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계신 그곳에서도 비가 내리는 지요.
내 마음을 통째로
그리움에 빠뜨려 버리는
궂은비가 하루 종일 내리고 있습니다.
굵은 빗방울이
창을 두드리고 부딪치니
외로워지는 내 마음이 흔들립니다.
비 내리는 창 밖을 바라보면
그리움마저 애잔하게
빗물과 함께 내려
나만홀로 외롭게 남아 있습니다.
쏟아지는 빗줄기로
모든 것들이 젖고 있는데
내 마음의 샛길은 메말라 젖어들지 못합니다.
그리움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눈물이 흐르는 걸 보면
내가 그대를 무척 사랑하는가 봅니다.
우리 함께 즐거웠던 순간들이
더 생각이 납니다.
그대가 불쑥 찾아올 것만 같다는 생각을
지금도 하고 있습니다.
창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그대가 보고 싶습니다.
<비 내리는 창밖을 보며 - 용혜원>
요즘 유난히 비가 자주 많이 내린다. 초등학생 아이가 하교할 시간인데 비가 폭포수처럼 쏟아져 마중을 나선다. 레인부츠를 꺼내 신고, 아이 우산을 챙겨 학교로 가는 길에 아이를 데리고 오는 여럿 엄마들을 보니 엄마 생각이 났다.
라떼로 시작하자면, 초등학교 때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집에 계시지 않았다.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했던 부모님들 세대는 대부분 맞벌이셨다.
학교를 마치면 숙제를 끝내고, 해 질 녘까지 공터에서 친구들과 놀다 집에 들어가곤 했다. 부모님은 공부를 강요하지도 않으셨고, 고단한 일상을 보내시지만, 주말에 자주 소풍을 나갔던 따뜻한 부모님이셨다.
기억에서 지워진 건지, 사실인 건지 비 오는 날 엄마는 한 번도 학교 앞에 못 오셨다. 아마도 엄마는 일하러 나가셔야 했고, 그 당시만 해도 아이를 데리러 오는 엄마들은 드물었다. 그때 엄마가 안 와서 서운한 했던 기억은 없다. 다행히 집과 학교의 거리가 가까워 비를 맞으며 속상해하진 않았던 것 같다. 어쩌면 철없이 비 맞는 게 신나 뛰었을지 모른다. 비 오는 날 보다 집에 가면 엄마가 없이 텅 빈 집이 더 쓸쓸했던 느낌이 아직 남아있다.
아이를 데리러 가면서, 아이에게 우산을 전해주고, 가방을 들어주며 걷는 길에서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엄마 생각에 마음속에 촉촉이 비가 내린다.
비가, 종일 내린다.
엄마가 계신 그곳에도 비가 내리겠지.
모든 빗방울이 그리움되어 하늘에서 내리는 그런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