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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레드넛 Jun 06. 2023

하루에 7천 자 글 쓰기

당신은 하루에 글에 얼마나 시간을 들일 수 있나



요즘 짬 날 때 소설을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서울의 버스 안에서 흔들리며 퇴근하고 나면 벌써 저녁 7시를 훌쩍 넘긴다. 저녁을 먹고, 처리하지 못한 집안일을 하고 나면 어느새 내게 주어진 시간은 세 시간 남짓. 그 이상의 시간을 쓸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언젠가 해 보고 싶었던 버킷 리스트인 만큼, 이번만큼은 꼭 완결 원고를 만들어 보겠다는 일념으로 정말 열심히 했다.


소설 판형에 맞춘 파일을 연다. 공백 포함해서 내가 쓴 글자 수는 70,546자. 내가 써 놓고도 가끔 내가 놀라는 순간이 있는데, 그게 바로 지금인 것 같다. 통상의 라이트노벨이 12만 자 정도 된다고 하니, 거의 50%를 넘긴 셈이다.




사실 업무 시간에도 짬을 내서 글을 써 보려고 노력하지만, 그게 생각처럼 되지 않는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다. 나는 어쨌든 프로 글쟁이니까. 내가 업무를 위해 쓰는 글에 들이는 시간은 내 취미에 들이는 시간보다 훨씬 많다. 아니, 많아야 한다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 써 내려간 문장 하나하나를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를 찾아야 하고, 더욱 섬세한 뉘앙스를 고스란히 담아내기 위해 투입되는 시간은 말 그대로 한참이다.


내가 업으로 삼는 글쓰기는 단단한 현실에 발을 디디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내 취미는 그 현실을 한 꺼풀 벗고, 상상의 세계 속에서 진행되어야 할 일이다. 그렇기에 나는 내 상상 속에서 구름에 달 가듯이 오가는 주인공을 만든다. 그리고 그 주인공이 발을 디딘 상상은 그의 세계가 담는 현실이다. 결국 나는 내 현실과 유리된 또 다른 현실을 만들어야 하는 셈이다. 그렇기에 더욱 어렵다.




내 목표는 간단하다. 하루에 7천 자를 쓰는 것. 요즘 웹 소설계에서 유료 연재본 1화가 대략 5천 자에서 6천 자 정도를 오간다. 그렇다면 내가 하루하루 1회의 소설을 써낼 수 있을 것인지를 판단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7천 자를 실제로 써 보는 것이다. 소설 판형에 맞춘 7천 자는 대략 14페이지 정도. 지금까지 쓴 페이지를 통해 보았을 때 나는 10회분의 웹소설을 써낸 것이다.


10회분이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연재한다고 가정했을 때 10회분의 원고는 이주일 정도의 여유를 내게 부여한다. 그렇게 열심히 썼다고 생각했는데, 겨우 이주일이다. 주 3일 연재라고 가정한다면? 3주분이 조금 넘는 정도의 원고다.


프로 웹소설 작가들은 하루에 6천 자는 가볍고, 손이 빠른 사람들은 그것을 넘어 2만 자에 가까운 분량을 쓴다고도 한다. 내 손 빠르기로는 아마... 가능은 할 것이다. 순수하게 가능성의 영역에서만 생각해 본다면 말이다. 하지만 그게 전업이 아닌 아마추어에게 허용될 수 있는 시간일까? 최소한, 내게는 허용되지 않는 시간이다. 그렇기에 나는 여가 시간을 더욱 살뜰히 아껴야 한다.




이 소설이 금전적인 도움이 되느냐? 아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유료 연재 대상도 아닐뿐더러, 충분한 원고가 쌓이기 전까지는 연재해 볼 생각조차 없다. 그렇지만 나는 여전히 글을 쓴다. 왜? 재미있으니까. 내가 생각하는 이야기를 써 주는 사람이 없다면, 내가 직접 쓰면 된다. 내가 생각한 플롯대로 움직이는 주인공이 재미있다. 앞으로의 플롯에 맞추어 어떤 식으로 스토리를 전개할 것인지, 그 플롯에 맞는 아이템은 무엇인지 생각하는 과정이 흥미롭다.


그렇기에 나는 순수한 재미로 글을 쓴다. 순수한 재미로 글을 쓰는 매력이 어떤 것인지 새삼 떠올랐으니까. 그 떠오름이 사라지기 전에, 글을 써 보고 싶다. 프로 글쟁이로서의 글이 아닌, 취미 생활로서의 글을 써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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