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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행복라이더 민현아5
04화
ep- 4 날 사랑하지 않아도 좋아
part 1
by
옥상 소설가
Apr 6. 2021
선교원에서 돌아와 보니 우리 집에 남자 구두 한 켤레가 있었다.
‘ 아빠? 아빠가 돌아왔나? 중아 오빠가 아파서 한국으로 돌아왔나?
어? 근데 왜 이렇게 가슴이 두근거리지? 우리 아빤데. ‘
“ 다녀왔습니다. ”
“ 옴마~ 현아야, 우리 현아가 좋아할 사람이 집에 왔네. 얼른 들어가 봐. ”
“ 네 ”
문을 열고 마루로 들어간다.
오빠는 만화책을 보고 있고, 엄마는 처음 보는 아저씨랑 얘기 중이다.
낯선 아저씨가 우리 집 안에 앉아 있는 경우는 대부분 아빠의 예전 조수나 친구, 아는 사람들이다.
“ 엄마, 오빠 나 왔어. 어? 저, 그런데 누구세요? 엄마, 누구야? ”
“ 현아야, 삼촌이잖아. 수철이 삼촌 ”
“ 뭐? 수철이 삼촌이라고? 정말? ”
수철이 삼촌은 수철이 삼촌이 아니었다.
왼쪽 볼에 있던 혹은 없어졌고, 왼쪽 눈을 덮었던 빨간 속살도 모두 사라졌다.
“ 삼촌이야? 정말 수철이 삼촌이야? ”
“ 현아야, 나야 나. 수철이 ”
“ 삼촌, 왜 이렇게 늦게 왔어?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데. 왜 연락도 하지 않았어?
삼촌, 삼촌 얼굴이 정말 달라졌네. 예전 얼굴이랑은 전혀 달라. 훨씬 잘 생겨졌어.
언제 왔어? 언제 온 거야? “
“ 현아야, 숨 좀 돌리고 천천히 말해. 삼촌 대답도 못 하겠다. 어젯밤에 왔데. ”
“ 삼촌, 그럼 어젯밤에 왔어야지? 어제 늦게라도 우리 집에 왔어야지.
삼촌은 나 안 보고 싶었어? 나는 매일매일 삼촌 생각했는데. ”
“ 미안해. 현아야, 어젯밤에 왔어야 했는데. 시간이 너무 늦어서 너 자는 것 같아서
어젯밤에 안 오고 오늘 온 거야.
다시 보니까 좋네. 널 보니까 집에 정말 돌아온 것 같아.
우리 현아 잘 지냈지?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
“ 그럼! 나는 하나도 안 아프고 친구들이랑 사이좋게 잘 놀고 지냈어.
삼촌, 이제 다 나은 거야? 이제 다시 어디 안 가지? 미국에 안 가도 되는 거지? ”
“ 응, 이제 다 완전히 나았어. ”
“ 다행이다. ”
“ 수철 삼촌, 지석 엄마는 어때요? 누나도 고생 많았죠? ”
“ 우리 누나가 정말 고생했어요. 매형한테 미안해서 말도 못 하고 쳐다도 못 보겠어요.
누나가 저 간호하느라 병원에서 살다시피 했어요.
잠도 잘 못 자고, 먹는 것도 제대로 못 먹고 하루 종일 노심초사하면서 살았어요. “
” 그래도 누나가 얼마나 좋아하겠어? 이따 저녁 먹고 얼굴 좀 보고 와야겠어. “
“ 동네가 많이 바뀐 거 같아요. 안 보이던 사람도 보이고요. ”
“ 그렇죠. 일 년 동안 우리 동네에 많은 일들이 있었어요. 우리 집도 새 사람이 들어왔고 ”
“ 삼촌, 우리 집에 재영이 오빠도 같이 살아. ”
“ 재영이? ”
“ 우리 오빠야, 영아 언니랑 동갑, 고등학교 1학년이야.
