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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re should I go?

어느 쪽이든 가야겠지?

by 육백삼홈
<여름 밤, 서울, 2025>

여름 끝 밤 산책길의 안내판처럼,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작은 화살표라도 놓여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오래전 소설을 마쳤는데도

가끔은 이들이 여전히 갈 곳 모르는 얼굴로

어딘가를 돌아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들 모두 어디에서 온 걸까.

그리고 이제 어디로 가고 싶을까.

내가 이름 붙인 이들이 줄곧 바라보는 곳이 궁금해

나도 그들 쪽을 향해 고개 돌린다.

-바깥은 여름 _김애란



인생의 절반을 넘어선 지금도,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서성거릴 때가 있다.

잘 가고 있다고 믿으며 그 길로 곧장 걷다, 고개를 돌려보니 생각과 전혀 다른 곳에 도착해 있다.

여름 끝 밤 산책길의 안내판처럼,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작은 화살표라도 놓여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작은 화살표라도 찾는 날엔 마치 보물이라도 발견한 것처럼 너무 좋아 펄쩍 뛰며 소리 지르겠지.

지금 걷는 이 길이 아직은 안갯속을 거니는 듯 희미함으로 가득 차 작은 먼지 조차 보이지 않지만, 지금 잘 가고 있으니 조금 더 나아가라고 속시원히- 누군가 말해주면 좋겠는 그런 밤이 있다.

어쩌면 이생에서 예상과 다른 길에 서 있는 날들이 많겠지만, '애썼다' 스스로 다독이는 삶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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