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 안 뽑는 출판계에서 살아남기①
요즘, 아니 꽤 오래전부터 분야를 막론하고 어디든 그랬겠지만, 신입을 뽑는 기업이 참 적다. 방송인 유병재의 유명한 짤처럼 경력이 없는 신입들이 살아남기 참 어려운 세상이다. 내가 출판계로 발을 디딜 때도 마찬가지였다. 출판계는 대표적인 사양산업으로 인력이 내부에서만 도는 걸로 특히 유명하다. 박봉과 열악한 업무환경은 덤이다. 대학교 3학년 때 출판편집자가 되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순간부터, '취업 전략'이 매우 중요했다. 일반적인 방법(?)으로 괜찮은 출판사에 신입으로 들어가기란 매우 어려워보였다.
나는 편집자로 일하고 있는 선배들을 찾아다니고, 인터넷으로 온갖 자료를 탐색하고, 출판실무 강의를 들었다. 브런치 '초보편집자 이야기' 코너에 출판 편집자가 되기 위해 어떤 취업과정을 거쳤는지 시리즈로 연재해볼까 한다. 이 분야를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분명히 도움이 되리라 확신한다. 또 전혀 다른 분야에서 일하거나 일할 예정인 분들에게도 인사이트를 줄 수 있도록 구성해보려고 한다.
나는 2021년 3월에 26살의 나이로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며 사회로 나왔다. 1학년과 2학년 때 받은 F학점이 8~9개였기에 마지막 학기까지 학점을 최대한 채워서 수업을 들었다. 많은 대학생들이 취업하기 위해 다양한 스펙을 쌓지만, 출판계는 토익, 학점, 자격증을 많이 보는 곳은 아닌 것 같았다(지금도 똑같은 생각이다). 그보다는 책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얼마나 많은지, 예술 문학 과학 철학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 조예가 얼마나 깊은지, 업무 역량과 관련된 경험이 얼마나 많은지 등을 주로 봤다.
출판계는 작다. 따라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창구도 제한적인 편이다. 먼저, 내가 다양한 정보를 얻기 위해 활용했던 소스를 공유해본다.
1. https://cafe.naver.com/publilancer
다양한 출판계 내부 정보와 구인구직 소식이 올라오는 네이버 카페이다. 활성도는 좋지 않지만, sbi(서울출판예비학교, 출판인을 양성하는 국비교육기관) 면접생들이 이곳에서 만나 면접을 공동으로 준비하기도 하고, 다양한 정보를 내부에서 찾기도 하는 등의 목적으로 사용하면 좋다.
나는 특히 퍼블리랜서 뉴스레터(https://page.stibee.com/archives/55547) 구독을 해놓고, 이메일로 오는 뉴스레터를 눈여겨 보았다 상당히 양질의 정보가 선별되어서 관리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2. https://blog.naver.com/khhan21
선배인 출판사 형에게 소개받았던 블로그다. 출판과 관련되어 있다면 각종 방대한 정보와 소식들이 올라온다. 이곳에서 격주간으로 발행되는 <기획회의>도 눈여겨볼 만하다. 출판인이라면 알아야 할 각종 이슈를 깊이 있게 짚어주는 특집을 격주로 꾸리고 있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82938460&start=pnaver_02
이번에 600호(창간 25주년)가 나왔다. 유서가 깊은 만큼 공신력 있는 편집위원들과 담당 편집자가 잡지를 발행하고 있다.
3) sbi(서울북인스티튜드)와 한겨레출판학교
기본 중에 기본. 출판 교육기관이고, 하나는 무료, 하나는 유료다. 사이트만 링크한다. 어차피 신입은 경력이 없기 때문에, 교육기관을 한번 거치면 유용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들어가는 건 쉽지 않다. 특히 sbi는 상당히 어렵다. 후술하겠지만, sbi는 꼭 도전해보길 권한다. 떨어져도 괜찮다. 과정 자체가 상당히 많은 공부가 된다. 내가 읽은 책으로 50권 넘게 서평을 쓴다거나 하는 과정 자체가 결국 포트폴리오고, 내 자료가 된다.
덤으로 내가 왜 출판 편집자가 되고 싶은지에 대해 스스로 답변할 수 있게 된다.
http://www.sbin.or.kr/Info/Board_Read.aspx?indexNo=2168&BoardCode=1&BoardCate=1
다음달쯤 2024 채용예정자 과정 공고가 올라올 것이다.
https://pub.hanter21.co.kr/jsp/edcourse/edcourse_allcate.jsp?main_gb=PUB
한겨레출판편집스쿨을 모집한다. 입학 경쟁이 꽤 치열하니 미리 오픈되는 날짜를 알아두고 재빠르게 신청해야 한다. 160만원가량의 수업료가 부담될 수 있다. 개인적으로 꼭 교육을 받아야 하겠다면 한겨레보단 sbi를 추천하고 싶다.