내가 일 년 동안 우리 동네랑 우리 집에 일어났던 일 다 얘기해 줄게.
삼촌, 공방은? 수철 공방은 언제 열어? 친구들이랑 사람들 모두 삼촌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삼촌이 돌아와서 모두들 다 좋아할 거야. 애들한테 빨리 말해야겠다. 삼촌 왔다고
나 다시 삼촌이랑 연 만들고 싶어. 공원에 가서 연 날리고 싶어. “
“ 그래, 만들자. 만들어. 네가 만들고 싶은 거 다 만들자.
내일 선교원 갔다가 공방으로 와. 알았지? “
“ 어, 알았어. 내일 갈게. ”
피곤했지만 삼촌이 오니 너무 좋다.
삼촌은 정말 다른 사람이 되어 나타났다.
저렇게 잘생긴 얼굴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삼촌이 좋아했던 모형 비행기 언니 생각이 났다. 삼촌이 모형 비행기를 들고 그 언니를 찾아가는 상상을 했다.
질투가 조금 나긴 했지만 그래도 그 언니가 삼촌의 고백을 받아주었으면 좋겠다.
‘ 삼촌이랑 그 언니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우리 동네 우리 집 가까이에서 살라고 해야지. 아이를 낳으면 매일매일 아기를 보러 가야지. ‘
이불을 깔고 누웠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내일 다시 삼촌을 만나고, 얘기하고, 연을 만들 생각에 가슴이 설렜다.
‘ 삼촌이랑 떡볶이도 먹고, 아이스크림도 먹고, 가오리 연도 만들어야지. 쌓아둔 얘기도 다 해야지. ’
“ 엄마, 나 수철 삼촌한테 갔다 올게. ”
“ 그래, 삼촌 피곤하니까 너무 오래 있지 마. 알았지? ”
“ 응, 알았어. ”
“ 현아 왔네. 삼촌 보러 왔지? ”
“ 아저씨, 아줌마, 안녕하세요.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
“ 우리 현아, 여전히 인사도 잘하네. 일 년 만에 보니까 정말 반가운데. 많이 컸다. 얼굴도 예뻐지고. ”
“ 네, 감사합니다. ”
“ 현아야, 여기 앉아. ”
“ 아이~ 여보! 현아는 지금 수철이 보러 왔잖아? 수철이도 지금 현아 기다리고 있는데.
현아야, 아까부터 수철이가 너 기다리고 있어. 얼른 들어가. ”
“ 네 ”
돼지 문방구 아저씨가 나를 의자에 앉히고, 질문을 쏟아내려 하는 걸 아줌마가 말렸다.
역시나 아줌마는 내 맘을 잘 안다.
“ 삼촌, 수철이 삼촌! ”
“ 어! 그래, 여기에 앉아. 배 안 고파? 뭐 먹었어? 먹고 싶은 거 있어? 먹을 것 좀 사러 갈까?
아~ 잠깐, 잠깐, 이거 먼저. 받아. 선물이야. 네 선물 “
“ 이게 뭐야? ”
“ 응, 이거 네가 좋아하는 그림책이랑 비디오야. ”
“ 무슨 그림책? 비디오는 뭐야? ”
“ 아참! 너희 집에는 비디오가 없구나.
삼촌이 미국에서 비디오를 사 왔어. 비디오는 우리 집에 한 대 있으니까
내가 사 온 비디오는 너희 집에 놓고 봐. 이따 집에 갈 때 가져다줄게. “
“ 그걸로 뭘 보는 데? ”
“ 내가 재미있는 만화 영화 사 왔어. 비디오 기계에 이 테이프를 넣으면 영화를 볼 수 있어.
