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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ppyman Sep 03. 2023

아프게 되니 조금이나마 알겠습니다.

아프게 되니 조금이나마 알겠습니다.

10. 저도 코로나 환자입니다. 


제 몸도 심상치 않았습니다. 벌써 걸려버린 아내와 아들을 돌보느냐 출근도 못한 채 그저 하루하루 정신없게 보내고 있습니다, 종종 들려오는 이야기는 다니고 있는 회사조차도 종사자와 이용인들 조차 코로나 확진이 되었고 나 못지않게 정신없이 일하고 있음을 듣고 있던 찰나였습니다. 그래서 안에서나 밖에서 터져버린 이놈의 코로나가 참 마음까지 편치 않게 만들었습니다.       

    

아내와 아들만 잘 넘어가기를 바랐고 최대한 조심히 했는데 결국 그놈이 오고 말았습니다. 토요일 아침 제 몸이 참 무겁기만 했습니다. 안 하던 살림을 해서 그런지 몸살이 난 듯한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걱정이 되어서 자가 키트로 검사를 하게 되었는데 다행히도 한 줄이 나와 안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괜찮을 것 같아 pcr검사를 미루고 있었는데, 내 몸이 심상치 않아 결국 검사를 받으러 갔습니다. 기분 탓인지 아침부터 내리는 빗방울이 너무나도 무겁게만 느껴졌습니다.          

 

늘 그랬지만 검사받는 사람들이 참 많았습니다. 큰 버스에 군인들이 한꺼번에 내려 검사를 받는 모습이 참 볼만했습니다. 무거운 발걸음으로 pcr검사를 받기 전 통과의례처럼 검사를 받는 이유를 묻는 한 사람 덕분에 제법 당황스러웠습니다.           


가족이 확진이 된 이후 3일 이내에 pcr 검사가 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검사날짜 기준으로 3일이 지나면 결국 검사를 못해준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확진 판정 일 이후 3일 이내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 봅니다.           

그래도 검사를 받아야 할 것 같아 현재 다니고 있는 장애인시설에서 확진자가 발생되어 검사를 받아야 했기 때문에 또 다른 이유로 검사를 받는다고 이야기를 건넸습니다.     

 

비는 내리고 있고 비를 온몸으로 막고 있는 상황에서 결국 장애인시설은 안된다고 딱 끊어서 이야기를 하니 맘이 참 상했습니다.  2월 초에 지침이 바뀌었다고 하면서 장애인시설 종사자들은 pcr검사가를 안 해준다는 것이었습니다.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며칠 전만에도 검사를 받았었는데, 다른 지역에서 받는 종사자들도 있었고 동일 지역 내 다른 검사소에서 하루 전에도 검사를 받았었는데 왜 이곳은 안된다면 가라고 하는지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지침이 그랬다는 것입니다. 그곳에서 잘못 판단했다는 것입니다. 온몸으로 비를 맞아가며 처음 보는 그 사람을 설득해야 하고 이해시키는 것이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았고 답답하기만 했습니다. 지침 그렇다고 내려왔다면 그렇겠지요 그런데 답하고 응대하는 그 낯선 남자의 불순한 태도와 말투가 더욱 화나게 만들었습니다. 나보다 훨씬 나이가 적은 사람인데 저렇게 무슨 갑질하듯 어렵게 온 사람한테 불친절하게 대하는 것이 참 화나게 만들었습니다.           


돌아오는 길 너무나도 답답하고 이해가 되지 않아서 보건소에 문의를 했습니다. 그들도 명확하게 대답을 하지 못했고 안되는데 전화번호를 알려드릴 테니 그곳에서 도와준다는 말 뿐이었습니다. 어찌나 화가 나는지 그리고 눈치를 챘는지 전 사람과 다르게 보다 친절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면서 잠시 마음이 수그려졌습니다.   

결국 화가 머리끝까지 난 사람을 조금이나마 배려해 주는 것인 양 장애인시설 이용인이 확진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번 한 번만 검사가 가능하다며 통과를 시켜주었습니다. 통과선을 지나가는 나를 향해 다시 한번 강조하며 “장애인 시설 종사자들은 pcr검사가 안됩니다! 이번만 해드리고 다음에는 재직증명서 가져오더라도 절대 할 수 없습니다!”           


