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움이 용기가 되는 순간
누구의 탓도 아니다. 그것은 게임의 법칙인 것이다. 강이 먼바다를 향해 흘러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와 같은 자신의 모습을, 말하자면 자연 광경의 일부로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 무라카미하루키
보기에는 마른 것 같다고 생각되는 외형이지만, 알고 보면 숨기고 싶은 살이 많은 중년이 되었다. 이제 운동이라는 것을 하지 않으면 몸에서 먼저 신호가 온다. 수면에 관한 전문가의 강의를 들은 적 있었는데 내가 지금 수면에 어려움이 있는 건 그동안 나의 삶의 태도, 자세, 환경의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20, 30대 운동하지 않고, 잠도 규칙적으로 잠들지 않으며, 스스로를 혹사시킨 결과가 지금 나의 몸상태이다. 건강 성적표를 받은 것 처럼 후회와 함께 무거운 마음이다.
운동 싫어하는 건 여러 번 이야기했지만 2~3년 전부터 때때로 걷기 시작하다, 작년부터는 부지런히 걸었고, 올해는 조금 더 부지런히 걸었다. 워낙 왼쪽 무릎이 좋지 않아 조금 무리를 하면 무릎이 아파 며칠을 고생한다. 걷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좋아졌지만 무리하는 날 저녁은 늘 통증에 시달렸다. 정형외과에서는 약간의 퇴행이 왔다고 해서 무리하지 않으며 지냈다. 산책로를 걸을 때 뛰는 사람이 부러웠다. 연세가 지긋하신 어르신들이 달리는 모습은 부럽고 아름답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어느 날 문득, ‘나도 조금씩 뛰어볼까?’ 마음이 들었다. 욕심내지 말자며 요즘 유행하는 슬로우 런닝에 도전해 보았다. 10분, 20분, 30분 조금씩 뛰기 시작했다. 처음 10분 뛰는 날은 숨도 차고 온몸이 아프고, 정말 온몸이 고통스러웠다. 다시는 뛰지 말아야지 생각하다가 산책하다 뛰는 사람들을 보면 자극받아 뛰자 뛰자 맘먹어 보며, 그렇게 몇 주를 보내며 천천히 뛰었다. 조금씩 시간과 거리를 늘려 두 달 만에 50분, 4km 넘게 뛸 수 있게 되었다. 늘 러닝하는 남편과 함께 뛰어보자라는 작은 바람을 가지고 시작했는곧 실현할 수 있을 것 같아 마음이 벅차올랐다.
처음으로 쉬지 않고, 50분을 뛴날 금메달을 딴 마냥 혼자 신이 났다. 남편과 아이들에게도 자랑을 했다. 이미 육상에서 5관왕쯤 한 듯 뿌듯했다. 비록, 뛰는 속도는 느리지만, 쉬지 않고 뛸 수 있는 내가 정말 오랜만에 자랑스러웠다. 심지어 살면서 운동이라는 것에서 잘했네라고 생각한 적은 처음인 것 같다.
하루키의 소설을 읽는 내내 나도 저렇게 뛸 수 있을까 상상을 한 적 있었다. 하루키처럼 마라톤을 뛰지 못하겠지만, 이제 나도 뛸 수 있다는 사실이 그저 즐겁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꾸준하게 무언가를 하다 보면 결국, 그 목표에 다가갈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되었다. 갑자기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차오른다.
늘 익숙한 것을 좋아하고, 편안함을 느낀다. 요즘은 새로운 음식을 먹어보고, 평소와 다른 생각, 행동도 하려고 노력한다. 결국 익숙함이 가져다준 안일함에서 어제보다 조금 더 다른 하루를 맞이하려고 한다. 어제와 같은 오늘은 없고, 내가 어제보다 5분이라도 더 감사한 삶을 산다면 나는 조금 더 괜찮은 사람으로 늙어갈 수 있을 것 같은 희망회로를 돌리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