이 책은 그 영화를 그림책으로 만든 거야. 집에 가서 중아랑 봐. 중아도 좋아할 거야. “
“ 알았어, 고마워. 삼촌, 이제 빨리 얘기해봐. ”
“ 뭘? ”
“ 그 언니 말이야? 그 모형 비행기 언니? 왜 수술하고 다 나으면 그 언니 찾아가기로 했잖아. ”
“ 아~ 너 그걸 기억하고 있었어? 너도 참 대단하다. 그걸 다 기억하고 있네.
사실은 나 다녀왔어. 그 애 만나고 왔어. ”
“ 뭐? 언제? ”
“ 나, 한국에는 일주일 전에 들어왔고. 고향에 갔다가 어젯밤에 서울로 온 거야.
서울 오기 전에 그 애 만났어. “
“ 정말? 어떻게 됐어? 그 언니한테 고백했어? ”
“ 응, 고백했지. ”
“ 뭐래? 그 언니가 뭐래? 알았데? 삼촌 고백을 받아줬어? ”
“ 아니, 그 애는 이미 결혼했데. 결혼해서 아이도 있고 행복하게 잘 살고 있어. ”
“ 에이~ 그게 뭐야? 난 기대하고 있었는데. ”
“ 그래도 좋더라. 그 애 보고 나니 말이야. 하지 못했던 고백도 하고, 그런 건 영영 할 수 없을 줄 알았는데.
그 애가 고맙다고 했어. 늦게라도 말해줘서.
내가 말도 없이 서울로 떠나서 그 애는 자기 혼자 나를 짝사랑을 했다고 생각했데.
그래서 나를 좀 기다리다 지금 남편을 만나고 결혼했데.
남편은 정말 착한 사람이고, 다정하데. 아이한테도 좋은 아빠고.
남편이랑 아이랑 찍은 가족사진을 보여줬는데 너무 행복해 보이더라.
그 애가 잘 살아서, 행복하게 살아서 다행이었어. 이제 내 마음에 답답한 건 하나도 없어.
하고 싶은 건 다 했어. 다 네 덕이야. 현아야! “
“ 아~ 난 그 언니랑 삼촌이 결혼하길 바랬는데. ”
“ 고마워. 정말 너 밖에 없다. 현아야, 근데 내가 그 애를 만난 건 우리만 아는 비밀이야.
우리 누나도 몰라. 매형도 모르고. 누구한테도 말하면 안 돼. 알았지? “
“ 응, 나 입 무거워. 말 안 해. ”
삼촌은 정말 행복해 보였다. 전 보다 훨씬 더 자주 웃고 얼굴도 밝아졌다.
우리 식구가 된 재영 오빠, 군대에 간 문간방 아저씨, 대학 진학 예정인 큰 언니
천사가 된 욱이, 아파서 돌아가신 경애 아줌마
삼촌이 없는 일 년 동안 우리 동네와 우리 집에는 많은 일이 있었다.
우리는 기뻐하고 안타까워하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삼촌은 중아 오빠 얘기를 자세히 물어봤다.
삼촌의 얼굴이 심각해지더니 자신이 중아 오빠가 나아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 정말 그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
“ 삼촌, 이제 다시는 미국에 안 가는 거지? 그렇지? ”
“ 현아야, 사실은 나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야 해. ”
“ 어? 왜? 수술도 다 하고 이제 다 나았다면서 왜 미국으로 가? ”
“ 현아야, 삼촌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어. 대학에 다니고 있어. ”
“ 대학? 무슨 대학? ”
“ 삼촌이 아프기 전에 비행기 조종사가 될 수 있는 대학에 다녔는데 아프면서 학교를 그만뒀어.
미국에서 치료를 마치고, 거기에서 다시 비행기 공부를 할 수 있는지 알아봤는데
내가 공부할 수 있는 대학교가 있어.
조정사가 될 수는 없지만 비행기와 관련된 일을 할 수 있어.
삼촌이 그 대학교에 합격을 했어. 공짜로 공부도 할 수 있고 말이야.
가을부터 학교에 다녀서 한국에 늦게 들어온 거야.
