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교육에 관한 부부의 입장 차이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의 공부를 어느 정도 시켜야 하는지 고민이다. 일주일에 두 번 수학, 한 번 논술, 나머지는 예체능으로 시간표가 빽빽하다. 아직 11살인데 왜 이렇게 시간이 부족한지. 놀 시간도, 독서할 시간도 충분하지 않다. 그렇다고 공부를 아주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니고. 그런 어중간한 상태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자기주도 학습을 시도해 보고자 아이에게 선택권을 주었더니 공부량도 시간도 더 줄었다. 엄마는 이게 맞는지 끊임없이 헷갈리고 혼자서만 애가 탄다. 아이 교육은 내 담당이지만, 나의 이런 고민을 오랜만에 남편과 공유해 보기로 했다.
"경민이 있잖아. 공부하는 시간이 점점 줄어드는데, 그래도 되는 걸까? 요새는 연산만 하나 봐."
"무슨 소리야. 빡세게 시켜야지."
"아니, 빡세게 할 나이는 아니지. 아직 4학년이야. 생각해 봐, 우린 그때 그렇게 공부했어?"
"응, 난 그렇게 했어. 내가 말이야, 3학년 때 오락에 빠져 반에서 꼴등하고 4학년 때부터는 밤 열 시까지 집에도 못 들어가고 공부한 사람이야. 문제은행 과외라고 들어봤어? 4학년이면 완전 공부할 나이지!"
괜히 물어봤다. 문제은행 과외라니. 그는 실제로 4학년 때부터 과외를 받았다. 그 과외 시스템은 전무후무했다. 아이들에게는 극악무도하고 엄마들에겐 쓰앵님을 칭송하고 모시게 만드는 그런 시스템이었다. 먼저, 과외 선생님과 한두 시간 공부를 한다. 그리고는 과외선생님의 다음 과외집에 같이 간다. 그리고 그 집에서 다른 아이 과외를 할 동안 문제를 푼다. 그 선생님은 세 번째 집에 갈 때는 남편과 두 번째 집 아이를 데려갔다. 세 번째 아이가 과외를 받는 동안 남편과 두 번째 아이는 문제를 풀었다. 네 번째 집에 갈 때도 마찬가지. 세명의 아이를 데리고 가서 네 번째 아이가 과외받을 동안 또 독서실처럼 앉아 문제를 푸는 것이다. 이렇게 과외선생님은 피리 부는 사나이처럼 아이들을 몰고 어느 집에든 데려가 밤 10시까지 문제 푸는 걸 기어이 시키셨다고 한다. 부모님들도 그 선생님의 과외 스타일을 알아서, 생판 처음 보는 다른 집 아이들이 우리 집에 들어오는 것에 오케이 하며 군말 없이 상을 펴주셨다. 남편은 특별관리 대상이라 항상 제일 먼저 과외를 받고 제일 늦게까지 문제를 풀었다고 한다. 선생님 옆자리인 일등석에서. 지금도 이런 선생님이 있을까? 실력은 늘겠지만 말만 들어도 부담 가득이다.
아, 그래서 공부를 얼마나 시켜야 하는 거야. 자기 얘기만 실컷 하는 남편과 상의하니 결론이 안 난다. 우린 교육에 대한 관점이 많이 다르다. 그는 한국 학군지식 교육의 신봉자, 나는 애매한 시골식 교육 추구자. 그러다 생각해 보니, 나도 답정너였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아이가 힘든 것도 싫고 너무 적은 것도 싫고 지금처럼 애매하게 시키고 싶은 거다. 딱 스트레스 안 받을 만큼만. 여기서 조금만 야곰야곰 공부량을 늘리고 싶은데, 그 조그만 양을 어떻게 늘릴지가 고민이었던 것이다. 남편과의 대화를 통해 내 마음을 정확히 알았으니 그에게 공을 돌려본다. 고오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