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 4~5개월 남으셨어요.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지난번 검사 결과가 좋지 않았던 터라
의사 선생님께서는 한참 말씀이 없으시다가
"여명 4~5개월 남으신 거 같아요. 호스피스도 알아보시고 사전연명치료도 상담받으세요."라고 하셨다. 나와 남편은 기가 막혀 벙 찐 채로 진료실을 나왔다. 들어가기 전에 물어볼 것도 많았어서 핸드폰 노트에 다 적어 갔었는데 아무것도 물어보지 못하였고 그냥 할 수 있는 건 다 해주세요 제발 부탁드려요 라고 머리만 조아리다가 나왔다. 남편은 손도 떨고 목소리도 덜덜 떨면서 말했지만 나는 왜인지 모르게 아무 말도 안 나왔다.
일단 의사 선생님의 진료 태도에 화가 났다.
본인은 피곤한지 눈을 끔벅끔벅 눈알을 여러 번 돌리기도 하고 뒤집기도 하고 별 쇼를 다 하면서 내뱉는 말은 살 수 있는 날이 얼마 없으니 준비하라? 기가 찼다. 물론 슬퍼하면서 말해달라는 건 아니었지만 환자를 대하는 기본적인 태도가 부족했다고 느꼈다. 우리는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고 가고 싶은데 우리가 제시하거나 물어보는 모든 검사, 질문들에 대해서 어차피 크게 의미 없다는 식으로만 답하는 모습에 또 한 번 열이 받았다. 나는 나이도 젊어서 조금 더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치료를 하고 싶은데 의사 선생님은 해보지도 않고 자꾸 평균적으로 그렇다더라에 맞춰서 치료를 하시려고 한다. 마치 내가 당신 같은 환자들 많이 봐서 아는데~ 어차피 치료 효과 크게 없어~라는 듯한 이 태도! 너무 싫다. 나라는 사람은 다를 수도 있는데.....
진료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와서 급하게 다른 병원 진료를 잡아두었다. 만약 의사 선생님이 나를 포기하려는 듯한 태도를 보이면 바로 전원을 하기 위해서 우리는 준비를 해두기로 했다. 항암을 쉬게 되는 기간이 늘어나면 내가 버티기 힘들어질 수도 있기에 서둘렀다. 일단 입원을 해서 추가 검사를 하고 뇌방사선을 먼저 받기로 해둔 터라 현재는 입원을 기다리고 있다. 화요일에 예약을 잡고 왔는데 금요일인 지금까지도 병실은 계속 미배정 판정만 나온다. 뼈전이 통증 경감을 위해서도 병원에서 케어받는 게 좋은데 생각보다 대기가 길어져서 마음이 조급해진다. 나는 하루에도 아픔을 참느라 두세 번씩 울고 남편은 버티자고 버텨주라고 애원한다. 통증이 가라앉고 마음이 차분해지면 에프렘 수녀님께 전화를 걸어 기도를 청했다. "저 아들이 이제 2살 됐어요 그래서 30년 정도는 더 살아야 해요. 그리고 저에게 맞는 약이 나타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