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지를 못하니
휴가를 갔을 때 리조트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를 내리는 것부터 라떼 아트까지 수업을 들었다. 그 수업을 들은 건 커피에 관심이 있어서라기 보다도 사실은 시간 때우기용이었다. 수영장 물이 끓을 만큼 밖이 너무 더워서 리조트 내의 프로그램을 찾다 보니 라떼 아트 수업이 있었던 것. 아이는 키즈클럽에서 영화 좀 보면서 쉬겠다고 했고, 우리만의 시간이 생긴 남편과 내가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아주 딱이었다. 내게는 시간 때우기용이었지만 남편의 입장은 조금 달랐다. 남편은 커피애호가다. 매일 하루도 빼놓지 않고 두 잔의 커피를 마신다. 한번은 카페인, 한번은 디카페인. 부업으로 카페를 차리고 싶어했을 만큼 커피를 사랑한다. 어느 카페를 가든 원두의 종류와 커피 맛, 커피 기계를 다 알아차린다. 그리고 어느새 미어캣처럼 커피내리는 과정을 유심히 살펴본다. 그에게 있어서 이 수업은 지금껏 눈으로 지켜보았던 과정을 직접 내손으로 집행해본다는 각별한 의미가 있었다.
커피 수업은 생각보다 재미있었는데 손이 익숙해지지 않아서 쉽지는 않았다.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겠냐마는 내 맘과 뜻대로 잘 되지 않아 살짝 답답함을 느꼈다. 커피 내리는 것까진 어떻게든 했는데, 라떼의 꽃이라는 라떼아트는 고차원의 영역이다. 선생님과 함께 할 땐 조금 모양이 나오더니, 내 손으로 직접 힘 빡줘서 해보니 영 마뜩지 않은 결과물이 나왔다. 선생님들이 인심이 좋아 나에게 자꾸만 다시 해보라고 하는 통에 서너 번을 다시 했다. 내 마지막 결과물까지 보고서 다들 웃으며 괜찮다고 처음이라 그렇다며 위로를 건넸다. 남편은 그 와중에 깔깔깔 제일 크게 웃으며 나를 그렇게나 비웃었다. 얄미운지고. 그런데 막상 본인이 직접 해보더니 내 것보다 훨씬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놓은 것이다. 보는 건 쉽지, 해보니 어렵고! 이 무슨 똥손 부부의 탄생이란 말인가. 부끄럽도다.
라떼 아트 한번 배웠다고, 집에서 라떼 내려먹을 때 해봐야겠다 싶었다. 스스로 배움이 빠른 스타일이라고 자부해 온 사십 몇년의 인생이 무색하게, 해도 해도 실력이 그대로다. 그대로기는 커녕 갈수록 더 엉망진창이다. 내가 요리를 못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못생긴 라떼 아트라면 어떤가, 내가 만들어서인지 왠지 더 맛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배운 여자라는 뿌듯함은 덤이다.
자, 오늘도 어디 한번 라떼를 만들어 볼까. 못생긴 게 더 정이 가게 마련이라는 인생의 진리(?)가 여기 바로 내 앞에 떡하니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