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중반이 돼서야 엄마 생각이 먼저 나는 생일입니다.
내가 천사를 낳았다
배고프다고 울고
잠이 온다고 울고
안아달라고 우는
천사, 배부르면 행복하고
안아주면 그게 행복의 다인
천사, 두 눈을 말똥말똥
아무 생각 하지 않는
천사
누워 있는 이불이 새것이건 아니건
이불을 펼쳐놓은 방이 넓건 좁건
방을 담을 집이 크건 작건
아무것도 탓할 줄 모르는
천사
내 속에서 천사가 나왔다
내게 남은 것은 시커멓게 가라앉은 악의 찌꺼기뿐이다
- 내가 천사를 낳았다._이선영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누구의 생일이든 늘 뽀로로, 카봇, 콩순이가 주인공이었다. 생일의 ‘당사자’는 중요하지 않았다. 환하게 웃으며 촛불을 끄는 아이들의 모습 하나면 모든 것이 충분했으니까.
그 순간 아이의 웃음은 어떤 선물보다 소중했다.
아이들이 조금 더 자라니 편지도 써주고, 코 묻은 용돈으로 작은 선물도 사다 주고, 엄마가 먹고 싶은 케이크 정도는 함께 고를 수 있는 생일이 되었다.
아이들이 성장할수록 생일은 점점 ‘나의 날’이라기보다
가족과 시간을 나누는 소박한 날이 되어간다.
어렸을때는 친구들 만나 파티를 했고, 30살이 넘어가니 생일을 축하해 주는 사람의 수가 줄어들고,축하한다는 마케팅 문자와 할인 쿠폰이 메세지함을 채운다. 사실 별로 친하지도 않은 사람들의 의미없는 메세지 보다곁에 남은 소중한 인연들의 축하가 더 의미있고 따듯하고 소중하기에 지금도 충분히 행복하다.
이번 주가 내 생일이라는 사실을 문득 떠올리니 뒤늦게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난다. 어려웠던 시절에도 두 분은 늘 다정하게 생일을 챙겨주셨는데, 나는 그 마음을 다 알지도 못한 채-선물 사달라고 조르던 어린 모습만 남겨두고 말았다.지금은 곁에 계시지 않은 엄마를 떠올리면 오늘 날씨처럼 마음 한쪽이 시리고 아려온다.
고맙다는 말을 했던가, 못 했던가…
그 기억조차 흐릿해지는 시간이 참 야속하다.
이선영 시인의 시를 읽다-
‘아이들이 천사 같다고만 여겼는데, 나도 엄마의 천사였겠구나.’우리 엄마에게는 누구보다 귀한 존재였던 나.그 사실을 잠시 잊고 있었다.
남편과 아이들은 생일 선물을 고르라고 하고,케이크와 저녁 식당을 찾아보느라 바쁘다.몇 년 전만 해도 “열심히 산 나에게 주는 생일선물”이라며 스스로 호들갑스럽게 챙기던 생일이었는데 올해는 이상하게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 괜한 날씨탓을 해본다.
그래도 이번 생일에는 작은 다짐 하나를 해본다.
내년 생일까지, 그 누구보다 ‘나’를 귀하게 여기고
사랑하고 아껴주면서 살겠다고-
엄마에게 천사였던 나-
나에게 따뜻하게 다정해야지-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