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엔 무슨 귀신인지 쌀이라도 던져봐야 하나!
유독 더웠던 이 여름, 뒤 늦게 영화 <곡성>을 봤다. 무서운 영화를 잘 못 보는데, 좋아하는 아들과 남편을 따라 실눈 뜨며 봤다. 조금 찝찝함을 남긴 채 영화를 보니 우리 집에도 찾아왔던 아니 아직도 존재하는 귀신 떠올랐다.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주기적으로 귀신을 만나게 된다. 그것도 아주 강력한 귀신들을.
어린이집과 유치원 시절에 만나는 첫 귀신 "나가자 귀신"
밤이고 낮이고, 주말이고 주중이고 연일 밖으로 불러낸다. 밖에 나가자고 꼬시고, 떼 부리고, 울고, 이때 여러 인격을 가진 아이와 처음으로 마주하게 된다.
초등 저학년 여름만 되면 만나는 귀신 "잠자리 귀신"
자꾸 잠자리 잡아오라는 귀신 덕분에 아빠는 아이가 3살, 7살 정도엔 남편은 잠자리 사냥꾼이 되었다. 이런 귀신은 이 더운 여름에도 여전한가 보다. 요즘도잠자리 잡으러 나가는 아빠와 아이의 모습은 어디서든 볼 수 있다. 그나마 감사한 건 시즌 귀신이라 다른 계절에는 출몰하지 않아 여름이 지나면 참을 만하다는 것.
최근 접신 한 귀신은 "소파귀신"
중학생이 되면 자연 스러 찾아온다는 귀신은 우리 집에도 드디어! 여름 방학 동안 소파와 한 몸이 되어 있는 중2다. 먹고, 학원 가고, 화장실 가는 일 외엔 그 누구도 앉을 기회를 주지 않는 그곳에서 누워있는 귀신- 이 귀신은 주로 빠르면 고1 되면 나간다고 하는데 이미 아득하게 느껴진다.
부디, 다음에 찾아오는 귀신은 "공부귀신"이길 바라본다. 빨리 와 주길 제발-한 번만 방문이라도 해주길!!
귀신을 쫓고, 공부 귀신을 불러내며 파묘의 김고은 님이나 곡성의 황정민 배우님에게 DM으로 부탁드려 굿판이라도 벌이고 싶은 심정이다. (아 물론 저는 기독교입니다만.)
유난히 뜨거웠던 이 여름 방학도 곧 끝이 나는 순간이 있겠지? 방학의 끝엔 ‘소파귀신‘도 함께 끝나주길-
쌀을 던지든 방울을 흔들든 뭐든 해봐야 할 것 같은 긴 여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