그 사람 또한 단단히 화가 났나 봅니다. 그런데 한참 어린 사람이 저렇게 이야기를 건네면서, 꼭 배려하고 선물을 주는 것인 양 베출어 주는 것인 양 응대하고 대답하는 그의 모습이 참 안타까워 보였고 화도 진정되기보다 더 불을 질렀습니다.           


하여튼 편치 않는 pcr 검사를 맞히고 집에 돌아오는 길 계속 열이 오르는 듯했습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몇 번이고 열을 쟀는데 그냥 정상 온도였습니다.           

계속 몸이 쑤시는 것 같고, 머리도 아픈 것 같은데 열은 정상 온도인지라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코로나가 걸리기를 바라는 사람처럼 계속 온도를 재고 있는 나의 모습을 본 아내는 그저 웃기만 합니다.           

아침에 자가 키트 검사를 하고 버린 것을 쓰레기통에서 다시 찾았습니다. 몸이 계속 안 좋아서 내가 잘못 본 것 아닌가 싶어 다시 확인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다시 찾은 자기 키트를 보니 선명하지는 않지만 한 줄이 희미하게 나타나 있었습니다.       

희미한 선을 보면서 자가 격리를 하고 있는 아내를 불러 나까지 걸린 이 상황을 어찌해야 할지 상의를 해보았지만 답이 없었습니다.     


혹시나 아직 걸리지 않는 아이들이 함께 걸리지 않을까 싶어 더욱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그날 저녁과 새벽에 제대로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더욱 온몸이 아프고 때려 맞은 듯한 기분이 많이 들었습니다. 나도 모르게 끙끙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밤새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길고 긴 밤을 지새우고 아침 일찍 문자 한 통이 날아왔습니다.   

“코로나 확진 통보”


11. 아프게 되니 조금이나마 알겠습니다. 

확진 판정이 된 지 3일째 되는 날입니다. 그간 3일 동안 참 오랜만에 아팠습니다. 그래도 생각보다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버틸만했습니다.           


집 한 방 한편에서 혼자 격리되어 답답한 마음이 들기는 하지만...     


몇십 년 만에 이렇게 잘 수 있고 쉴 수 있는 게 언제인가 싶습니다.        

  

종종 확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연락을 온 사람들 때문에 마음이 조금이나마 따뜻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걱정하는 사람은 가족인 것 같습니다.          

  

침대에 한참 누워있었습니다.      

창 밖으로 비친 하늘은 참 맑기만 합니다.      


어느새 봄이 왔는지 푸른 빛깔이 올라와 비춥니다. 모든 것이 푸른 것보다 작게나마 올라온 푸른 것들이 더욱 희망을 더해줍니다.           


걱정이 되셨는지 어머니가 전화가 오셨습니다.      

당신도 코로나 해지되신 지 며칠 안되었는데 말입니다.      


그저 걱정만 하실 뿐입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지 않고 살았는데 이 김에 푹 쉬라고 말씀을 하십니다. 사실 쉬면서 바쁘게 산 것이 맞는데 어머니의 말씀이 왜 이리 위로가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동안 고생 많이 했다는 그분의 위로의 말씀인 듯 들려옵니다.           

          

내가 다니고 있는 시설에도 참 상황이 좋지만은 않습니다.      


장애인 한분이 코로나 확진이 되었다고 이야기를 들은 지 며칠 안되었는데 이제는 제법 많은 분들이 코로나에 확진이 되고, 돕는 종사자 분들조차 점차 확진이 되어 격리되고 있다고 합니다.           


아프다 보니까 그들조차, 장애인들 조차 걱정이 더욱 듭니다. 

잘 넘어갈 것이라고 생각이 들면서도 왜 이리 걱정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여전히 시설에 남아 고군분투하는 선생님들의 소식을 듣고 나니 저로서는 마음이 매우 불편합니다. 함께 힘을 합쳐 도와도 부족할지언정 나까지 빠져있는 상황인지라 더욱 미안한 마음만 더해집니다.       

