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좋으면 그걸로 된 거다.
“다음은 다음이고, 지금은 지금!”
- 영화: 퍼펙트데이즈 -
10년 전, 처음 마주한 독일 공항은 낯설었다. 익숙하지 않은 공기, 시차로 인한 피곤함, 비행기에서 내리던 순간 ‘네 달 된 아이를 데리고 여기 왜 온 거지?‘후회가 물밀듯이 밀려들어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10년 후 다시 만난 독일의 공항은 어제 온 것처럼 익숙했다. 애초에 없었을지도 모를 낯선 독일의 공기, 시차로 인한 무거움 따윈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태어난 지 고작 네 달쯤 된 딸아이는 이제 열한 살 언니가 되었고, 우리는 함께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다시 만나 반가워”라며 인사를 전했다.
그때는 싫었고, 지금 좋으면, 그걸로 충분하다.
마음은 언제든 변 할 수 있는 거니까.
그런 마음도 내 마음의 일부이니 받아들이는 연습을 해본다. 이제 새로움에 대한 낯섦과 두려움 보단, 현재 감정에 솔직하고 자유로워지는 여유로운 중년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