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한텐 비밀
남편이 늦은 어느 주말 밤, 아이를 먼저 재우려고 함께 누웠다가 이야기 삼매경에 빠졌다.
"우리 반에 민지라는 애가 있는데, 걔가 지나가면서 성훈이를 좋아한다고 속삭이는 걸 내가 들었어, 엄마. 근데 성훈이는 모범생도 아니고 맨날 까불어서 멋져 보이지 않을 것 같은데, 왜 민지는 성훈이를 좋아할까?"
얘가 민지에게 관심이 있나 싶었지만, 너 민지 좋아하지? 얼레리꼴레리라고 하면 대화가 단절될 걸 알기에 흥분을 가라앉히고 어른의 말을 골랐다.
"민지 눈에는 네 눈엔 안 보이는 성훈이의 장점을 보는 눈이 장착이 되었나 봐. 경민이 너도 그럴걸, 아마? 네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람의 장점이 훨씬 크게 보여."
"엄마도 아빠한테 그랬어?"
"그럼. 엄마가 맨날 아빠를 놀려서 그렇지, 아빠 속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보석이 있어. 아빠는 있잖아, 원석 같은 사람이었어. 그걸 엄마만 알아본 게 신기해. (원석을 다이아몬드로 갈아내는 과정이 쉽진 않지만 말야.)"
"엄마, 그럼 난 어떤 사람이야? 내 속에도 보석이 있어? 엄마는 그게 보여?"
"당연히 네 속에도 아주 반짝반짝 빛나는 보석이 있지. 엄마는 원석을 알아보는 전문가거든. 그게 다이아몬드가 될 수 있게 엄마아빠가 도와주려고 하는데, 너의 힘이 가장 중요해. 네 속의 보석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 말이야. 나중에 천천히 빛이 나도 괜찮아. 아마 넌 아빠보다 엄마보다 훨씬 멋지게 클 거야."
"근데 보석은 아빠랑 나만 갖고 있는 거야? 다른 사람들도 있는 거야? 엄마는 사람들에게 있는 보석이 다 보여?"
"누구나 다른 보석을 갖고 있는데, 그걸 잘 갈고닦으면 빛날 수 있어. 그런데 보석이 있는지 모르고 소중히 여기지 않으면 빛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고. 자기 스스로 소중히 여기지 않으면 남들도 절대 알아볼 수 없어. 그니깐 경민아, 넌 항상 네 속의 보석을 소중히 여기면 좋겠어. 알겠지?"
"응. 그런데 엄마는 아빠 만나기 전에 다른 남자친구도 있었어? 왜 그 사람이랑은 결혼 안 했어?"
"흠 그건 말이지. 엄마가 만약에 다른 사람이랑 결혼했으면 네가 안 태어났지, 요놈아! 이제 잘 시간이 지났으니깐 얼른 자자. 다음에 또 얘기해."
역시나 따뜻한 대화의 끝은 ‘얼른 자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