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서로 축하해요
아들은 엊그제 어린이집에서 생일파티를 했다. 우리 아들 생일은 12월 26일이지만 어린이집에서는 월별로 한꺼번에 모아서 생일파티를 해주기 때문에 해당월에 생일인 아이들은 모두 주인공이다. 키즈노트에 올라온 알림장을 보니 주인공이 된 우리 아들은 신이나기도 하고 쑥스럽기도 한지 입꼬리가 씰룩씰룩 움직이는 상태에서 사진이 찍혔다. 친구들끼리 서로 머쓱하게 선물을 전달해 주는 모습도 어찌나 귀엽던지.
생일파티를 통해서 아이들은 서로의 생일도 축하해 주고 축하도 받으면서 나눔에 대한 기쁨, 상대방을 생각하는 마음, 배려 이런 것들을 배운다고 한다. 나와 남편은 어린이집은 처음이다 보니 이런 문화가 있었는지 잘 모르다가 어느 날 알림장에 "내일은 같은 반 친구의 생일파티가 있을 예정이니 소정의 선물을 부탁드립니다."라는 문구를 보고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금액대는 얼마를 해야 하는지, 보통 어떤 것들을 선물하는지, 포장은 해가야 하는지 등등 모르는 것 투성이었다. 급하게 어린이집에서 교사활동을 하고 있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보았고 부랴부랴 다이소에 가서 스티커북을 몇 개 사 왔었다.
나는 주지 않고 받지 않는다 라는 주의라서(남편도 같은 생각) 이런 게 조금 불편했었기에... 선물을 준비해서 보내긴 했지만 그날 저녁에 담임선생님께 조심스레 물어보았다. "이거 꼭 준비해야 하는 거죠?" 돌아온 답변은 "네~ 어머님^^ 그래야 OO도 나중에 친구들에게 축하받을 수 있어요~" 당연한 답변을 받은 셈이다. 어린이들의 교육적인 측면에서 보면 이런 생일파티 행사도 배울 점이 많을 텐데 내가 너무 어른 위주의 생각을 한 것 같았다. 물론 어린이집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었다. 국공립어린이집 같은 경우는 부모들에게 선물을 챙겨 오라고 하지 않고 원 내에서 전부 다 알아서 준비한다고 한다.
또 하나의 문화가 있는데 바로 답례품이다. 내 생일을 축하해 줘서 고마워라는 의미로 선물을 돌리는 건데 이건 무조건은 아니고 하는 부모들도 있고 신경 안 쓰는 부모들도 있다. 또한 어디까지 돌릴 것인가도 자유다. 같은 반 친구들한테만 주기도 하고 통이 큰 부모들은 어린이집에 다니는 원생 모두에게 돌리기도 한다. 예전에 아들의 가방에도 모르는 친구의 답례품이 들어있어서 '음.. 이렇게까지?'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막상 아들의 생일파티가 다가오니 생각을 안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 나도 답례품을 준비해 보았다. 같은 반 친구들과 같은 아파트 단지 친구들 선물만 소소히 준비했다. 그러면서 원장님과 담임선생님한테도 모바일 커피 쿠폰을 드릴까 싶어서 살짝 물어보니 약간 난색을 표하시길래 하지 않았다.(다른 방향으로 드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답례품 준비로도 벅차서 관두었다.)
아들이 받아온 선물들을 보니 이래나 저래나 아이들한테는 생일이 얼마나 설레는 단어일까 싶었다. 동심이 유지되는 때까지만이라도 그 몽실몽실한 기분을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년 아들의 생일에도 행복해하는 아들의 모습을 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