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 같은 단어 sir
인도를 여행하기 전에 많은 검색을 해보는 키워드 중 하나는 '인도에서 사기당하지 않는 법'이다. 수많은 경험담과 조언 등을 찾아볼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인도에서 사기를 당하지 않고는 제대로 된 여행을 하기가 쉽지 않다.
그 이유는, '사기'에 있어서 인도에서 적용되는 범위가 상당히 넓기 때문이다.
Sir~
인도의 델리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인도의 사기란 무엇인가를 체험할 수 있다. 특히, 인도에 처음 오는 여행자라면 내가 가는 모든 곳에서 사기를 당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심지어, 공항의 청소부에게까지 사기를 당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사기'라는 단어를 이야기하면 중대한 또는 심각한 범죄에 해당하는 사기를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인도에서는 그러한 사기보다는 작게는 몇백 원에서 크게는 몇만 원과 같이 돈을 원래가격보다 더 내는 것을 사기라고 말한다. 물론, 이러한 사기는 외국인이 인도여행을 하면서 또는 인도에 잠깐 살면서 생길 수 있는 사기들로 한정된다.
인도의 철저한 계급문화
인도는 카스트제도가 철저하게 적용되는 곳이다. 카스트는 곧 계급을 의미하고 이 계급은 더 나아가 사회적 신분 및 역할까지 영향을 미친다. 최근에는 신진 부자들이 등장하면서 어느 정도 카스트의 구분이 모호해지는 양상도 띠지만, 결국 이들도 카스트 프레임을 완전하게 벗어나지 못한다. 이러한 계급문화가 익숙한 인도인들은 본인의 위치와 역할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인정하고 그들의 삶의 방식대로 살아나간다.
존중과 배려에 대한 개념
우리가 흔히 이해하고 있는 타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는 인도에서는 다르게 적용된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남을 위해 존중과 배려를 한다면, 인도인들은 철저히 본인 위주의 존중과 배려이다. 오해하면 안 되는 것이, 나를 위한 존중과 배려라고 해서 항상 누군가에게 해를 끼치거나 나쁜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그들의 삶이 최고이고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그들의 삶을 중심으로 사고하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나에게 편하고 유리하다면 다른 사람에게 요구하고 부탁하는 모습은 인도인들에게 일반적인 모습이다.
예를 들면, 비행기나 기차에서 내가 예약한 좌석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본인들이 필요하다면 어떻게 해서든 좌석을 바꾸자고 요청한다. 그들의 논리를 듣고 있으면 그럴듯하기도 하고 큰 불편이 없기 때문에 자리를 바꿔주기 십상이지만 조금만 더 주의 깊게 들어보면 말도 안 되는 논리이다.
"나는 이 자리가 꼭 필요하고 너는 이 자리가 꼭 필요 없으니 바꿔줘"
대부분의 인도인들은 외국인에게 매우 호의적이다. 그리고 친절하다. 하지만, 돈이라는 개념이 적용되는 순간 그들과 외국인의 관계는 상당히 민감하고 복잡해진다. 즉, 그들의 태도는 철저히 외국인에게 돈을 최대한 많이 받아내기 위한 모습으로 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인들은 외국인을 대할 때 기본적으로 부담을 많이 느끼는 경향이 크다. 언어 때문에서도 그렇고, 여행자들을 대하는 인도인들이 대부분 낮은 카스트에 해당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위축이 되어 있다.
하지만, 그들이 외국인들보다 우위에 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그들의 태도는 완전히 변한다. 그들이 외국인들보다 우위에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Sir' 또는 'Madam'을 붙이는 것이다.
Sir?
'Sir'은 일반적으로 상대방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사용하는 말이다. 하지만, 인도에서는 철저하게 나와 상대방의 관계, 즉 누가 갑이고 누가 을인지를 나타내는 하나의 기능어로 사용된다.
내가 상대방에게 'Sir'을 붙이는 순간, 나는 상대방에 비해 낮은 위치로 간주된다.
낮은 위치로 간주된다는 것은, 상대방에게 무시를 당하거나 사기를 당해도 크게 상관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굳이 인도인들에게 ‘Sir’을 써줄 필요가 없는 것이다.
‘Sir’을 역이용하는 좋은 방법
인도인들이 ‘sir’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위와 같은 내용으로 이해하고 있다면 우리는 이를 약간 역이용해 볼 수도 있다. 물론 나쁘게는 아니다. 인도인들이 ‘sir’이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본인이 우대받는 느낌을 강하게 받게 된다. 그동안 듣지 못했던 단어와 경험하지 못했던 대우를 받게 되니 자연스럽게 우쭐하게 된다.
이때, 우리는 내가 필요한 부탁을 하게 되면 대부분 인도인들은 그 부탁을 들어주게 된다. 본인의 능력 밖의 일이라 할지언정 어떻게 해서든 도와주려고 한다. 물론 이런 인도인들의 습성을 나쁜 의도로 사용해서는 안된다.
경험상, ‘sir’을 이용한 부탁은 일회성으로 끝이 난다. 그다음부터 그 사람을 만나게 되면 나에 대한 태도가 전과 비교해서 확연히 바뀌어져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나를 쉽게 그리고 가볍게 대하기 시작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