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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랑별 Jan 16. 2021

꽃에 가서 닿다

15년 전 생각하고 무리한 날 

# '12시 전에 걷고 와야지'


어제(15일) 기준, 운동은 해야겠고 날씨는 애매하고,

앱을 보니 정오부터 비가 온단다. 그래서 오전에 걷기로 한다.


항상 그렇지만, 처음엔 그냥 걸었다. (노래 가사는 아니고..)

그런데 걷다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생각도 정리되고, 재미있고 신나고 새로운 생각들도 많이 떠오르고,

무엇보다 감정의 정화까지.

집에서 장자못 공원을 지나 -> 한강 도착 -> 그리고 구리암사대교 까지.

빨리 왔다 갔다 하면 1시간~1시간 반? 루틴 산책 코스다. 

좀 더 가면 광나루까지. 왕복 2시간 반~3시간? 12km 정도 된다. 


오늘은 좀 더 걷기로 한다. 좀 더 부지런히. 구름 낀 하늘이지만 왠지 나쁘진 않다.


광나루 찍고 돌아오다가 길의 중간에 멈춰 선다.

그냥 보기가 좋아 이쪽 그리고 저쪽 사진을 찍는다.


구리암사대교를 바라보며(왼쪽) / 광나루-잠실쪽을 바라보며(오른쪽)


# 이쪽으로 저쪽으로 걷다가


하늘을 보고, 구름을 보고, 이쪽 그리고 저쪽 길을 보고 있는데 좋다.

그러다 문득 생각 난 친구에게 전화를 한다.

20년 어린 젊은 친구는, 첫 강의의 첫 조교, 너무 고마웠던 귀한 사람이다.

이제는 어엿한 사회인, 아니 사회인 정도가 아니라 사장님이다. 부럽 ㅎㅎ


왜 그 친구가 생각났냐구? '얼마 전 개업한 꽃집에 가볼까?' 싶어서다.

청담대교 북단 뚝섬유원지역에 위치한 곳, '좀 무리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11시가 넘었는데, 비가 올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조금 뛰면 될 듯?'


'가보자..!'

다시 광나루 광진교를 넘어, 천호대교, 올림픽대교, 잠실철교, 잠실대교, 그리고 드디어 청담대교..!


15년 전, 늦은 나이에 새로 시작한 공부를 하던 중 많이 뛰었더랬다.

광진교부터 청담대교까지를 왕복했던, 딱 그 길을 다시 가고 있는 것이다.

정말 오랜만에 같은 길을 걷다가, 뛰다가... 길도 참 많이 바뀌었다.


좋았다. 좀 밀당하는 날씨이긴 하지만, 그래도 운치 있는 날씨에 추억을 소환하는 길이라..ㅎ

역시 예전 같진 않다. 나중에 집으로 돌아올 때는 거의.. 관절에, 발바닥에...ㅋㅋ


그래도,

편도 12km(so, 왕복 24km)를 밟아 도착한 곳에는 반가움이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 눈에 들어왔던 '파키라' (왼쪽) / 선물로 받은 '거베라' (오른쪽)
선물로 바친 꽃다발 (은근하게 푸른 '델피늄', 명료하게 파란 '옥시', 그리고 목화의 콜라보)


# 역시 '꽃은 꽃이다'


정말 오랜만에 만난 반가운 얼굴, 요즘 다 그렇지 않나..ㅜㅡ

깔끔하게 정돈된 가게, 센스 있는 소품과 화분들, 그 밖의 데코레이션들...^^

그리고 무엇보다 보기만 해도 힐링이 되는 어여쁜 꽃들과 식물들.


이런저런 그간의 이야기들, 재미있는 농담들, 푸념들...

역시 좋은 사람, 편한 사람과의 이야기는 언제나 즐겁다.

그리고 새롭게 느낀 점~! 꽃들 속에서는 화를 내다가도 풀리더라는..!ㅎ 

"야.. 꽃들한테 미안해지네...ㅎ 미안하고, 고맙다, 얘들아~!"


그러던 중, 눈에 들어오는 식물이 있다. '파키라', 그냥 내 눈에 예뻐서 좋더라.

미세먼지도 처리해 줘서 요새 핫한 건 덤, 구매 결정!!ㅎ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선물도 못 사 와서ㅡㅡ)


그리고 하나 더~! 구경하다가 예쁘기도 하고, 선물해야겠다 싶었던,

은은한 푸른 파스텔 톤의 '델피늄', 그리고 별 모양으로 명료하게 파란 '옥시',

두 가지에 하얀 목화까지 섞어서 파랗지만 따뜻한 꽃다발을 주문 부탁한다~!


반쪽 여신님을 위한 화해의 선물, (엊저녁 싸워서..)

정말 오랜만의 꽃 선물, 그건...

너를 위한, 그리고 나를 위한 선물이었다.


그냥 걸었다. 

꽃에 가서 닿았다.

모든 것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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