한국에서 부모님이랑 너, 동네 사람들한테 인사도 해야 하고, 정리해야 할 일이 많아서 들어온 거야. “
“ 뭐? 미국에 다시 간다고? 아이~ 가지 마. ”
“ 거기에서 계속 사는 게 아니고, 공부 다 마치면 나면 다시 한국으로 올 거야. 여기서 일도 할 거구.
일주일 뒤에 미국으로 가니까 우리 그동안 재미있게 놀자. 속상해하지 말고
현아가 미국으로 놀러 와도 되잖아? 공부 잘해서 미국으로 공부하러 와도 되고. “
“ 정말? ”
“ 그럼, 언제든 오고 싶을 때 말해. 삼촌이 전화번호 남기고 갈 테니까 ”
“ 알았어 ”
삼촌이 와서 반갑기는 했지만 다시 미국으로 간다니 서운했다.
그래도 삼촌이 우리 오빠를 도울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하니 다행이었다.
집으로 돌아가 엄마한테 삼촌이 한 얘기를 했다. 엄마도 삼촌 얘기를 듣더니 금세 밝아졌다.
‘ 우리 큰 오빠가 나으면 얼마나 좋을까?
삼촌처럼 예전의 중아 오빠로 돌아가면 얼마나 좋을까? ’
며칠 뒤 삼촌은 우리 집으로 와 엄마랑 얘기를 나눴다.
“ 현아 어머니, 시간 되세요? ”
“ 어, 수철 삼촌, 들어와요. ”
“ 네 ”
“ 저, 제가 중아 얘기를 듣고, 한 번 알아봤는데요.
미국에서 저를 수술한 의사가 뇌수술과 신경 치료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자예요.
수술했던 병원도 수술 장비나 시설 의료진 모두 최신이고 실력도 좋아요.
제가 전화를 해서 그 의사 선생님이랑 통화를 해 봤는데 중아가 호전될 가능성이 있다고 얘기를 하세요.
전처럼 완전히 돌아올 수는 없지만 좋아질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요.
얼른 미국으로 데리고 오라고 하라는데
제 생각엔 중아를 데리고 미국에 한 번 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
엄마는 희망이 있다는 삼촌의 말에 박수를 치며 기뻐했다.
오빠가 나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엄마의 목소리는 떨려왔다.
“ 정말이에요? 수철 삼촌, 우리 중아가 좋아지면 내가 뭔들 못하겠어요. 해야죠. 다 해야죠.
희망이 있다면 가야지요. 우리 중아만 낫는다면 “
“ 그런데 비용이 좀 많이 들 거예요.
수술비, 입원비, 치료비에 현아 어머니 거처를 마련해야 하고, 부대비용도 좀 들 거예요.
돈은 나중에라도 벌면 되지만 중아는 너무 어리잖아요. 현아 아버님이랑도 상의해보세요.
미국에 가게 되면 제가 중아 수술 일정, 병원 업무, 아주머니 거처 마련, 필요한 일들은 다 도와드릴게요. “
“ 네, 고마워요. 수철 삼촌, 중아 아빠랑 의논해 볼게요. ”
삼촌이 돌아간 후 엄마의 얼굴빛이 다시 어두워졌다.
엄마는 사우디로 전화해 아빠랑 긴 시간 동안 통화를 했다.
keyword
사랑
오빠
엄마
Brunch Book
당신의 행복라이더 민현아5
02
ep- 2 세 사람의 술래잡기
03
ep- 3 널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어
04
ep- 4 날 사랑하지 않아도 좋아
05
ep- 5 모두들 안녕
06
내 어린 날의 기억
당신의 행복라이더 민현아5
brunch book
전체 목차 보기 (총 1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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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구원할 수 있는 건 오직 사랑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소설가 지망생입니다. 잠깐 멈춰서 생각하게 하는 따듯하고 선한 글을 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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