              

아프다 보니 내 마음이 더욱 여려집니다.      


일하기 바빠 더욱 단단해져 버린 내 마음이 어느새 여려진 모습을 보면서 놀랍기만 합니다. 그 마음 그 시각으로 만나는 이들을 보니 그저 안타깝게만 여겨집니다. 아마도 낮은 나의 시선과 여려진 마음이 만나는 이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촉매제가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아프다 보니 고생하는 아내 그리고 아이들이 보입니다.      


어느새 커버린 아이들의 재롱이 얼마나 귀여운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평소 충분히 즐기지 못했습니다. 때가 있는데 더욱 이뻐해 주고 사랑스러워해주었어야 했는데 그저 그렇게 지나간 것 같습니다. 돌이 지난 막내딸의 재롱이 움츠려있는 제 마음을 녹입니다. 나름 자기 말로 섞어가면서, 자기 의견을 명확히 제시하면서 더욱 가까이 막내딸아이를 살펴보니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모르겠습니다.    

       

아프다 보니 지난 일들이 계속 생각나게 됩니다.      


얼마나 억울했는지 아직까지 생각하며 울분을 토하는 제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 일이 지나간 지 5개월이 지나간 것 같습니다. 그때만 생각하면 얼마나 억울한지 모르겠습니다.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고 그저 당하기만 했던 내몰음이 너무나도 싫습니다. 내 편이라고 생각했던 이들의 배신이 너무나도 컸고, 자기들 살아남기 위한 지질한 그들의 모습이 참 역겹기만 합니다.   


그런 생각이 가득했었습니다. 아직도 화가 나지만 더욱 힘들었던 것은 그래도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 일했던 나에게 그런 사람들을 만나고 그런 일들을 경험했던 것이었습니다. 왜 나한테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라는 생각을 보다 쉽게 지울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아프다 보니 그때 그 상황 그리고 사람들이 이해되기보다는 그냥 지난 간 일들이었음을 그냥 그렇게 생각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감사했습니다.      

바쁘게 살던, 어찌 보면 교만했고 겁도 없이 살았던 나를 멈추게 하면서, 좀 더 겸손한 모습으로 단련시키기 위한 위대한 계획이었음을 이제야 생각되다 보니 그저 감사하고 감사할 뿐이었습니다.   

                  

분명 그런 일 절대 일어나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 절대 만나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나 내가 언제 그런 상황에 그런 못된 사람을 안 만날 이유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런 상황에 놓여 있다고 하여도 예전처럼 살지 않기를 다짐해 봅니다.   

        

아프니 남이 아팠음을 공감하게 됩니다.     

아프니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게 됩니다.      

아프다 보니 주변 사람들의 참 소중함을 절실히 느끼게 됩니다.      

     

코로나 이놈이 세상을 죽일 것만 같았습니다. 그런데 그건 제 생각일 뿐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을 통해 기존 변화되지 않는 것들이 변화되기 시작되었고, 각자가 좀 더 살펴볼 수 있는 기회 아님 나보다 남들을 더욱 살펴볼 수 있는 기회 그리고 가정을 통해 좀 더 다른 세상이 펼쳐지는 그런 세상으로 변화되는 듯한 기분입니다. 하여튼 코로나가 세상을 바꾸는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12. 다시 반복적으로 나타난 삶 가운데에서

지난 삶을 돌이켜보면 참 감사한 일들도 많은데 속상하고 힘든 일들만 왜 이리 생각나는지 모르겠다. 어김없이 새로운 하루의 첫 시간도 지난 일들과 속상한 일들이 수없이 나를 찾아오고 힘들게만 한다.           


잊고 싶었고, 다시 새롭게 살고 싶은데 그것이 맘대로 잘 되지 않는 것 같다. 어제도 참 마음을 어렵게 하는 일이 벌어지게 되었다. 어김없이 내 마음에는 그러한 고통스러운 것들이 하나 더 추가되었을 뿐이다.     

     

처음에는 좋았다. 그리고 감사했다. 여전히 나를 붙들어준 그 고마움은 잊지 못할 일이다. 그런데 잊지 못할 감사한 것이지만 힘들고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인 것 같다.         

