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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백삼홈 Nov 27. 2024

시험기간에 딴짓하고 싶은 건 국룰일까요?

책상정리를 그렇게 했더랬지요.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는 공부하기 전  습관을 없애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공부 시작 전 책상정리, 정시나 30분쯤에 공부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 계획이 빡빡하고 화려한 일정, 스마트폰 옆에 두기 등 이런 여러 가지 행동을 하면서 정작 공부해야 할 시간에 딴짓하는 시간이 늘어나며 집중력도 떨어지고, 피곤하기만 한다는 것이다. 공부를 해야지 하고 마음먹었다면 바로 실행에 옮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학생시절을 되돌아보면, 공부하기 전에 늘 정리를 하는 습관이 있었다. 주변을 정리하고, 문구용품을 정렬하고, 주변의 소음을 제거하는 등 공부보다 더 많은 시간을 들인 듯한 이 느낌은 뭐지?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면 공부를 더 잘했으려나?


드디어 자유학기제였던 중1의 첫 시험인 기말고사가 다가오고 있다. 보름 정도 남았는데 긴장감은 전혀 없고, 그래도 양심은 있는지 주말에 하던 게임은 휴식기다. 시험공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은 있는 듯한데 행동에 옮기는 게 쉽지 않으니 매일밤 몸서리를 친다. 소파에 머리를 박고 괴로워하거나, 징징거리며 머리를 밀며 안아달라고 한다. 조금만 자고 공부해야지~ 조금만 쉬다 공부해야지~ 그런 말들을 너무 많이 들어서인지 귀에도 안 들어온다. 요즘 애들은 시험기간에는 pc게임은 양심에 찔리니 휴대폰 온라인 게임으로 많이들 갈아탄다고 한다. 다행히 게임은 안 하는 것 같지만 여전히 사랑하는 유*브와 음악은 끊기 힘든가 보다.

시험 전 이상행동은 주니도 시작되었다. 갑자기 책을 읽기 시작했다. 평소에 책 좀 읽으라는 잔소리가 공부하라는 말 보다 열 배는 더 되는데- 안 들리는 건지 초등학교 때 반의 반도 읽지 않는다. 책 읽는 시간에 음악과 유*브가 그 자리를 차지한 지 오래다. 그런데 소설책을 갑자기 열심히 읽는다. 공부하기 전에도 읽고, 밤에도 읽고, 밥 먹을 때도 읽는다. 이미 두 번쯤 완독 한 소설을 읽고 또 읽는다. 문제는 그 책은 10권 세트인데 설마 그걸 다 읽진 않겠지? 심지어 시험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판타지소설이다. (국내문학이나 고전이면 얼마나 좋겠는가!). 게다가 게임 외에는 사용하지 않는 컴퓨터 마우스를 만지며 뭔가를 하고 있길래 뭐 하냐고 물으니 마우스가 잘 안 움직여서 체크를 하고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재차 강조하자면 게임 외에는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는다. 하아~ 시험기간만 되면 희한하게 아이들이 9시에 잔다는데 이것도 국룰인지 평소보다 일찍 취침에 들어가긴 한다. 살짝 눈치를 본다는 게 평소와 좀 다르다고나 할까...


사실 며칠 전 학교에서 알리미를 통해 기말고사 범위가 부모에게 도착한 문자를 보고 많이 놀랬다. 시험범위까지 꼼꼼히 적어주신 학교의 과도한 친절에 놀랐다.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던 일이었다며 다들 그러려니 한다는데 우리 부부는 너무 놀랐다. 시험범위는 학생만 알아서 챙기면 그만이지 그걸 부모가 알고 챙기라는 뜻인가? 정작 아이들은 받지 않는 부모 알리미인데 말이다. 학교도 오죽하면 보냈겠냐 생각이 들다가도 이렇게 되다간 부모가 교실에 앉아서 아이와 함께 시험 보는 날이 생기는 건 아닐까!

학교 시험 때 꼭 이런 친구들이 있었다. 열심히 공부했는데 시험범위 다른데 공부하고 온 친구. 오늘 수학시험인데 다른 과목 시험인 줄 알고 공부해 온 친구.

잠깐 자고 시험 공부하려고 했는데 눈떠보니 아침이었다는 친구. 시험기간에 가지 각색의 학생들은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잠에서 못 깨어난 것도, 시험범위를 잘못 알고 있는 것도, 과목과 요일을 착각하는 것도 모두 온전히 자신이 챙기고 책임지는 것이 너무 당연한 일이었다. 시험을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원까지니 무려 18년을 봤다. 숫자로 계산을 해보니 인생의 반이 시험의 연속이었다. 그 시험은 불운했고, 때론 행운 있기도 했다. 삶에서 희비가 가장 많이 교차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시험이란 과정과 결과를 스스로 챙기고 책임져야 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이번 기말고사는 중학교 시험의 첫 관문인데 시험범위까지 부모가 함께 공유하고, 공유했으니 함께 책임까지 져야 하는 건 아닌 런지-

아이는 성장과정 중 실수나 실패를 통한 경험이 존재해야 한다. 그 경험을 토대로 더 단단해지고,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힘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요즘 우리는 아이에게 실수나 실패를 아예 경험하지 못하도록 너무 완벽한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봐야겠다.


중1 첫 성적표는 침대 위에서 확인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너무 충격적인 결과여서 일어서서 보다가 쓰러지면 다친다고, 반드시 침대 위에서 펼쳐 봐야 뒤로 넘어가도 다치지 않는다고 들었다. 그리고 학생이 하는 가채점결과도 반이 거짓이고, 반은 허구라고 했다. 결과 역시 여태까지 보지 못했던 점수라는 웃지 못할 이야기들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초등학교 때도 혁신학교라 상장 한번, 시험 한 번을 보지 않은 우리 중학교 1학년 주니의 첫 시험은 어떨까?

묻지도 않았는데 큰 소리치며 자신의 목표는 5과목 500점이 만점이라는데, 이건 어디서 나온 자신감인지...

공부 해야 한다는 죄책감에 치는 몸서리는 시간에 진중히 앉아서 시험범위를 살피며 시험을 위한 준비를 조금 해 주었으면 진심 좋겠다.

시험기간에눈 소설책 그만 읽어 주었으면...

마우스는 지금 체크하지 않아도 스스로 잘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었으면...

겨울이 코앞인데 멋 부린다고 외투도 안 입고, 감기 걸려서 아파서 공부 못했다는 소리 안 하길 바라며...

부디, 살짝 놀라더라도 침대에서 뒤로 넘어가는 점수를 보는 일만은 없게 해달라고 작정기도라도 시작해야하나 싶다.


곧 기말고사 치르는 모든 학생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며 아들에게 덧 붙이고 싶다.

이제 진짜 기말고사 대비 좀 하면 어떻겠니? 으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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