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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Ssong
Nov 01. 2024
게으른 나 자신과의 싸움
굳어진 습관을 고치는 건 어렵다.
처음 암선고를 받고 나서 한 일은
식단을 바꾸는 일
이었다.
야채, 과일, 나물, 단백질 등 위주로 먹고
밀가루 커피 기름진 거 튀긴 거 직화 과자 간식은 피하려고 했다.
하지만 나는 밀가루와 커피를 너무 사랑했던 탓에
빵과 커피를 자제한다는 게 제일 고역이었고
살면서
야채를
즐겨 먹지 않았기에
(정
확히는 싫어함..)
아침에 입맛도 없는데 샐러드와 브로콜리를 꾸역꾸역 삼켜야 하는
것이
나에게는 고문과도 같았다. (열심히 챙겨준 가족들에겐 미안한 마음..)
집밥이 제일 좋은 걸 알면서도 밥(콩 들어간 현미밥)과 반찬이 맛이 없으니
솔직히 처음엔 적응하는 게 힘들었다.
나는 밥 먹을 때마다 투정 부리고
남편은 받아주고받아주고 하다가 한 번씩 펑
터지는 날엔 정말 미친 듯이 싸웠다.
눈앞에 십몇 개월짜리 아들이 보든 말든 신경도 안 쓰고
서로 할퀴고 상처 주고 내 마음 좀 알아달라고 울고 애원하고..
한 4~5개월 정도 반복하다 보니 이제는 서로 더 참는다.
나는 싫더라도 내색 없이 먹는 다던가
먹고 싶은 걸 말했는데 퇴짜를 맞으면 더 이상 조르지 않는 정도?
남편은 예전보다는 많이 너그러워(?) 져서 나의 요구 조건을
어느 정도는 들어준다. (감사합니다 남편님..♥)
식단을 바꾸는 것 외에도
생활 습관을 개선
하는 부분에
어마어마한 노력이 필요했다.
우선 나는 매우 게으르다. 인정한다.
해야 하는 일들을 머릿속으로만 생각하다 보니
안 하는 날이 더 많기에 <To do list>를 쿠팡으로 주문했다.
하루에 이건 꼭 하자! 하는 것들을 적어놓고
실행 완료를 하면 체크하는 것이다.
총 8개를 적어놨는데 웬걸.. 8개를 다 하는 날이 없다..
많이 하면 6~7개? 정도라서 노력이 더 필요할 듯하다.
안 하던 것들을 습관으로 만들어서 하려고 하니 힘이 든다.
그래도 어쩌겠나 오래 살고 싶으면 뭐라도 해봐야지.
병원치료만 하는 건 답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대로 노력하고 있다.
물 먹기가 제일 어렵습니다.
가끔씩 길을 걷다 보면
담배를 뻑뻑 피우시는 백발의 할아버지를 마주칠 때가 있다.
저 할아버지는 저렇게 담배를 피워대도 머리가 새하얘질 때까지 사시는구나
울화통이 터져서 짧게 한숨이 나온다.
하지만 이런 생각에 오래 잠식되지는 않는다.
내가 암에 걸린 이유는 명확한 원인을 찾기 어렵기도 하고
찾아봤자 의미가 없다.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으니까.
건강하게 살던 사람도 암에 걸리고
평생을 관리 없이 하고 싶은 대로 싶은 대로 살아도 무병장수 하는 사람도 있다.
그냥 주어진 상황에 차분히 마주하고 하나씩 헤쳐나가면 된다.
나는 극복하기로 했고 혼자가 아니니까.
유튜브로 암 치료나 극복에 관련한 영상을 종종 본다.
나는 주로 댓글을 열심히 읽는 편인데
희망을 주는 그런 댓글들을 찾아서 마음에 새기거나
캡처를 해서 사진첩에 저장해 두고
힘들거나 지치면 꺼내보곤 한다.
보자마자 피식 웃음이 나서 마음이 몽글몽글 해졌던 글이 있다.
'친구들은 늙어가는 걸 슬퍼하지만 난 달라요~
없을 것만 같던 50대도 되었고
흰머리가 나는 나를 볼 수도 있어서
행복해요.'
맞다. 나도 요즘 빨리 늙고 싶다. 괜스레 행복할 것 같다.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60, 70, 80까지 쭉쭉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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