4. 북에디터(http://www.bookeditor.org/main/main.php)
매일 들어가서 눈팅이라도 해보기. 출판계가 어떤 식으로 구조화되어 있고, 돌아가는지 대충 보인다. 들어가지 말아야 할 회사에 대해 댓글이 달리기에 피할 수도 있다.
10 중 9는 경력직을 뽑는다. 창비 문지 문동 위즈덤 민음사 등등을 준비한다면 공고가 올라오기 전에 미리 준비하기(창비 공식사이트에 가보면, 입사 원서 포맷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그걸 보면 왜 미리 준비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5. 도움 받았던 서적들
1) 『편집자 되는 법』(이옥란)
2) 『출판혁명』(류영호)
3) 『책 쓰자면 맞춤법』(박태하)
4) 『문학책 만드는 법』(강윤정) - 유유출판사에서는 ~책 만드는 법 시리즈가 다 있다, 자신이 지향하는 분야에 맞는 책을 골라 읽으면 된다.
5) 『새로 쓰는 출판 창업』(한기호)
6) 『면접이 막막할 때마다 꺼내 읽는 책』(제임스 리드)
7) 『에듀윌 kbs 한국어능력시험 교재』
8) 『경제경영책 만드는 법』(백지선)
->써놓고 보니 별게 없네 / 시간이 없는 사람들은 1번, 4번, 5번만 읽어도 된다.
6. 각종 공모전 사이트
->관련 스펙을 쌓을 수 있다면 어떤 활동이든 좋다. 내가 참여했던 대외활동 중 포트폴리오로 쓰였던 활동과 학교에서 받은 상장 같은 것들을 사진으로 남긴다
난 이 사이트를 애용했다. 늘 성공하는 건 아니다. 난 반디앤루니스 펜벗에 지원했다가 떨어지기도 하고, 출판사 서평단에 지원했다가 떨어지기도 했다 글고 보니 sbi도 떨어졌지;; 인생은 원래 그런가보다 성공보단 실패가 훨씬 많다.
핵심은 하지만 같다. 떨어질 때도 있고, 붙을 때도 있겠다. 어쨌든 출판과 관련된 활동들을 찾아서, 대부분 서평단이겠지만, 경험을 쌓아놓아야 한다는 것. 취준하면서도 꾸준히 했던 기억이 난다. 겁먹지 말자. 첫 발이 어렵지, 어차피 비슷비슷해서 다음은 훨씬 쉽다.
7. 참고할 만한 유튜브 채널들
https://www.youtube.com/watch?v=D1TH5y07zm8
편집자k 님이 제일 먼저 나와야 하겠다.
위 영상처럼 출판사 취업에서 참고할 만한 영상들을 많이 업로드하신다. 클래스101에서 수업도 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
'참고'만 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서점을 정기적으로 가는 건, 편집자 지망생이라면 대형 서점은 정기적으로 갔을 테니, 나는 차라리 독립서점(니은 서점, 아침달 북스토어 등)을 가보는 것을 추천한다. 북스타그램은 나는 만들지 않았고, 블로그를 개설해서 그걸 대신했다.
자신한테 맡게 변형하면 좋겠다.
https://www.youtube.com/channel/UCRbjtZUrNAQe7w5c03JCMXw
출판사 채널 중 가장 활성화가 잘 되어 있고, 컨텐츠가 좋고, 구독자가 많다. 참고할 만한 영상들이 여럿 있다.
https://www.youtube.com/channel/UCGPfjyMkN7uAmzfRpXL-AxQ
북튜버 1위, 겨울서점 님이다. 편집자에 대한 정보라기보다는 출판 시장 트렌드를 읽는 데 참고하기 좋은 채널이다.
9. 출판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알면 분명 좋은 것들
뉴닉 같은 종합 뉴스 레터 하나 정도는 구독하는 게 좋겠다. 출판 트렌드라는 건 다른 게 아니라, 결국 이 시대 독자들이(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안을 읽는 것과 일맥상통하니까.
http://www.mybookmake.com/bbs/board.php?bo_table=mybook_postprocess&wr_id=1
https://blog.naver.com/cba_w/221233753221
https://www.swadpia.co.kr/sw_guide/main/0/CA01/CB01
강조하고 싶은 건 책의 물리적인 구조와 후가공에 대한 부분이다. 책의 내용만 중요한 게 아니라, 책의 '물성'까지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판형, 형압 가공이나 '박 입히기' 같은 후가공들까지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건 추후 포트폴리오 예시를 보면서 다시 한번 강조하겠다. 결국 이런 추가적인 공부들이 경쟁력을 키워준다고 나는 믿는다. 어떤 책을 볼 때, 내부적인 내용뿐 아니라, 외부적인 물성까지 볼 수 있다는 건, 큰 경쟁력이다.
이러한 자료를 찾아보며 어떻게 실질적인 준비를 해왔는지는 다음편에서 이어진다. 출판 편집자라는 직업은 정말 매력적이고, 재밌다고 생각한다. 포트폴리오 자료를 공유하고, 내가 아는 지식과 경험을 나누겠다. 관심 있는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