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돌보는 일이 마음을 돌보는 일이라고 했다.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는 사람은 자기 몸 때문에 피해를 입게 된다. 당신의 몸은 곧 당신의 집이다. 다른 사람들 챙기기에 바쁘다는 핑계로 스스로를 돌보는 일에 소홀하면 안 된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만이 남도 사랑할 수 있다. 몸을 돌 보는 것은 자신을 위한 일인 동시에 남을 위한 일이다.
<심플하게 산다_도미니크 로로>
일 년에 서너 번씩 깨질듯한 두통으로 고생을 한다. 두통이 잦은 편이긴 한데, 한 번씩 찾아오는 이 두통은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이틀은 꼬박 꼼작 못하게 아프다. 우리 부부의 최고 단점은 아파도 쉬지 않는 것이다. 왜 우리는 아파도 쉬지 않는 것인가? 아플 땐 쉬는 게 최고의 약임을 알면서도 말이다. 그냥 성격이겠지?
남편은 가끔 아프지만, 아파도 참고할 일을 다한다. 나는 더하다. 아프면 하루쯤 배달 음식으로 삼시 세끼를 다 먹으라고 하면 아이들은 더 좋아할 텐데 굳이 밥을 해서 먹인다. 청소기를 돌리고 빨래를 한다. 쓰고 보니 세상에 이런 미련한 사람이 없다. 집에 신생아가 있는 것도 아니고, 눈치 주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닌데 스스로 쉴 수 없게 하는 악취미를 가졌다. 아프면 몸도 아픈데 마음대로 되는 게 없으니 마음까지 미워진다. 그래서 아프면 짜증이 나고, 컨디션은 더 나빠지고 악순환이 반복된다. 아픔에도 자꾸 옴짝거리는 나의 행동에도 이유는 있다. 평소에도 자주 여기저기 아파서 아프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데, 진짜 많이 아프면 더 미안한 생각이 들어 아닌 척하려는지도 모르겠다. 이 마음도 참 미련한 마음이다.
며칠 전 극심한 두통과 구토로 꼬박 하루 반을 아팠다. 한의원에서 여기저기 침을 맞고 돌아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집안일 하루를 남편에게 맡겼다. 다행히 주말이었고, 평소에 집안일을 잘하는 남편이기에 걱정은 없었다. 남편은 살뜰히 아이들과 나를 챙겼고, 평소와 다르게 밤에는 기절하듯이 잠을 자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짠했다. 당신도 많이 늙어가는구나 싶어 괜히 서글픈 생각에 잠들어 있는 남편의 얼굴을 한동안 가엽게 바라봤다.
아프고 난 후 다시 컨디션이 돌아왔지만, 남편은 요즘 계속 피곤한 모습니다. 주니가 요즘 중학교 시험기간이라 밤마다 기다려 주는 건 남편의 몫이었다. 워낙 잠에 예민하는 나는 잠 시간을 놓치면 그날은 잠 이루기가 어렵기 때문에 먼저 잠든 적이 많았다. 사실 아이가 공부를 한다고 부모가 안 잘 이유는 없지만 첫 시험이라 그런 건지 남편은 꼭 늦게까지 같이 기다려 주고, 챙겨준 후 잠이 든다.(공부를 늦게까지 하는 것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가끔 남편을 보면 일찍 돌아가신 엄마가 환생한 건가 싶을 때가 종종 있다. 특히 맛있는 음식 먹을 때 늘 먼저 챙겨주고, 집안의 귀찮은 일들을 스스로 찾아서 다 해주는 착한 엄마 같다.
오늘도 피곤한데 애써 버티고 있는 남편에게 제안을 했다.
“이제 우리 피곤하고, 아프면 우주최강 이기적인 인간이 되자. 아프면 문 닫고 방에 들어가서 눈감고 귀 막고 무조건 쉬자. 그래야 서로 아플 때 빨리 나을 수 있지" 그 말을 듣고 설득이 되었는지 남편이 침대로 향한다. 다음에 내가 아프면 눈 딱 감고 쉴 수 있을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지만 ‘꼭 그래야지’ 작은 다짐을 해본다.
사십 중반에 들어서니, 한번 아프면 하루 만에 낫지 않은지 오래되어 간다. 점점 낫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통증도 깊다. 나이 들어감에 슬픈 일이 있다면 자꾸 아프고, 쉽게 회복되지 않는 것이다. 이럴수록 푹 쉬고 기운 차려서 더 재미나게 보낼 하루를 상상하며 긍정 에너지와 텐션을 올려 본다.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고, 갑자기 눈이 내리고, 갑자기 날이 따뜻해지고 ‘갑자기 ',’갑자기‘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요즘 날씨. 누구 하나 아프지 않은 겨울이 되길 두 손 모아 소녀 같은 마음으로 간절히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