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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song 11시간전

종교의 힘을 빌려서라도

한 말씀만 하소서 제 영혼이 곧 나으리이다. 

1차 치료제가 내성이 온 후 다음 약을 기다리는 동안 많이 아팠다. 정말 이러다가는 죽을 수도 있겠구나 싶을 정도였다. 항암치료를 중단하고 한 보름 정도 기다렸는데 암이 몸속에서 신이 난 듯 활개를 쳤다. 잦은 기침으로 누워서 잘 수 없었고 고열이 오르락내리락 매일 땀범벅에 잘 먹지도 못하니 살은 쭉쭉 빠지고 뼈 전이 통증은 또 왜 이리 아픈지... 눈물과 함께한 보름이었다. 생과 사를 넘나드는 고통이 찾아오니 정말 하느님 예수님 부처님 살려주세요 소리가 절로 나오던 그때, 나를 버티게 해 준 건 당연히 남편과 가족들이었지만 둘째 이모가 소개해줘서 알게 된 김정희 에프렘 수녀님의 책도 도움이 많이 되었다. 수녀님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드리자면 치유의 힘을 가지고 계신 분이시고 아픈 사람들을 위해 기도회를 열고 안수기도를 해주신다. 수녀님이 쓰신 책은 수녀님의 기도를 받고 건강을 회복한 신자들이 보낸 편지를 엮어서 만든 책이다. 그래서 그런지 읽으면서 위로가 되었고 나도 나을 수 있다는 희망으로 버텼었다. 


나는 천주교인이다. 어릴 때 세례를 받았고 커서는 바쁘게 살다 보니 성당에 자주는 못 갔지만 어찌 되었건 나는 하느님을 믿는 사람이다. 나의 외가 쪽도 전부 천주교인이고 이모가 3명 있는데 둘째 이모는 성당 봉사자로 열심히 활동하시고 셋째 이모는 성가대로 활동하신다. 특히 둘째 이모는 이모부가 약 10년 전 희귀 암 판정을 받으셨는데 엄마 말에 의하면 성당에 납작 엎드렸다고 한다. 그만큼 괴롭고 힘드니 할 수 있는 게 오직 기도뿐이라 생각하신 것 같다. 그리고 그만큼 성당일은 바쁘니깐 잡생각도 덜 나셨을 테고... 충분히 이해한다. 그렇게 활동하시다가 우연히 에프렘 수녀님을 알게 되어서 시간 될 때마다 기도회를 나가셨는데 이번에 내 소식을 듣고 나한테도 소개를 해주셨다. 


둘째 이모가 힘내라며 선물해 주신 묵주와 성물


기도회를 처음 갔을 때 수녀님의 나이를 듣고 깜짝 놀랐다. 올해 98세신데 강단에 서서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강의를 하시는 모습이 무척 신기했다. 본인도 죽을 고비를 2번이나 넘기고 여태 잘 살아있으니 당신들도 나의 안수기도를 받고 열심히 기도하고 하느님을 믿고 나을 거라고 믿으면 그대로 이루어질 거라고 강조하셨다. 어찌 보면 단순한 내용인데 몸과 마음이 지쳐있는 상태라 그런지 마음에 울림이 컸다. 그렇게 기도회만 나가다가 하루는 면담신청을 하여 엄마랑 같이 상담실로 찾아갔었다. 수녀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암환자들은 보통 얼굴이 시커매서 안쓰러운데 내 얼굴이 하얗고 뽀야니 곧 다 낫겠네 하셨다. 그 말씀을 하시며 환하게 웃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나는 의사가 말하는 무미건조하고 현실적인 처방보다 이런 소소한 위로의 말들이 듣고 싶었나 보다. 


도움이 필요하신 분들은 연락해 보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전화로도 안수기도 해주십니다.기도회 : 매 월 둘째 주 토요일 2시~4시 30분 살레시오 수녀원 4층 마리아홀 진행(지하철 7호선 신풍역 4번 출구 도보 3분)


종교라는 것이 힘들 때는 마음의 위로가 되는 것 같다. 나는 매일 자기 전에 기도하는 것을 습관으로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는 중이다. '하느님 지금 치료하고 있는 약으로 최대한 오래 치료할 수 있게 해 주시고 아픈 사람은 저 하나로 충분하니까 가족들은 아픈 곳 없이 주어진 수명 그대로 살다가 죽게 해 주시고 이왕이면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에 죽을 수 있게 해 주시고 일단 딱 30년만이라도 살 수 있게 해 주세요.' 주로 이런 내용으로 기도드린다. 수녀님의 책에 이런 내용이 있다. "고통의 대가는 하늘나라다. 고통 후에 은총이 온다. 고통 후에 영광이 온다. 나에게 오는 길은 고난의 길이다. 많은 이들이 가난과 고통 없이는 나에게 오지 못한다." 나는 이 고통이 끝나는 날에 천국에 가나보다. 그렇게 생각하니 맘이 편하다. 혹시 내가 가족들보다 먼저 떠나게 된다면 천국에서 가족들을 지켜주는 수호천사가 되고 싶다. 하느님 듣고 계신가요? 그럴 거라 믿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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