  

여전히 힘든 일, 보이지 않는 갈등들은 있었지만 예전처럼 살고 싶지 않아서 입을 악물고 버티기 일쑤였다. 그런데 그것도 내 힘으로 하려고 하니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은 나의 실수가 아니었고 정확한 판단이 아니었고, 잘못 생각해서 생겨난 일들이었는데도 인정하지 않는 눈치다.           

높이 서는 나무를 가지치기하는 것처럼 나를 좀 더 낮추려는, 나의 교만함을 깎아내리려고 하는 모습처럼 그저 보였다. 더 옳은 방법으로 이야기할 수도 있었는데 왜 그리 말을 했어야 했는지 여전히 속상하기만 하다.           

밖에서 비치는 리더십과 안에서 보이는 리더십이 전혀 다른 리더를 보게 된다.      

지금까지 나를 포함하여 옮은 리더십을 발휘하는 사람들을 볼 수가 없었다. 때론 막무가내로 리더십을 발휘하는 한 리더로 인해 제법 많은 이들에게 상처와 혼란함을 주곤 했었다. 그 사람 또한 여전히 부족하고 연약한 사람임을 다시 보게 된다.           


누구를 탓하겠냐만은 나 또한 올바른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다.      


좀 더 배려하고 존중하려고 노력했는데 결국 무시하는 직원들의 모습도 보게 되었고, 일을 하지 않으려는 그런 모습을 비추는 그런 직원들을 자주 지켜볼 수 있었다. 그래도 경력이 있는 팀장마저 그런 모습을 보니 참 안타깝기만 하다.           


때로는 관계만 따지는 그런 리더를 통해 결정적일 때 치사하게 피해버리는 그런 리더도 보았다. 그저 무책임한 그 모습 때문에 더 이상 그곳에 있을 이유가 없었다.           


어느 때는 오로지 무작정 끌고 가는 카리스마 리더를 보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카리스마 때문인지 성과는 잘 낼 지언정, 사무실 분위기는 참 얼음장 같았다. 카리스마 리더를 눈치 보면서, 자기의 의견보다는 카리스마 리더의 의견대로 그저 따라가는 직원들의 모습을 보기도 했다.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고, 그저 질질 끌려만 다니는 내 모습이 그저 초라하기만 했다. 내 일처럼 여겨지기보다는 시키는 일에만 그저 따라가는 내 모습에 전보다 쉽게 지치기만 했다. 좀 더 열심을 내려고 하여도 그저 꺾이는 듯한 기분 덕분인지 나는 그저 바보가 되는 듯했다.     


일에 대하여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저 시위하고, 싸워가며 취득한 것에 익숙한 사람들이라서 함께 하는 직원들을 존중하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무엇을 도와주려는 생각보다는 자기들에게 그저 복종을 강요하고 따르지 않는 이들에게는 무서운 칼날을 겨누는 그런 사람들이었다. 밤낮없이 협박들이 있었고, 그들 안에서도 여러 갈등이 있지만 결국 지들끼리 똘똘 뭉치는 유치한 짓을 스스럼없이 행하곤 했다. 미래가 보이지 않았고 비전이 보이지 않아 매일매일 힘들기만 했었고 나가는 마지막 날까지 하지도 않는 일들을 뒤집어 씌어 내보내려는 그들의 모습이 그저 안쓰럽게만 보였다.      


자기가 잘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그들은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 시대가 많이 바뀌었지만 예전 스타일로 그저 나무라는 꼰대들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늘 반복이었다. 내가 너무 따뜻한 실온에서 살아와서 그런지 그런 사람들의 못된 짓들이 너무나도 힘겹게 만들었다.           


새로운 곳도 그렇지 않기를 바라면서 이렇게 저렇게 살지만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내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기대한 만큼 실망도 큰 건지 모르겠지만 문 뜻 문 뜻 예전의 그 사람들처럼은 아니지만 슬며시 풍겨 오르는 모습이 제법 당황스럽게 만든다.           


