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어디에나 있었다

by 러닝뽀유

남편은 아이가 태어날 때마다 뜻 모르는 영혼을 괜한 지구로 소환해서 고생시키는 것은 아닌지 걱정했다. 나는 끝없는 우주 속에서 살기 좋은 지구로 이렇게 선진국인 우리나라에 이렇게 사랑 많은 우리 집으로 소환될 영혼을 두 팔 벌려 기대했다.

Screenshot 2022-10-30 at 18.28.10.JPG 뉴욕

그렇게 우리는 남자 아기 영혼 둘을 지구에서 맞이했다.


여행을 좋아하던 두 사람은 처음 만난 날부터 운명임을 직감했다. 시차가 있었을 뿐 내가 간 곳에 그가 있었고 그가 간 곳에 내가 있었다. 낯선 세계 낯선 언어로 소통하는 것에도 같은 취미가 있었다. 지구에서 만난 네 개의 영혼은 같은 집에서 숨 쉬고 다른 생각을 같은 생각으로 만들며 살아간다.

서로의 눈에 담긴 넓은 세상을 보고 싶어서 함께 여행을 떠났다.


그러다 보니 첫째는 대한민국 1프로라 해도 될 정도로 정말 많이 다녔다. 문득 궁금해서 물어보았다. "우리 두바이에서 낙타 탄 거 기억나? 사막 선인장 아래에서 춤춘 거 기억나?" 짐작은 했지만 충격적이게도 아이는 그닥 기억을 하지 못하는 듯했다.

Screenshot 2022-10-30 at 18.25.55.JPG 뉴질랜드

기억은 휘발된다. 서술이 없는 사진도 풀 바르지 않은 벽지처럼 별개에 지나지 않는 개체일 뿐이다.

그래서 더욱 남편은 사진을 찍고 나는 글을 쓰련다. 그 속에서 과거의 나 너 우리를 만나고 지금의 우리를 만끽해보고자 한다. 그러다 보면 찰나의 기쁨은 오래 남을 여운과 행복이 되겠지.

Screenshot 2022-10-30 at 18.29.48.JPG 몰디브, 은하수

남편이 구글 드라이브에 넣어둔 우리 여행 사진을 하나씩 꺼내본다.너는 어디에나 있었다. 우리의 기억 속에도 사진 속에도 생각 속에도. 여행은 그런 의미이다. 어디에나 있는 너를 찾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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