이는 해방감이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그런 역할을 하지도 않던 동생이 나에게 고마움 한번 표현치 않은것도 괘씸한 데 온 가족이 동생을 신경쓰고 걱정하는 상황에 내 날것 그대로의 감정은 질투었다. 나 또한 동생을 심히 걱정하느라 잠도 설쳤기 때문에 도움이 될만한 것을 도우려 열심을 했다. 심지어 핸드폰을 보다가 힘이나거나 위로되는 영상이나 글이 나오면 꼬박꼬박 보내주기까지 했다.


그런데 이번 엄마가 아픈 일로 어설프고 허둥대는 모양새가 지난 울화를 바늘을 꿰어 수면 위로 올려냈고,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동생에게 통제밖에 있는 감정마저 들었다. 다툼이 있던 통화에서 내가 요청한 것에 “아 몰랐어 알겠어”를 바랬으나, 돌아온 건 “할거야 알아 어 말해말해”였으니 나는 그곳에서 낚시코에 감정들이 꿰였다.


며칠 내 나는 인정할수 밖에 없었다. 내가 못났고 그릇이 작다는 걸. 동생은 성품이 착해, 내가 화낸 것에 대해 사과하자 바로 본인도 사과하고, 다음날과 그 다음날에 엄마가 어떠한지 알려주었다. 그런 동생이 내 맘같지 않을 수 있는데 뭐가 그리 못마땅하다고 이렇게 자존심이 상하고 질투마저 났을까. 무엇이 날 마음속으로 동생을 몇번을 없앴을까. 동생은 다른 존재이지만 꼭 내 머릿속에 내 맘속 같은 존재이길 바래던 것 같다.


어느 정도 나의 모지람으로 귀결하고 나서 남편과 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이야기는 다음번에 정리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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