일 못한다고 지적하는 것도 참 어려운 일들인데, 정말 사소한 것까지 따지고 다잡으려고 하는 모습이 참 힘겹게 한다.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나 라는 생각이 깊어서 사소한 것까지 터치하는 모습에 예전처럼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퇴근하는 길, 여전히 변화되지 않는 이 상황이 내 목까지 숨 막히게 한다. 그들이 정말 잘못된 것인지, 아님 내가 잘못하고 약한 사람이라서 그런 건지는 모르지만 매 순간 당황스럽고 힘겹다.         

  

누구에게 속 시원하게 말하고 풀고 싶지만 마땅히 생각나는 이들이 없다. 아마도 이야기를 해도 속 시원하게 풀어줄 사람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컸던 것 같다. 사랑하는 아내에게도 자세히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 나만 힘든 일인데 아내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질까 두려워 말하는 것을 잠시 멈춘다.       

    

분명한 것은 이런 복잡하고 답답한 상황들이 여전히 아니 나중에도 늘 일어나는 일들이라는 것이다. 예전처럼 그냥 박차고 돌아서는 것도 방법이 아니기에 여러 생각들을 잠시 접고, 말하는 것을 잠시 줄이고 또한 상황에 너무 집중하지 아니하고 잠시 멈춰 생각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리라는 개똥철학이 실현될지 모르나 그저 지금의 상황에 너무나도 깊게 빠지지 않도록, 그리고 지금 이 상황에 너무 깊이 빠져 몸까지 축내지 않도록 잠시 멈추려고 한다.    

       

내 시선, 내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그분께 여쭙고자 한다.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분의 분명한 뜻을 보여달라고 여쭙고자 한다.            

내가 누구를 탓하랴? 솔직히 나 또한 그들과 다름없는 사람이었다. 그들의 잘못된 리더십을 자연스럽게 배운 그런 사람이었다. 옳은 리더를 보지 못했어? 리더다운 사람을 못 봤다고 불평을 토로하지만 그 사람이나 나나 별반 다르지 않았다.           


참 바보처럼 그들과 다르다며 왜 이리 당당하게 판단하는지 모르겠다. 바보스러움이 나이를 먹어갈수록 더 깊어지기만 하는 것 같다.           


불평보다 원망보다     

비교하며 복수의 칼날을 겨누기보다는     

나를 향한 약함을 한번 더 생각하는 것이 나한테 훨씬 좋은 일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지금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근본적인 부분을 깨닫고 바뀌지 않으면 시간이 점점 흘러갈수록 똑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며 또다시 지옥의 불에서 살고 말 것이다.         

침묵하며     

내가 가는 이 길 가운데, 무엇인가 깨닫는 것이 있음을 나는 믿는다.      

그것이 나를 다시 일어설 수 있고, 변화되지 않는 세상이지만 그나마 버티고 이겨낼 수 있음을....      

나는 또한 믿는다. 


13. 텃새놀이

오랫동안 일한 곳에서 새로운 사람이 오면 반가움보다는 알게 모르게 텃세가 있다. 

오랫동안 일한 나로서는 전혀 느끼지 못한 분위기일지라도 새롭게 들어온 이들의 마음에는 그저 섭섭하고 낯선 분위기를 느끼는 것 같다.      


어찌 되었든 만들어진 조직 문화에서, 낯선 이들의 모습이 때론 안쓰러워 보이면서도 딱히 관심 가져줄 생각조차 없는 것 같다. 그저 평소처럼 대해 주는 것이 그들에게는 매우 자연스러운 접근일지도 모르니까...     


그렇게 살던 내가 새로운 낯선 곳에 들어가게 되면 역전된 기분이 든다. 알게 모르게 재는 듯한 분위기, 나를 지켜보고 있고 감시하는 듯한 분위기가 제법 씁쓸하기만 하다.      


그들보다 어려서 그런가? 아님 이곳에서 머문 시간이 적어서 그런가? 내가 보기에는 한창 잘못되어 보이고 낯설게 느껴지는데 지들 나름대로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듯하다. 처음 보는 놈이, 껴주고 싶지 않은 낯선 이가 자기들의 영역에 침범하는 듯한 불쾌한 기분이 들어서 그런지 몰라도 영 그 자리에 껴주지 않는 눈치다.     

