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코파이 Jun 12. 2024

엄마는 아빠 말고 다른 남자친구가 있었어?

아빠한텐 비밀

남편이 늦은 어느 주말 밤, 아이를 먼저 재우려고 함께 누웠다가 이야기 삼매경에 빠졌다.


"우리 반에 민지라는 애가 있는데, 걔가 지나가면서 성훈이를 좋아한다고 속삭이는 걸 내가 들었어, 엄마. 근데 성훈이는 모범생도 아니고 맨날 까불어서 멋져 보이지 않을 것 같은데, 왜 민지는 성훈이를 좋아할까?"

얘가 민지에게 관심이 있나 싶었지만, 너 민지 좋아하지? 얼레리꼴레리라고 하면 대화가 단절될 걸 알기에 흥분을 가라앉히고 어른의 말을 골랐다.


"민지 눈에는 네 눈엔 안 보이는 성훈이의 장점을 보는 눈이 장착이 되었나 봐. 경민이 너도 그럴걸, 아마? 네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람의 장점이 훨씬 크게 보여."

"엄마도 아빠한테 그랬어?"

"그럼. 엄마가 맨날 아빠를 놀려서 그렇지, 아빠 속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보석이 있어. 아빠는 있잖아, 원석 같은 사람이었어. 그걸 엄마만 알아본 게 신기해. (원석을 다이아몬드로 갈아내는 과정이 쉽진 않지만 말야.)"

"엄마, 그럼 난 어떤 사람이야? 내 속에도 보석이 있어? 엄마는 그게 보여?"

"당연히 네 속에도 아주 반짝반짝 빛나는 보석이 있지. 엄마는 원석을 알아보는 전문가거든. 그게 다이아몬드가 될 수 있게 엄마아빠가 도와주려고 하는데, 너의 힘이 가장 중요해. 네 속의 보석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 말이야. 나중에 천천히 빛이 나도 괜찮아. 아마 넌 아빠보다 엄마보다 훨씬 멋지게 클 거야."

"근데 보석은 아빠랑 나만 갖고 있는 거야? 다른 사람들도 있는 거야? 엄마는 사람들에게 있는 보석이 다 보여?"

"누구나 다른 보석을 갖고 있는데, 그걸 잘 갈고닦으면 빛날 수 있어. 그런데 보석이 있는지 모르고 소중히 여기지 않으면 빛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고. 자기 스스로 소중히 여기지 않으면 남들도 절대 알아볼 수 없어. 그니깐 경민아, 넌 항상 네 속의 보석을 소중히 여기면 좋겠어. 알겠지?"

"응. 그런데 엄마는 아빠 만나기 전에 다른 남자친구도 있었어? 왜 그 사람이랑은 결혼 안 했어?"

"흠 그건 말이지. 엄마가 만약에 다른 사람이랑 결혼했으면 네가 안 태어났지, 요놈아! 이제 잘 시간이 지났으니깐 얼른 자자. 다음에 또 얘기해."

역시나 따뜻한 대화의 끝은 ‘얼른 자자’였다.







이전 10화 내 남편의 천만금짜리 미역국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