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잘못되고 있다
굴착작업 중인 쉴드 안쪽의 인부들의 분주한 모습
작업 중이던 탈북인부 임 씨가 뭔가 의심쩍다는 듯 쉴드 안쪽벽을 손바닥으로 훑더니 냄새를 맡는다. 이 모습을 힐끗거리며 쳐다보는 인부 1
인부 1 왜 그래, 임 씨?
임 씨 (손바닥을 바지에 훔치며) 아냐… 아무것도
인부 1 (임 씨를 흉내 내며 벽을 손가락으로 찍어 냄새를 맡으며)
뭔 냄새가 나는데 그래?
임 씨 그러니까 이게 말이지, 내가 북에서 남쪽으로 땅굴 파고 내려올 때 있었던 일인데 말이야..
인부 1 맞다! 임 씨 이북에서 땅굴 팠었다며!
임 씨 그때 딱 파주 바로 위쪽까지 파서 내려왔을 때.. 이런 흙탕물이 흘러나왔었거든
인부 1 (벽을 다시 손가락으로 훑으며) 이게 뭔데?
임 씨 (흙을 손가락으로 비비며) 이건 풍화토야
인부 1 풍화토?
임 씨 분명 여기가 풍화암이라고 예상하고 파 내려왔을 거야
그런데 이게 풍화암이 부스러져 흙으로 뭉쳐진 풍화토라면…
계산보다도 훨씬 지반이 약한 상태라는 거지
그런데도 이렇게 많은 벤토나이트를 때려 부어서 저기 쉴드에다가 주입재를 만들어 넣었다면…
인부 1 (임 씨의 똑똑한 모습에 놀라며) 어찌 되는데?
임 씨 파낸 흙들을 젤 형태로 밖으로 빼내 줘야는데… 이게 반진흙탕처럼 변해서 지반을 더 침식시키거나… 적당하게 뭉쳐 공간을 만들게 되지
그러다 위에서 무리한 하중이 가해지면… 그냥 주저앉는 거야
임 씨, 레일 위로 걸어가며 뭔가를 유심히 살핀다
임 씨 (발로 선로 위를 누르며) 여기야 여기
레일이 조금씩 밑으로 꺼지는 것이 보인다
인부 1 뭐야? 거기 왜 그러는데?
임 씨 아까 말했쟎어… 주저앉는다고
인부 1 설마…
임 씨 이제 시작이야. 점점 밑으로 주저앉을 거야. 꽝하고 구멍이 나면서 밑으로 꺼지기 전까지… 아주 조금씩 말이지