 

텃새란     

계절에 관계없이 거주지를 옮기지 않는, 터를 잡고 살아가는 새. 철새의 반대말이다.      


나는 철새가 되고 싶은 모양이다. 어쨌든 지금 상황과 환경이 참 낯설지만 그들과 어울리고 싶은데 참 생각만큼 잘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아침 새벽 참새가 지저귄다. 아침잠을 깨울 정도로 내 귀를 참 거스르게 만들지만 참새 소리조차 이제는 참 익숙하기만 하다.      


그런데 어느 날 참새 같지 않는 좀 더 큰 놈이 음식물 쓰레기를 노리고 있어서 초정하지도 않았는데 내 집 마당을 어슬렁 거린다.      


총 하나 사서 잡아버리고 싶은 마음이지만 귀찮기도 하고, 잡을 방법조차 잘 알지 못해 그냥 지켜볼 뿐이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기척을 내면 언제 알았는지 후다닥 날아가 버린다. 그러면서 좀 더 높은 나무에 앉아서 다시 한번 방문할 때가 노리는 듯하다.      


그놈도 아마 나의 집의 일원으로, 나의 친한 이웃이 되고 싶은 마음이 컸는지 때만을 노리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래서 더더욱 그의 모습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어찌 되었든 그놈이 나랑 친구가 되고,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제법 흘러야 될 것만 같다. 시간이 해결해 줄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생각뿐 더 이상 깊이 생각을 해보지 않을 생각이다.      


어찌 되었든 그놈의 모습 안에 나의 모습이 비친다.      


나도 아마 그놈처럼 친해지고 싶고 함께 어울리고 싶은 마음이 컸나 보다. 방법도 잘 모르겠고 어떻게 풀어갈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해결되겠지라는 생각으로 나를 조금씩 위로해보려고 한다. 그들과 손발을 맞추며 흥겹게 보낼 날을 기대하면서, 조금씩 밀어내는 그들의 모습에 낯설어하거나 섭섭해하지 말고 그들조차 나를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어느 날 그들이 가까이 다가올지는 모르겠으나, 가까이 다가오는 듯한 기분이 든 다면 염치 불고하고 꼭 안아주리라. 괜히 과거의 스쳐 지나간 이들이 기억이 난다. 좀 더 안아주고 사랑해 줄걸? 뻘쭘해할 때 좀 더 관심 가져줄걸? 괜히 후회되는 것은 무엇일까?     


여전히 새벽에 그놈이 찾아왔다. 오지 말라고 몇 번이나 신호를 주었는데 잊어버렸는지, 잊지 않고 친해지려고 노력하고 있는지, 아님 아무 생각 없이 습관처럼 다가오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이제는 새벽 아침부터 찾아오는 그의 모습이 기대되고 그립기도 하다.      


세상은 참 복잡하다. 그래도 섭섭하고 낯설기는 하지만, 어찌해야 할지 익숙하지는 않지만 그의 행동 하나하나에 그저 깊이 생각하기보다 아직 때가 오지 않았고 시간이 더 걸리겠다는 마음 한 가지로 지금 있는 이 순간을 감사하며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많은 이들에게 슈퍼스타가 아니다. 어찌 보면 많은 이들에게 인정받고 칭찬받고 싶어 하는 것은 그저 나의 욕심일 뿐이다. 

그 사람의 행동과 말이 낯설고 섭섭하며, 나를 밀칠지라도 섭섭한 마음 더욱 깊게 파지 말고 그럼 나와 맞는 이들 아님, 나를 조금이나마 지켜보는 이들을 먼저 찾고 다가가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 싶다.     

요놈의 자식 내일도 또 어김없이 찾아오겠지?     

잊지 않고 찾아주는 요놈을 기억하면서, 작은 먹이라도 던져줘야지? 먹든지 말든지...


14. 코로나 이놈이 글쎄

코로나 이놈이 한번 들어오더니 순식간에 퍼져버리게 만드네?     

정말 순간이었다. 이렇게 퍼질지 전혀 예상하지도 못했다.     

오랜만에 잠을 일찍 청하려고 자리에 누웠는데 선생님 한 명이 전화가 왔다. 시설 이용인 몇 명이 자가 키트 검사 결과 양성 “두줄”이 나왔다고 한다.           


