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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리언니처럼 요가는 못합니다만-

내면에서 나오는 소리라는 건 존재할까요?

by 육백삼홈
<필리핀 보홀, 2025>

요가에는 잘하고 못하고 가 없다. 내가 나의 몸과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해 또는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도모하기 위해 하는데 왜 잘하고 못하고를 남이 평가하려 드는가? 이것은 마치 내가 건강을 위 해 또는 정신수양을 위해 매일 새벽 약수터에 가는데 사람들이 내가 약수터에 잘 가고 못 가고를 참견하는 것과 같다.

<아무튼, 요가 _박상아>



가수 이효리 님이 요가원을 시작해서 인지 요즘 요가가 인기다. 오래전부터 요가를 했다. 중간에 쉬다 일하다 한적 있지만 아무튼, 아직 요가를 하고 있다. 일명 목각인형으로 불리던 나의 몸 상태는 말 그대로 목각 수준이다. 앉아서 다리 펴고 앉기도 안되고, 다리 찢기는 당연하고, 서서 무릎 펴고 머리 아래로 구부리기도 안 되는 사람-내가 나를 봐도 너무 뻣뻣한 유연함 제로인 사람이 바로 나다.


요가의 첫 시작은 동네 아줌마들이 많은 곳에서 시작했다. 유일하게 우리 동네에 있던 요가원이었다. 늘 뒷자리에서 선생님과 오랜 시간 수련을 함께 하셨던 아줌마들의 유연성을 보면서 주눅 든 채 6개월을 넘게 요가를 했다. 사람이 워낙 많은 터라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이게 맞는 건지 의문만 가진채 여전히 목각처럼 굳은 몸으로 요가를 마쳤다. 중간에 필라테스와 재활운동 등의 다양한 운동을 했지만 여전히 어떤 운동도 나를 목각인형에서 구원해 주질 못했다.

어깨통증이 최고조에 이를 때 즘 다시 요가를 해볼까 생각이 들었다. 요가의 기억이 별로 좋지 않아 망설였지만, 동네 너머 신도시에 요가원이 좋다는 소문을 듣고 큰 마음을 먹고 요가원에 등록을 했다. 분위기도 조용했고, 향기도 너무 좋았고, 일단 예뻤다. 뭐든 장비발이 먼저인 나에게 요가원의 예쁨은 중요했다. 건물만 예쁜 게 아닌 명상을 하고, 요가를 지도해 주시는 선생님들의 마음도 예뻐 꽤 오랫동안 요가를 하고 있다.

박상아작가의 말처럼 요가는 잘하고 못하고 가 없어서 너무나 좋은 운동이다. 선생님과 옆사람과 동작이 다르다고, 끝까지 되지 않는다고 속상할 필요도, 창피할 필요도 없다는 말을 수업 내 듣기 때문에 요가는 정신건강에 좋다. 요즘 주 3회는 요가를 하고 나머지는 걷거나 러닝을 한다. 주변에서는 무리가 아니냐고 한다. 사람들은 요가라 함은 이효리 님처럼 하는 요가만 생각하는 듯하다. 내가 하는 요가는 주로 테라피에 가까운 어깨, 골반, 허리, 척추 위주의 스트레칭과 이완을 중심으로 한다. 머리서기처럼 고난도 요가는 아님을 먼저 밝힌다. 어깨가 좋지 않아서 온몸을 이완하는 동작들은 어깨에 많은 도움이 된다. 테라피 요가라고 늘 만만하진 않다. 나의 컨디션 수업 강도에 따라 힘든 동작들이 더러 있다. 지난주에는 출산 후 쉬고 계셨던 원장님이 수업을 진행하셨는데 오랜만에 하셔서 그런지 ‘아이고’ 소리가 절로 나왔다. 원장님은 수업 시간 내 자신의 숨을 느끼고,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며 내면의 소리를 들어 보라는 이야기를 여러 번 하셨다. 조금 강도 있는 수업에 요가원 현실은 동작을 버티지 못해 옆으로 쓰러지는 회원님, 땀 뻘뻘 흘리는 회원님들, 본인의 의도와 다르게 끙끙 소리 내는 회원님들, 사랑과 내면의 돌봄은커녕 넘어지지 않으려고 기를 쓰고 숨을 겨우 쉬어 내는 내 모습에 요가를 마치고 웃음이 나왔다.


‘우스갯소리로 남편에게 요가 선생님들은 말로 사람을 찢어, 그리고, 계속 벌을 세워 (학창 시절에 많이 당해봤던 벌서는 자세들이 더러 있는데 생각해 보니 선생님들은 요가전문가들이어서 우리를 수련하셨던 것이었을까?)그런데 이런 걸 왜 돈 주고 나도 사람들도 계속 다니는 걸까? ’라며 투덜거리지만 내일도 변함없이 요가원에 간다. 당연히 나의 불순한 의도와 상관없이 선생님들의 수련은 훌륭하고, 요가는 아주 좋은 운동이다. 심지어 미국 생활을 하고 돌아온 동네 친구에게 요가를 추천해 그 친구는 나보다 더 오래 요가를 하고 있다.


언제쯤- 나의 몸은 목각에서 조금은 유연한 관절목각인형이 될지, 나란 사람에게도 내면의 소리라는 건 존재하긴 하는 건지- 어디 한번 수련에 더 힘써보자. 언젠가 머리서기를 하며 집안을 돌아다닐 나를 상상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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