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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 바꿔 주는 마음

빈티지의 시간들

by 육백삼홈
<독일, 마인강 2025>

나에게 빈티지란, 누군가의 누적된 시간들과 만나는 거없이 귀한시간, 그리고 그것이 사공간을 넘어 다른 나의 시간으로 이어지는, 어지럽고 묘한 다른 시작인 것이다.

-PHILOSOPHY Ryo _료의 생각없는 생각


공간이 주는 힘이라는 게 정말 존재하는 것 같다.


대체로 새것을 좋아한다. 중고제품이나 빈티지 아이템에 관심은 있지만, 새 제품과 가격 차이가 크지 않으면 굳이 중고를 선택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재미있다며 추천하는 동묘시장이나 플리마켓에서도 즐거움만 맛보고 소비로 이루어지진 않았다.


그런데 독일 마인강가에서 매주 토요일마다 펼쳐지는 플리마켓은 달랐다. 오래된 시간의 향기가 배인 빈티지 접시들, 누군가의 손때가 묻은 자그마한 장식품들, 누군가 한 땀 한 땀 정성으로 수놓았을 수예품들.

그 모든 것들이 따스한 햇살 아래서 유난히 애틋하고 예뻐 보였다.

평소 같았음 한 번 보고 지나쳤을 텐데, 이상하게도 자꾸만 발걸음이 멈춰졌다. 머릿속으로 만지작 거리며 고민하는 새로운 나를 발견했다.


새것만 고집하는 게 약간의 단점이라고 생각했는데,낯선 공간에서 느끼는 감정의 선을 따라가다보니 나도 누군가의 따뜻한 흔적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사람이었다니-


우연히 걷다 플리마켓을 만나면 그때는 망설이지만 말고, 머릿속의 만지작 거림을 꺼내봐야지

‘이 찻잔에는 어떤 오후의 이야기가 담겨있을까',

‘이 낡은 브로치는 누구의 소중한 순간을 함께했을까' 천천히 느끼며 마음에 담아봐야겠다.

누군지 알지 못하는 그 사람의 시간, 공간속 빈티지 이야기가 나의 시간과 공간에 속에서 어떤 이야기로 담길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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