고민할 것도 없이 바로 옷을 챙겨 사무실로 향했다.     

사실 전날 밤늦게까지 일하고 돌아오게 되어서 몸 상태가 썩 좋지 만은 않았고 너무나도 피곤한 상태였다. 신기한 것은 피곤해도 내 몸이 일어나는 것이 신기했고 대견스러웠다.        

   

급히 오게 된 사무실

나뿐만 아니라 몇몇의 선생님들이 함께 와 있었다.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온 선생님들이었다. 그저 피곤해도 이용인들 걱정만 하고 온 선생님들이었다.   피곤함을 무릅쓰고 말이다.     


코로나 이놈이 겁 잡을 수 없을 만큼 순식간에 퍼지고 말았다. 당장 손을 쓸 수가 없었다.     

코로나 검사하고 양성 반응 나오고, 양성 반응이 나온 이용인들은 또다시 미리 준비된 격리실로 긴급 이동시키고, 양성이 나오지 않는 이용인들은 최대한 접촉하지 못하도록 하고, 신속히 소독하고...          

코로나 양성 반응이 나온 이용인들의 현황을 종합하여 지자체에 보고하고, 또 다른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될 것을 우려되어 긴급 선생님들과 다른 이용인들을 대상으로 PCR 검사를 하고..          


격리실에 있는 식사를 챙기기 위해서 별도의 식사를 준비하고 매우 안전하게 식사를 격리실로 보내고, 식사가 끝나면 정리하여 쓰레기 넣은 것 그대로 폐기하고... 이 일들이 신속하게, 빠르게 진행되었다.           

'정신없네 진짜'     

누가 말할 것도 없이 서로가 도우며, 협력하며 이루어지는 이 일들과 상황들이

너무나도 신기할 노릇이다.   


정신없이 보내는 하루이지만 밖의 세상은 그저 그렇게, 아무런 일들이 없는 듯 지나가는 것 같다. 아마도 내가 모르는 것이겠지만 그들도 나름 정신없이 이겨내며 살고 있지 않나 싶다. 내가 정신이 없고 어려움이 있다 보니 그들의 입장과 시선을 보게 된다.     


그리고 더욱 삶이 경건해지는 듯한 기분도 든다.           

하루하루 몇 일째 바쁘게 살지만, 늘 잊지 않고 하려고 하는 것은 나만 바라보고 있는 이들에게 물을 주는 것이었다.     


하루라도 물을 주지 않으면 축 쳐져 있는 이들 때문에 빠짐없이 물을 챙겨주려고 한다.           

밤 12시에 퇴근을 해도 어김없이 물을 뿌려준다. 꼭 나를 기다려주는 이들처럼 나만 바라보고 있는 눈치다.           

이른 아침 사랑하는 이들,

나만 바라보는 이들을 보게 되었는데 어느새 부쩍 커버린 이들을 보게 된다.           

‘걱정 말아야 잘 크고 있어요 아빠! ’          

꼭 이렇게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한 주 동안 정신없이 보내고,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나 내 마당에 커가는 여러 식물들처럼 우리 이용인들의 코로나 해제 날짜가 다가오며, 슬슬 한 명씩 해제되기 시작하였다.     


정신없이 보내는 오후 어느 날에..

몇몇의 이용인들이 전화가 온다. 보고 싶어서 전화한단다.     

생각보다 잘 견뎌내며, 더 밝아진 이용인들의 얼굴을 보니 내 마음이 꼭 위로받는 듯하다.     

내가 그들을 돌보고 있는데, 도리어 이용인 분들 때문에 더 큰 위로가 된다. 그래서 전날까지 힘든 모든 것이 순식간에 잊어진 듯하다.           

시간이 지나면 다 해결되리라는

평범한 진리가 통하는 지금

그래도 이겨내고 잘 지내고 있는 지금이

너무나도 좋다.           

한 번 더 코로나 이놈 오기만 해 봐라.     

이제는 당하기만 하지 않으리라.     

"우리에게는 우리 선생님들과 함께 하는 많은 이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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